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럽 미군 대규모 감축 검토… 대이란 작전 군기지 사용 거부 불만 [윤재준의 월드뷰]
피트 헤그세스 美 국방장관, 수일 내 세부 방안 보고 예정
유럽 미군 최대 4만명 철수 가능성… 동유럽 배치 이전안도 포함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유럽 내 미군 전력을 대폭 감축하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이란 군사 작전 과정에서 유럽 우방국들이 자국 내 미군 기지 활용을 거부하자, 이에 대한 반발과 함께 유럽 안보 부담을 유럽 국가에 넘기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 NBC 방송 등 외신은 미 국방부 고위 지휘관들이 며칠 내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에게 유럽 주둔 미군 감축 및 재배치를 골자로 한 세부 계획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6월 미 국방부가 발표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전력 검토'의 연장선상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번 감축안 검토의 직접적인 계기는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이다.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지난 6월 나토 본부가 위치한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장관 회의에서 유럽 동맹국들이 대이란 공격을 위한 미군의 기지 접근과 영공 통과를 불허한 것에 대해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동맹국들이 미군의 당연한 기지 접근을 막음으로써 미국 청년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뜨렸다"며 "나토는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안보를 책임지는 구조로 신속하고 불가역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현재 검토 중인 옵션 가운데는 유럽 주둔 미군 전체인 약 6만8000명의 3분의 1을 철수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이 경우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주둔 미군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게 된다. 일각에서는 최대 4만명의 병력과 전투기, 함정, 주요 무기 체계를 일괄 철수하는 파격적인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다만, 서유럽의 전력을 러시아와 인접한 동유럽 전방으로 이전 배치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최종 결정은 오는 11월 6일경 내려질 전망이다.
이미 부분적인 철수는 진행 중이다. 루마니아 주둔 미군 2000명 중 절반가량이 지난해 철수했으며, 독일 주둔 미군 중 약 5000명도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독일의 경우 프라이드리히 메르츠 총리가 미국의 대이란 전쟁을 공개 비판한 직후 철수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은 안보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월 나토 회원국에 방위를 미국에 의존하지 말고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증액할 것을 요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은 2035년까지 3.5%로 인상하는 데 합의했으나, 대다수 국가가 기존 목표치인 2% 달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유럽연합(EU) 간 15% 보복 관세 부과 등 통상 마찰과 그린란드 매입 문제를 둘러싼 대립이 더해지며 양측 관계는 악화 일로를 걸어왔다.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 안보 및 자원 접근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 합의를 이뤄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미군 감축이 유럽 내 핵 억제력을 약화시키고 러시아에 오판의 여지를 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독일마샬펀드(GMF)의 이안 레서 연구원은 "전력 이탈의 규모와 시기에 따라 영향이 다르겠지만, 미국의 전력 투사 능력이 감퇴하는 것은 미국 자체에도 손실"이라고 분석했다.
미 공화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 공군 장교 출신인 공화당 로저 위커 상원의원(미시시피)과 중간선거에 상원 출마 예정 마이크 로저스 전 공화당 하원의원은 공동 성명을 통해 "독일 주둔 미군 철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잘못된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전력 중심이 이란 분쟁으로 쏠리면서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동맹국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50년대부터 중국의 침공에 대비해 태평양 지역 미군에 의존해온 대만도 미국에 점점 의존이 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최근 미군이 태평양에 남아있던 마지막 항공모함까지 중동으로 재배치하면서, 태평양 지역의 전력 공백 및 동맹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인 후티반군과 분쟁 중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안보 협정 체결에도 불구하고 적극 개입을 꺼리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 추진 중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8일 폴란드내 미군 기지 건설 계획이 큰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자신의 SNS에 밝혔다. 그러면서 새 기지를 계기로 폴란드와는 동맹이 역사적인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현재 폴란드에는 미군 1만명이 순환 배치 중에 있다.
미국 언론들은 폴란드에 영구 미군 기지가 생기는 것은 나토 동부 지역의 요새화를 더 강화하는 것으로 나토 회원국 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