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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로 만든 수소, 진짜 '친환경'일까?' [언박싱 연구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68>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팀
폐자원 활용 수소 생산 8개 경로 온실가스 배출 분석
전력 생산용 폐자원 전환 시 감축 효과 가장 커
열 생산용 전환 시 대체 연료 배출 늘어
자동차·발전·철강 등 최종 사용처별 기준 제시
청정수소 인증기준과 구분해 봐야
CCS 결합땐 해외 수입 천연가스 수소보다 우수

택배 상자를 열 때의 설렘, 기억하시나요? 대학 연구실에서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삶을 바꿀 놀라운 발견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만 '논문'이라는 두꺼운 포장지에 쌓여 있을 뿐이죠. '언박싱 연구실'에서는 복잡한 수식과 이론 대신, 여러분이 알고 싶은 알맹이만 쏙 골라 담겠습니다. 자, 그럼 상자를 열어볼까요? 오늘 언박싱할 주인공은 바로 이 연구입니다.

국내 폐자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 경로별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과정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 연구팀은 폐자원의 기존 용도와 수소의 최종 사용처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분석해 친환경 수소 공급 정책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국내 폐자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 경로별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과정을 개념적으로 표현한 AI 생성 이미지.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 연구팀은 폐자원의 기존 용도와 수소의 최종 사용처에 따른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분석해 친환경 수소 공급 정책의 근거를 마련했다. (그래픽=제미나이 생성)

[파이낸셜뉴스]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 연구팀이 국내 폐자원을 활용한 수소 생산 경로 8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분석한 결과, 폐자원의 기존 활용 방식과 수소의 최종 사용처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력 생산에 쓰이던 폐자원을 수소 생산에 활용하는 경우가 열 생산에 쓰이던 폐자원을 전환할 때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컸다.

폐기물로 수소를 만든다고 온실가스가 반드시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폐자원을 수소 생산에 사용하면 기존에 폐자원으로 만들던 열이나 전력을 다른 에너지원으로 공급해야 할 수 있다. 이때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까지 계산해야 실제 감축 효과를 판단할 수 있다.

■폐자원의 기존 용도도 따져야

연구팀은 고형 폐기물 연료(SRF), 혼합 폐플라스틱(MPW), 매립가스(LFG), 음식물류 폐기물, 가축분뇨, 하수슬러지 등을 활용하는 8개 수소 생산 경로를 분석했다. 폐자원을 가스화하거나 분해해 수소를 만드는 방식과 유기성 폐기물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를 활용하는 방식 등을 비교했다. 분석에는 수소 생산뿐 아니라 폐자원의 수집·처리와 수소의 압축·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도 포함됐다.

국내 폐자원 활용 통계를 보면 고형 폐기물 연료와 혼합 폐플라스틱은 기존에 열 생산에 66.4%, 전력 생산에 33.6%가 쓰였다. 매립가스는 전력 생산에 79.8%가 사용됐고, 15.5%는 소각, 4.6%는 열 생산에 활용됐다. 음식물류 폐기물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는 열 생산에 45.4%, 소각에 29.1%, 전력 생산에 25.6%가 쓰였다.

폐자원을 수소 생산으로 전환할 때는 기존 활용 방식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이 달라진다. 전력 생산에 쓰이던 폐자원을 전환하면 기존 전력 생산을 대신할 수 있는 효과를 고려할 수 있다. 반면 열 생산에 쓰이던 폐자원을 전환하면 부족해진 열을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 다른 연료로 공급해야 할 수 있다. 이때 대체 연료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더해져 수소 생산에 따른 감축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연구팀은 열 생산에 쓰이던 고형 폐기물 연료 등을 수소 생산으로 전환하는 특정 시나리오에서 대체 연료 사용에 따른 배출량을 수소 1㎏당 이산화탄소환산량(CO₂-eq.) 23.4㎏으로 계산했다. 이산화탄소환산량은 이산화탄소 외 온실가스의 영향까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이 수치는 해당 시나리오에서 나온 결과로, 모든 폐자원 수소 생산 경로에 똑같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폐자원의 종류뿐 아니라 기존 용도까지 함께 고려해야 수소 생산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수소를 어디에 쓰는지도 중요

연구팀은 수소를 자동차 연료, 발전, 철강 생산에 사용할 때 기존 기술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려면 수소 생산·공급 과정의 배출량이 어느 수준 이하여야 하는지도 분석했다. 비교 대상 기술이 분야마다 다른 만큼 감축 효과를 판단하는 기준도 달랐다.

연구에서 제시한 기준은 자동차 분야에서 수소 1㎏당 이산화탄소환산량 11.9㎏, 천연가스 복합발전에서 8.6㎏, 석탄을 사용하는 고로 방식의 철강 생산에서 15.8㎏이다. 자동차 분야의 수치는 전기차와 비교한 기준이며, 발전과 철강 분야는 각각 천연가스 복합발전과 석탄 고로 방식을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수소 생산·공급 과정의 배출량이 각 기준보다 낮으면 해당 분야의 기존 기술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기준은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과는 다르다.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은 수소 1㎏을 생산해 공급하기 전까지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기준으로 하며, 이산화탄소환산량이 4㎏ 이하여야 한다. 반면 연구에서 제시한 자동차·발전·철강 분야의 수치는 수소를 사용하는 분야별로 기존 기술과 비교해 온실가스 감축 가능성을 따져본 기준이다. 따라서 특정 분야에서 기존 기술보다 배출량이 적다는 분석 결과만으로 국내 청정수소 인증기준을 충족한다고 볼 수는 없다.

연구팀은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적용한 일부 폐자원 수소 생산 경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호주에서 생산한 뒤 액화·수송하는 천연가스 기반 수소보다 적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모든 폐자원 수소 생산 경로에서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다. 수소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는 생산 방식과 탄소 포집 여부, 폐자원의 기존 용도, 최종 사용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이화여대 최원재 교수(교신저자)와 곽규나 석사과정생(제1저자)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너지 전환과 관리(Energy Conversion and Management)'에 온라인으로 먼저 공개됐으며, 12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email protected]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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