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영끌 집 팔아야 하나. 이자 단숨에 42만원 늘었다"..38세 A씨의 달라진 가계부 [다시 고금리 시대]

이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5년 전 3%대 혼합형 주담대 4억원 고정기간 끝나자 변동금리 5%대로 빚 4300만원 갚았는데 月상환액 증가 외식·여행 줄이고 적금까지 손댄다

AI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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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고금리 시대다. 지난 7월과 8월 한국은행의 '백투백(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 3% 시대를 맞았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도 이달 기준금리를 0.25%p 올리며 다섯 차례 이어온 금리 동결 행진을 끝냈다. 치솟은 금리는 가계의 소비와 저축 여력을 빼앗고,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운다. 이에 고금리가 가계와 기업 차주들에게 미치는 파장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직장인 A씨(38)는 최근 들어 월급날이 예전만큼 반갑지 않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경제성장률 개선 전망이 연일 들려오지만 반도체와 무관한 A씨가 체감하는 경기는 사뭇 다르다. 월급은 생활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5년 전 저금리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재산정 시기까지 돌아오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A씨는 금리 상승이 직장인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설정한 가상 차주다. 본지는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와 상환 조건 등을 토대로 A씨의 소득과 대출, 저축 규모 등을 가정해 고금리 영향을 분석했다.

"월 상환액 40만원 늘었다"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5년 전 받았던 주담대다. 당시 3%대 초반 금리로 받은 혼합형 주담대의 고정금리 적용기간이 끝나면서 올해 더 높은 변동금리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4.32~6.33%로 집계됐다. A씨가 주담대를 받았던 2021년 5월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연 2.82∼4.43%)와 비교하면 금리 하단은 1.50%p, 상단은 1.90%p 올랐다.

A씨는 2021년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4억원을 빌렸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혼합형 주담대로 최초 5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조건이다. 당시 금리 수준을 고려해 A씨의 적용금리를 연 3.2%로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약 173만원이다.

5년이 지난 현재 금리 재산정 시점이 도래하면서 상환 부담은 오히려 커졌다. 재산정 금리를 연 5.3%로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약 215만원으로 불어난다. 매달 갚아야 할 돈은 42만원, 연간으로는 500만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주담대 금리를 밀어 올린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 지난 7월과 8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백투백(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는 3.0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상승세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연 4.583%를 기록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4~7월까지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8월은 3.18%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나타냈다.

문제는 금리 상승세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가 이번 인상기에 최고 3.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A씨의 월 실수령액을 약 550만원으로 가정하면 월급이 들어오자마자 215만원이 주담대 상환액으로 빠져나간다. 남는 돈은 335만원 가량이다. 여기서 관리비와 공과금, 통신비와 보험료, 카드대금에 식비까지 지출하면 ​저축에 쓸 수 있는 여력은 빠르게 줄어든다.

결국 A씨가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외식과 여행 같은 선택적 소비다. 그래도 부족하면 적금과 투자에 넣던 돈까지 줄여야 한다. 5년 전보다 연봉은 올랐지만 미래를 위해 남겨둘 수 있는 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장기적인 자산 계획에도 제동이 걸렸다. A씨는 몇 년 뒤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던 계획을 미루기로 했다. 추가 대출을 받아 집을 갈아타기보다 당분간 현재 집을 유지하면서 금융자산을 다시 쌓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고금리 시대, 영끌 집 팔아야 하나"
A씨처럼 코로나 시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뒤 5년이 지나 대출금리 재산정 시점을 맞은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높아진 이자를 감당하면서 소비와 저축을 어떻게 조정할지, 현재 집은 계속 보유하는 게 맞는지 등 셈법이 복잡해졌다.

조형근 재무설계사는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거나 가격 방어가 가능한 지역이라면 다른 저축을 줄이더라도 주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반대로 가격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면 고금리에 매수 수요가 위축되고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상급지'로 이동할 기회를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자 지출이 늘면서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차주들도 늘고 있다. 고금리 시기 주식 등 위험자산을 줄이고 저축 비중을 늘려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조 설계사는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단순히 투자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접근은 위험하다"며 "지금은 경기가 금리 상승을 버텨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자산을 줄였는데 이후 증시가 상승한다면 오히려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고금리 시기엔 주택의 입지와 자신의 현금흐름, 투자기간 등을 꼼꼼히 따져 자산별 대응 전략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mail protected]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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