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우리 애 째려봐서" 민원 전화만 174통...1년에 담임 6번 바뀐 초등학교

문영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fndb
기사와 직접 관련 없는 사진. fndb

[파이낸셜뉴스] 학부모들의 도 넘은 악성 민원으로 일선 학교의 '학급 담임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학부모의 지속적인 항의와 간섭을 견디지 못한 교사가 극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담임직을 내려놓는 사례가 급증하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3년간 담임 교체 38% 급증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2년 전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 5학년 학급에서는 1년 동안 담임교사가 무려 6차례나 교체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부 학부모가 "담임이 아이를 째려본다", "아이를 방치한다"는 등 교사의 생활 지도 방식을 문제 삼으며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기존 교사가 견디지 못하고 물러나 새 담임이 부임해도 민원은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특정 학부모 2명이 학교에 건 민원 전화만 총 174차례(A씨 113차례, B씨 61차례)에 달했다. 결국 해당 학급 학생들은 한 학년 동안 6명의 담임 교사를 거치며 극심한 혼란을 겪어야 했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특정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가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전국 국공립 초·중·고등학교에서 학기 중 담임이 교체된 건수는 총 57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3년(2020~2022년)의 415건 대비 38.6%나 급증한 수치다.

악성 민원에 견디다 못해 교사가 먼저 '백기'

주목할 만한 점은 학부모의 직접적인 교체 요구(156건→206건, 32.1% 증가)보다, 쏟아지는 민원에 지친 교사가 스스로 담임 교체를 요청한 사례가 훨씬 가파르게 늘었다는 것이다. 교사가 직접 교체를 요청한 건수는 같은 기간 259건에서 369건으로 42.5%나 늘었으며, 이는 최근 3년간 발생한 전체 담임 교체 건수의 64.2%를 차지한다.

실제로 지난해 경기 남부의 한 초등학교에서도 한 학부모가 "왜 우리 아이만 차별하고 다른 아이를 편애하느냐"며 끊임없이 항의해, 해당 담임 교사가 극심한 스트레스 끝에 1학기를 마치고 담임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학급 담임제는 한 명의 교사가 학생들의 학습뿐만 아니라 교우 관계, 정서 변화, 진로 상담 등 학교생활 전반을 책임지고 살피는 핵심적인 교육 제도다. 담임이 잦은 빈도로 교체되면 교사는 학생들의 특성을 파악할 시간을 잃고, 학생들 역시 새 교사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구축해야 하므로 정상적인 학급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이에 대해 대법원 역시 학부모의 무분별한 담임 교체 요구에 제동을 건 바 있다. 대법원은 2023년 9월 선고된 판결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담임 교체를 요구하는 것은 교육활동에 대한 부당한 간섭"이라고 명시했다. 대법원은 담임 교체에 대해 "교사가 온전히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비상적인 상황에서만 보충적으로 허용돼야 한다"며, 인사상 불이익과 학급의 혼란을 막기 위해 섣부른 담임 교체 요구를 경계했다.

"학생이 최대 피해자, 보호 장치 시급"

전문가들은 무너지는 교실을 바로잡기 위해 학부모의 인식 개선과 더불어 제도적 보호 장치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담임 교체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학생들"이라며 "학부모는 담임 교체를 민원 해결의 수단처럼 여겨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성국 의원 또한 "악성 민원 때문에 교사가 담임직을 포기하는 일이 없도록 교육 당국 차원의 강력한 교권 보호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email protected]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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