국세청,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 배민 등 41곳 세무조사
'금란' 양계장·패션플랫폼 등 업체…탈루혐의 총 1조원
국세청, '물가 불안 조장 탈세' 혐의 배민 등 41곳 세무조사
'금란' 양계장·패션플랫폼 등 업체…탈루혐의 총 1조원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 국세청이 추석 명절을 앞두고 배달의민족 등 먹거리 관련 업체를 중심으로 총 41곳의 탈세 혐의를 포착하고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농축산물·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 등 체감 물가와 밀접한 먹거리 관련 업체와 소비재를 취급하는 플랫폼 업체 등의 탈루 혐의를 포착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은 농축산물 유통업체 23곳, 가공식품·외식 프랜차이즈·배달 플랫폼 16곳, 패션 플랫폼 2곳 등 총 41곳이다. 총 탈루 혐의 금액은 1조원에 달한다. 중견기업 8곳·중소기업 33곳으로 이 중 2곳은 코스피 상장업체다.
◇ 배민·식품·프랜차이즈 16곳…원가 부풀리고 사주일가 이익 몰아주기
국세청은 원가 부담을 과도하게 소비자에게 전가했다는 의심을 받는 배달 업체, 가공식품, 외식 프랜차이즈 등 16곳에 조사 요원을 보내 세무조사를 벌였다.
배달의민족은 국내에서 창출한 1조원대 이익을 복잡한 자본 거래를 통해 독일 모회사에 보내면서 국내에서 원천징수로 내야 할 1천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역외 탈세 혐의를 받는다.
해외 관계사에 업무지원 용역을 무상 제공하고 부가가치세 매입세액을 부당 공제받은 혐의도 있다.
국세청은 막대한 프로모션 비용을 음식점, 슈퍼마켓 등 입점업체에 수수료·광고비 형태로 떠넘기는 행위에 주목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가공식품 업체 12곳도 조사 대상이다.
최근 일부 제품의 가격을 인상한 소스·만두류 제조업체 A사는 퇴직 임원이 설립한 특수관계법인에 수수료를 과다 지급하고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의 물류센터 사용료를 대신 지출해 이익을 빼돌린 것으로 국세청은 파악했다.
사주 자녀가 본부장으로 일하고 있는 해외 현지법인에 투자금 명목으로 고액을 송금해 역외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도 드러났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코스피 상장인 종합식품업체 B사는 원재료와 물류비 등 제조원가 상승을 이유로 가공식품 가격을 대폭 인상한 업체다.
그러나 실제로는 국내외 특수관계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까지 제품 원가에 포함해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으로 국세청은 보고 있다.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귀속돼야 할 경비를 업무와 무관하게 대신 지출하거나. 국외 관계사에 거액의 금전을 지원하면서 이자를 받지 않은 혐의도 있다.
사주는 부친으로부터 관계사 주식을 무상 증여 받았지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전국적으로 2천개 가맹점을 갖춘 C 프랜차이즈는 사주의 개인적인 지출을 가맹점주 지원 관련 비용으로 둔갑시킨 혐의를 받는다.
사주 자녀가 지배하는 법인에 알짜 직영점을 무상으로 양도한 뒤, 재료를 저가 공급하는 등 비합리적으로 손실을 떠안았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D가맹본부는 사주가 직원 명의로 가맹점을 운영해 소득을 분산했다가 조사 대상이 됐다. 한 대 당 수억원에 달하는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3대 취득해 사적으로 사용한 혐의도 있다.
가맹점 인테리어 공사를 맡은 협력업체로부터 감리용역 대가와 각종 리베이트를 수취한 뒤 은닉하고, 가맹 희망점주가 부담한 창업 컨설팅 비용을 부당하게 손금에 산입해 수입금액을 축소 신고한 것으로 파악됐다.
◇ 패션플랫폼도 겨냥…수수료 부담 전가하고 원가 부풀린 혐의
국세청은 '금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가 담합 혐의로 제재를 받은 곳을 위주로 양계농장 11곳에 조사를 벌이고 있다. 3∼5년에 걸쳐 수십억원대 수익을 축소 신고한 혐의다.
E업체는 계란 가격을 높여 받은 것뿐 아니라 거래처에 계산서 없는 무자료를 요구하고, 판매대금은 비사업용 계좌로 받아 은닉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족이 대표로 있는 다른 농업회사법인에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산란용 병아리를 넘겨 이익을 몰아주고,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수령한 보조금을 수입금액으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F업체는 농·어민의 축산소득 비과세 규정(일정 사육두수 이하 비과세)을 악용해 대표 배우자 명의의 실체 없는 양계장을 차려 매출을 분산한 뒤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제3자로부터 산란용 병아리를 사들였지만, 대표 배우자 명의의 양계장과 거래한 것처럼 거짓 계산서를 주고받았다고 국세청은 전했다.
할당관세 혜택을 받으면서 뒤로는 경비를 부풀리거나 매출 신고를 누락한 사업자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할당관세율 0%로 돼지고기를 수입했던 G업체는 거래 단계 중간에 대표자 자녀 명의의 유령 사업자를 끼워 유통 마진을 챙긴 뒤 단기간에 폐업해 할당관세 혜택을 가로챈 것으로 조사됐다.
특수관계법인을 통해 일하지도 않은 대표자의 친척에게 수억원을 급여 명목으로 지급해 허위로 비용을 계상한 점도 드러났다.
참깨 등을 수입하는 H업체는 저율 관세로 물량을 추가 확보하려고 위장 업체를 설립한 뒤 매출액을 위장 업체에 분산해 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의 배우자는 별다른 소득이 없음에도 법인자금을 유출해 복수의 아파트를 취득하고, 자녀에게 현금을 증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2개 패션 플랫폼 업체도 국세청 조사 대상이다. 국세청은 지배적 지위에서 패션 시장 전반의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했다고 보고 있다.
업체들은 변칙적인 회계 처리를 통한 고의적 매출 누락, 특수관계법인에 광고비·용역비 과다 지급, 재고자산 고가 매입 등을 통한 원가 부풀리기 등의 혐의를 받는다. 법인 명의 고가 아파트를 임차해 사주가 개인적으로 거주하는 사익편취 행위도 드러났다.
국세청은 이들 업체가 월등한 플랫폼 이용률을 매개로 입점업체에 높은 수수료율을 적용해 부담을 전가하거나, 기습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그동안 이어온 '물가 불안 조장 탈세자 세무조사'를 통해 탈세와 물가 상승 간의 연결고리가 확인된 만큼,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이번 탈세혐의자
또한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국세청 이성글 조사국장은 "가격 인상의 명분이 되는 생산 원가의 적정성과 거래처와의 정상 거래 여부, 사주일가의 재산 형성과정을 중점 점검하겠다"며 차명계좌를 통한 수익 은닉 등 조사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즉시 조세범칙사건으로 전환해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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