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랜드 사태' 거대한 후폭풍.. 부동산PF가 멈췄다

'레고랜드 사태' 거대한 후폭풍.. 부동산PF가 멈췄다

[레고랜드 총정리] 김진태 강원지사의 디폴트부터, 증권·건설사 도미노 부도 공포까지

레고랜드발 채권시장 대혼돈.. 자금시장 급경색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일러스트=정기현 기자

레고랜드는 강원도 춘천시 하중도에 건설된 국내 첫 글로벌 테마파크입니다. 2011년 강원도와 영국 멀린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합의각서를 맺으며 시작됐죠. 처음엔 춘천시 의암호에 건설하기로 하였으나 건설 부지에서 청동시시대 유적이 발견되면서 첫번째 위기를 맞습니다. 이듬해인 2015년에는 강원도가 레고랜드 개발을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회사 엘엘개발 대표가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되는 일이 발생하죠.

지지부진하던 개발사업은 2017년 문화재청이 유적보존을 조건부로 사업을 허가하면서 물꼬를 틉니다. 엘엘개발도 사명을 강원중도개발공사(GJC)로 변경하면서 본궤도에 오릅니다. 2018년 강원도와 멀린사가 총괄개발협약을 맺습니다. 멀린사가 2200억원, GJC가 800억원을 투자하여 멀린사가 직접 개발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됩니다. 그러나 GJC가 투자 후 받기로 한 수익은 도의회에는 30.8%로 보고했지만 실제로는 3% 수준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강원도 소유의 부지를 레고랜드가 50년간 무상임대하는 형식의 계약으로 외국계 기업에 유리한 불공정 계약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2020년 강원도는 자금조달을 위해 특수목적법인 '아이원제일차'를 설립하고 20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합니다. 김진태 강원지사가 부도를 선언한 바로 그 어음입니다.

어린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강원도에는 일자리와 경제활성화를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던 레고랜드는 올해 5월 5일 개장했습니다. 연간 예상 방문객 200만명, 5900억원의 생산 유발효과를 기대하면서요. 그러나 개장 이후 6개월 동안 방문객수는 70만명에 그칩니다. 내년 1월부터 3개월간은 동절기 휴장에 들어가고요. 10년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레고랜드의 6개월 성적표 입니다.
#레고랜드 #김진태강원지사 #글로벌테마파크 #강원중도개발공사 #아이원제일차 #자산유동화기업어음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일지 /연합뉴스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일지 /연합뉴스

9월 29일,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돌발 선언을 합니다. 강원도는 레고랜드 테마파크 기반조성사업을 하던 강원중도개발공사(GJC)에 대해 법원 회생 신청을 합니다. 강원도는 GJC의 지분을 44% 보유한 대주주입니다.

강원도는 GJC가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 추진을 위해 2020년 BNK투자증권을 통해 2050억원 규모 유동화증권(ABCP)을 발행할 때 채무 보증을 섭니다. 19개 법인 고객이 증권사 10곳과 자산운용사 1곳을 통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ABCP를 발행한 특수목적회사(SPC)인 아이원제일차는 9월말 만기를 앞두고 차환 발행 대신 기초자산인 GJC 대출채권 상환이 불가하다고 기관들에 통보합니다. 결국 10월 5일 최종부도 처리 됩니다.

김 지사는 강원도가 보증을 선 ABCP에 대해 채무 미이행을 선언합니다. 김 지사는 "강원도가 안고 있는 2050억원의 보증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도개발공사 회생을 신청하기로 했다"며 "법정 관리인이 제값을 받고 공사의 자산을 잘 매각하면 대출금을 갚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김 지사는 이때까지 후폭풍을 전혀 예상하지 못합니다.
#김진태강원도지사 #레고랜드사태 #유동화증권(ABCP) #아이원제일차 #채무불이행 #레고랜드부도

채권시장은 9월부터 이미 살얼음판이었습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 중인 미국은 고강도 통화긴축에 나섭니다. 미국이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면서 달러화 가치가 치솟았습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코스피가 급락했죠. 한미 금리격차를 우려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합니다.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한미 기준금리 인상 전망 /그래픽=정기현 기자

금융시장 안팎에선 우리 시장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버금 가는 위기국면이라는 우려가 번졌습니다. 곧바로 영향을 받은 건 기업들의 자금조달입니다. 채권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회사채 발행과 유통에 차질이 예상되면서 신용경색 우려가 커진 상태였습니다.
#금리인상 #채권시장 #인플레이션 #미국통화긴축 #자이언트스텝 #글로벌금융위기 #신용경색

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9월 30일 한국 국채수익률이 표시판 /연합뉴스

강원도의 레고랜드 디폴트 선언에 채권시장은 대혼돈에 빠집니다. 국가신용등급에 준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채권이 부도에 이르면서 '채권=안전자산'이란 시장의 공식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집니다. 지방정부가 담보한 채권도 떼일 수 있다는 사례가 되자 ABCP와 기업어음(CP), 회사채 등 자금조달 창구는 순식간에 얼어붙습니다. 2000억짜리 부도사태에 3000조 채권시장이 송두리째 위기를 맞게 된 셈입니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합니다. 10년물과 20년물 금리는 연고점을 돌파하죠. 2011년 이후 최고수준입니다. 부동산 경기마저 침체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됩니다. 특히 건설사업 자금을 확보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이 직격탄을 맞으며 건설사와 증권사가 줄도산 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돌게 됩니다.

회사채 시장에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초우량 공채로 평가받는 한국전력과 한국도로공사의 채권 발행이 흥행에 실패합니다. 한국전력공사는 2년 만기 회사채 2천억원어치를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물량을 다 채우지 못하고 600억원어치를 발행하는 데 그칩니다. 발행 금리는 5.9%로 6%대에 육박했죠. 이는 2008년 11월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한전채 미달사태는 기업 자금조달 시장에 공포를 키웠습니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한국전력 회사채 유찰 현황 /연합뉴스

자치단체와 지방공기업도 후폭풍이 불어닥칩니다. '이제 지자체도 못 믿는다'는 불신이 시장에 급속히 퍼지면서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압박받는 지방 공기업의 경영 상황에 '비상등'이 켜집니다. 10월 27일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500억원 규모로 3년물 공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으나, 투자자를 찾지 못해 계획을 접습니다. 인천도시공사 채권 신용등급은 'AAA'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AA+'로 우량 공사채에 속하지만, 목표액의 불과 20%인 100억여원의 자금만 들어왔답니다. 경기도 과천도시공사 또한 3기 신도시 사업 중 하나인 과천공공주택지구 조성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최근 6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으나, 이중 400억원은 유찰됩니다. 과천도시공사에서 발행한 회사채가 유찰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발행금리도 치솟았죠. 강동구 둔촌주공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차환 발행 물량은 현대·롯데·대우건설이 대출채권에 대해 연대보증을 했지만, 연 12% 금리에 발행합니다. 이는 기존 발행 금리(3.55∼4.47%)의 3배에 이릅니다.

우량 공기업이 발행한 채권의 유찰 사례가 나오고 금리가 급등하는 등 '돈맥경화' 현상이 확산하면서, 자금 조달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대규모 개발 사업의 차질 또한 불가피해집니다.
#채권금리 #국고채금리 #한전채미달사채 #부동산경기침체 #부동산PF #발행금리 #레고랜드부도

2000억 레고랜드 부도사태에 '50조 혈세' 투입

강원도의 디폴트선언 3주가 지난 10월 21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진화에 나섭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레고랜드발 자금 경색 상황에 대해 필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정치적 접근을 경계하는 답변합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이틀 뒤, 정부는 강원도 레고랜드발 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위해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합니다.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 부족 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입니다.

추 부총리는 이날 열린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부동산 프로젝트펀드(PF) 시장 불안에 적극 대응하겠다"면서 "모든 지자체가 매입 보증을 확약할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감원이 여러 정보를 잘 챙기고 있다면서 "몇 가지 이슈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시장교란적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있다"며 가짜뉴스를 경고합니다.
#강원도채무불이행 #레고랜드사태 #추경호경제부총리 #자금경색 #50조원유동성 #부동산PF

레고랜드 사태 진화를 위해 50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소식에도 채권시장 불안은 꺼지지 않습니다. 시장은 당장 숨통만 틔울 단기처방이라며 금융당국의 위기대응 능력에 눈초리를 보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사태가 이지경이 될 때까지 금융당국은 뭐했냐는 질타가 나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0월 24일 국회 정무위 종합감사에 출석해 "강원도에서 이런 상황이 날 줄은 몰랐다"면서 "우리와 협의한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밝힙니다. 강원도가 이런 파장을 예상 못했을 거라는 겁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지자체가 시장의 신뢰를 저버린데 영향이 있었다고 덧붙이죠.

신용평가사도 제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입니다. 부도 처리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부여된 신용등급은 A1으로 기업어음 신용평가 등급체계상 가장 우량한 등급입니다. 신용평사가들은 ABCP 상환불능 상태가 된 9월 30일 신용등급을 'C'로 하향조정합니다. 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GJC)의 회생절차 신청 방침이 나온 뒤라 늑장 대응이라는 평가입니다.

ABCP를 발행하기 전부터 '아이원제일차'에 대한 등급평가를 거절하는 신평사들이 있었습니다. 레고랜드를 개발하는 10년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자금조달에도 난항을 겪었었죠. 그럼에도 A1 등급을 매긴 건 지방자치단체인 강원도가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이었죠.
#레고랜드사태 #50조유동성공급 #김주현금융위원장 #지급보증 #신용평가사 #신용등급

레고랜드 부도사태 후폭풍이 거세지자 베트남에서 하루 앞당거 귀국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스1
레고랜드 부도사태 후폭풍이 거세지자 베트남에서 하루 앞당거 귀국한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스1

김진태 강원지사는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에 대한 보증 채무를 계약대로 이행하겠다고 뒤늦게 수습에 나섭니다. 김 지사는 10월 6일 "대출 채무를 갚아나가겠으니 금융권은 전혀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고 진화합니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혼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증권·건설사의 연쇄부도설까지 번집니다.

베트남으로 출장 갔던 김 지사가 10월 27일 급거 귀국하여 또 한번 유감 표명을 합니다. 김 지사는 "어떻게든 자금을 마련해서 12월 15일까지 갚겠다"고 약속합니다.

레고랜드 사태로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가동하기로 한 데에는 "조금 미안하다. 어찌 됐든 전혀 본의가 아닌데도 사태가 이런 식으로 흘러오니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합니다. 레고랜드의 지급보증을 철회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에게 타격을 입혀보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물음에는 "전혀 없었다. 정치적으로 공격해서 저한테 득이 될 게 없다"고 답합니다. 김 지사도 사태가 이렇게 커진데 대해 당혹해 합니다.
#레고랜드사태 #김진태강원도지사 #보증채무 #연쇄부도설 #부동산PF

채권시장 자금경색이 깊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김진태 지사에서 '경제를 알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며 '경알못' 프레임을 씌웁니다. 레고랜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를 부도처리 한데 대해 정치적 의도가 있었다며 추궁합니다. 국민의힘도 더불어민주당 출신인 최문순 전 강원지사의 실책이라고 반격하죠. '보증을 선게 잘못 vs 배째라 팽게친게 잘못' 누구 책임이 더 크냐는 겁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시스
김진태 강원도지사 /뉴시스

민주당은 "경제에 무지한 단체장이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전임자 흠집내기에 나섰다가 국가 경제에 중대한 피해만 입혔다"고 비판합니다. 또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서도 "시장이 발작을 일으킨 후에야 늑장 대책, 뒷북 대책, 찔끔 대책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에 과연 경제위기 극복 의지나 있기는 한 것이냐"고 책임을 돌립니다.

퇴임 전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최문순 전 지사 /뉴시스
퇴임 전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최문순 전 지사 /뉴시스

국민의힘도 반격합니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권의 '퍼주기식 포퓰리즘 리스크'가 채권 시장에 폭탄을 던졌다"며 "그 시발점은 8년 전 최문순 강원도정이 제대로 된 사업성 검토도 없이 무책임하게 밀어붙인 '레고랜드 채무 떠안기'"라고 말이죠. 당시 최문순 지사 시절 도의회 승인을 생략하고 레고랜드의 2050억원 채무에 보증을 섰기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겁니다.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원도의 춘천레고랜드 MDA 800억 위법투자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 회원들이 2019년 4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강원도의 춘천레고랜드 MDA 800억 위법투자 백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레고랜드사태 #김진태 #최문순 #채권시장 #자금경색 #경알못 #지급보증 #레고랜드책임공방

레고랜드발 부동산PF 시한폭탄.. 도미노 부도 공포

레고랜드 사태로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금융시장의 화약고로 지목된 부동산 PF 시장은 최근 수년간 몸집을 불린 상태입니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지난 6월 기준 112조원에 달하고 PF유동화증권 등을 합치면 150조원대로 추산됩니다.

/뉴스1
/뉴스1

우려의 시선은 제2금융권에 쏠립니다. 제2금융권은 사업인허가 전 단계에서 시행된 뒤 추후 본 PF 대출을 통해 상환되는 '브릿지론'의 취급 비중이 큰데, 올해 하반기 이후 전 금융권에서 PF 실행을 중단하면서 브릿지론 부실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인데요.

제2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부실화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의 PF 관련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올 상반기 말 기준 2289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고 보험사의 부동산 PF대출 부실채권비율 역시 6월 말 0.33%로 작년 말(0.07%)보다 5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PF 유동화증권들이 팔리지 않을 경우 증권사는 직접 매입 해야 합니다. 아직은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는 유동성으로 차환발행 물량이 어렵게 소화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시기가 더 길어진다면 차환 발행 중단에 의한 건설사, 증권사 신용위험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전문가들은 경고합니다.
#제2금융권위기 #부동산PF #레고랜드사태 #PF대출부실화 #증권사신용위험 #건설사부도

레고랜드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안으로 증권사들이 사실상 구조조정에 들어갑니다. 자금이 부족한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금리를 두 배 높인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 발행으로 연명하면서 돈이 될만한 자산부터 내다 팔기 시작합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 /사진=김범석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증권 /사진=김범석 기자

전문가들은 자금 경색이 계속되면 연내 중소형 건설사 부도에 이어 중소 증권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건설사와 마찬가지로 지방 PF를 취급한 중소형 증권사부터 벼랑끝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거죠. 한국신용평가가 지난 8월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자기자본 대비 모니터링 익스포저(분양형 부동산 익스포저 중 손실 위험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비율이 높은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26%), 하이투자증권(26%), 교보증권(21%) 등 순입니다.

증권사의 유동성 리스크는 이미 진행 중입니다. 증권사들은 만기 PF채권을 담보로 ABCP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를 발행해왔는데, 투자심리 악화로 차환이 되지 않는 사례가 최근 속출했죠. 한국투자증권은 10월 19일 만기된 완주 PF ABCP를 전액 매입했습니다. 완주군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투자자들이 차환을 거부하면서 주관사가 자체자금으로 사들인 것이죠. 교보증권은 12일 만기된 천안 북부BIT리치제일차 자산유동화 ABSTB를 전액 매입했고 현대차증권도 신용보강한 전단채중 19일 만기인 물량 일부가 차환 발행이 안돼 자체자금으로 막았습니다.

증권사 부동산 PF현황 /fnDB
증권사 부동산 PF현황 /fnDB

부동산 PF 유동화증권 차환 위험에 건설, 증권 관련 투자심리는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했죠. "○○증권사 매물로 나왔다"는 짜라시들이 시장에 유포되면서 언급된 증권사와 건설사뿐만 아니라 업종 전체가 주가 급락 등 피해를 봅니다. 금융감독원은 10월 20일 한국거래소와 등과 합동 단속반을 꾸리고 악성 루머 유포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하기에 나섭니다. 정보지의 이런 매각 소식은 아직까지는 가짜뉴스지만, 곧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는게 시장의 분위기입니다. 증권업계는 연말을 앞두고 인원감축 등 몸집을 줄여가고 있습니다.
#부동산PF유동화증권 #증권사구조조정 #기업어음(CP) #중소형증권사 #부도설 #인원감축

건설사들은 최악의 시련을 맞습니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데다 잘 나가던 분양시장마저 고꾸라집니다. 여기에 자금조달 창구까지 막혀버린 거죠. 건설산업의 주요 자금줄인 PF가 하반기부터 올스톱되면서 신규 사업 중단사태가 속출 합니다.

한 부동산 시행사는 서울에서 토지 매입을 추진하다가 PF를 일으키지 못해 사실상 '땅작업'을 중단합니다. 연초에 3.5%였던 증권사 PF 대출금리가 지금 선순위 대출은 10%, 후순위 대출은 20%까지 치솟았는데도 대출을 해주겠다는 곳이 없습니다. 또다른 시행사는 대구에서 준비하던 신규 분양을 무기한 연기했습니다. 대구지역 집값 하락으로 미분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공사현장 /뉴시스

건설업계는 PF 부실화가 초읽기에 들어갔다고 우려합니다. 금리가 계속 오르는데 PF 대출은 막혔고, 공사비는 최근 20∼30%씩 상승한 상태여서 현금 동원력이 없는 중소형 시행사들은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이들은 정부가 선제대응하지 않으면 건설업계는 물론이고 우리 국가 경제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대형 건설사들도 휘청거리긴 마찬가지 입니다. 시공능력평가 8위의 롯데건설이 자금난을 겪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정비사업의 분양이 늦어지면서 우발채무가 발생한 탓이죠. 롯데건설은 운영자금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10월 18일 유상증자 2천억원을 시작으로 11월까지 계열사들에게 차입을 받습니다. 롯데캐피탈에서 5000억원, 롯데홈쇼핑서 1000억원 등 롯데건설은 한 달 만에 현금자산만 1조1000억원에 끌어모았습니다. 시장에서는 롯데건설의 부도설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그룹사의 손을 빌릴 수 있는 롯데건설의 부도 가능성은 적다고 보입니다. 전문가들 역시 진짜 '돈맥경화'의 위험은 작은 규모의 '나홀로' 건설사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월별 주택 종합 매매가격지수 변동률 추이 /fnDB

이런 우려는 11월 들어 더 현실화 됩니다. 일부 중견 건설사는 자금난이 심화하며 부도설까지 돌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의 자금조달이 어려운 상태에서 집값 하락으로 신규 분양률이 저조하고, 입주율까지 떨어지며 자금 회수에 어려움이 커진 때문이죠. 시행사, 건설회사, 하청업체들까지 줄줄이 타격이 예상됩니다. 현금 조달이 어려운 중소형 건설사부터 연쇄 부도 공포가 엄습하고 있습니다.
#부동사PF #건설사부도 #PF대출 #롯데건설자금난 #둔촌주공재건축 #미분양

레고랜드 부도사태로 인해 정부가 50조원이 넘는 유동성 공급 방안을 발표했음에도 금융투자업계는 한은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채안펀드로는 한계가 있다는거죠. 이들은 한은의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과 비은행 금융기관 대출, 증권금융 유동성 공급 등의 대책도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합니다. 한은 발권력 등을 동원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및 코로나19 위기 때 시행한 강력한 수준의 대응책을 내놔야 한다는 겁니다.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정상화 방안 주요내용 /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지적합니다. 정부와 한은이 특정 금융사를 분별없이 구제해주면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것이란 우려입니다. 초저금리시대, 부동산 시장 호황기에 건설사·사업시행사와 금융회사는 부동산 PF 대출·보증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챙겨왔습니다. 그런데 사고가 터지자 정부·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은 명분이 떨어진다는 논리입니다.

그러나 현재 자금시장 불안이 금융·부동산 시장 전반의 위기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시장 대응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현재 지금의 위기가 제1금융권이나 고용시장으로 전이될 이슈는 아니라는 판단하지만 부동산 시장과 직결된다는 측면에서 결국 어느 정도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금융·부동산 시장의 불똥이 경제 전반으로 번기지 전에 말입니다.
#레고랜드사태 #PF대출보증 #부동산시장위기 #채안펀드 #한은발권력 #금융사도덕적해이

기자 정보 카드

최신 뉴스

부동산PF 경색에 건설사 '돈맥경화'…대형·중견사로 번지나

부동산PF 경색에 건설사 '돈맥경화'…대형·중견사로 번지나

기사내용 요약 1일 한신공영 회사채 65%까지 치솟아 롯데건설, 그룹사 통해 7000억원 조달 KR, 태영건설·코오롱글로벌 등 주시해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건설업계가 워낙 어렵다보니 이제 고등학생인 자녀들이 어디서 이야기를 듣고는 혹시 아빠네 회사도 망하냐고 물어보네요." 한 대형 건설사에 근무하는 A씨는 최근 건설업계에 퍼지는 부도설과 관련해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금리인상의 여파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가운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 유동성까지 흔들리면서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견 이상의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던 것처럼 다시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7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올해 시공능력평가 25위의 중견 건설사인 한신공영은 지난 1일 회사채가 최고 금리 연 65.147%에 유통되면서 자금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왔다. 해당 채권은 장 초반 민평금리(민간채권평가사 평균 평가금리·연 5.801%)보다 약 3%포인트(p) 가량 더 높게 거래되다가 장중 차이가 15%∼33%p를 넘어서더니 결국 59%p까지 벌어졌다. 시공능력평가 8위인 롯데건설은 지난달 '운영자금 안정성 확보'를 목적으로 그룹 계열사인 롯데 캐피탈을 통해 유상증자 2000억원과 금전소비대차 5000억원 등 총 7000억원의 자금을 조달받았다. 또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의 PF 차환 문제로도 불안감을 고조시키다가 지난달 28일 실패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다. 앞서 올해 시공능력평가 202위(충남지역 6위) 건설업체인 우석건설이 지난 9월 말 납부기한이 도래한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처리되는 등 건설업계 자금경색 문제는 중소업체들 위주로 발생해 왔으나, 최근에는 중견 및 대형 건설사에서도 불안한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건설업계의 자금 유동성 불안은 이미 올해 상반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한국기업평가(KR)가 지난 9월 발표한 '건설사 부동산PF 리스크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KR 유효 등급을 보유한 22개 건설사의 PF 우발채무(정비사업 제외)는 총 18조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R은 롯데건설, 태영건설,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우건설 등의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편이라고 분석하면서, 주로 개발사업 과정에서 신용보강 증가, 만기구조 단기화 등의 요인이 작용한 업체들이 우발채무 규모가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KR은 "롯데건설은 다수의 개발사업 추진과 브릿지론 신용보강 등으로 자금보충 약정 규모가 4조3000억원에 이른다"며 "7조8000억원 규모 우선수익권을 담보로 한 재무융통성이 인정되지만, 만기구조가 단기화돼 갑자기 유동성위험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HDC현산은 착공 및 분양성과가 우수하지만, 안전관련 이슈 등으로 자본시장 접근성이 제한적이고 상당수의 PF유동화 증권 만기가 단기화돼 있다"며 "GS건설과 대우건설은 조정 전 대비 조정 우발채무 규모가 상위에 분포하는데 만기구조 단기화로 조정 효과가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태영건설은 만기 구조가 장기화돼 있고 분양률이 우수하나 재무완충력을 감안할 때 PF 우발채무 규모가 과중한 수준이고, 코오롱글로벌은 상대적으로 과소한 자본 대비 조정 우발채무 규모가 크다"면서 "PF 우발채무 규모와 질적 리스크를 종합할 때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태영건설 등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물론 아직까지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외의 대형사들은 집값 급등기 당시 쌓아 놓은 현금자산 등을 바탕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재무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비상장사에 자본금이 적어 업계에서 우려가 나왔던 롯데건설은 그룹사가 있다 보니 실질적인 도산 위험은 적다는 인식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난 2008년 이후의 상황을 잊지 말고 정부가 미리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시공능력평가 13위였던 쌍용건설과 벽산건설(28위), 남광토건(35위) 등 중견 이상의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부딪혀 워크아웃 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PF시장 대출 연장 거부는 전형적인 유동성 위기로, 대출이 막혀 공사 자금 확보가 어려운 건설사가 증가하고 연대보증으로 인한 부도 위험도 커지고 있다"며 "건설부동산 부문에서 발생한 신용경색 상황에 대해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 대응과 대내외적 시장 신뢰 확보가 2023년 국내 경제의 안정적인 성장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PF에 수조원 물린 중소건설사 줄도산 공포

PF에 수조원 물린 중소건설사 줄도산 공포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불안에 중소건설사들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방 주택사업이 주력인 중소건설사의 경우 부동산 경기침체로 미분양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자금조달 통로가 막히는 이른바 '돈맥경화'까지 겹치면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실제 이미 일부 지방 건설사가 부도를 맞았다. 정부가 50조원 이상의 자금 투입으로 진화에 나섰지만 중소건설업계에선 여진이 이어질 것이란 잿빛 전망이 지배적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중소건설사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된 대출 및 지급보증 규모가 수조원에 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의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경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부동산 PF대출 잔액은 383억원가량이다. 여기에다가 지난 20일에는 계열사 '군포복합개발피에프브이'에 대한 96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 특히 지난 6월까지 보증을 선 PF 차입금 자금보충약정 실행잔액은 2조9006억원에 이른다. 올해 6월말 기준 동양건설산업의 PF대출 보증금액은 2938억원에 이르는 등 PF 보증금액이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시공능력 100위 이내의 중소건설사가 적지 않다. 저리에 발행한 회사채의 만기가 돌아오는 것도 큰 부담이다. 자금여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의 채권은 고금리 부담과 불안정한 시장 분위기로 차환발행이 어려워 디폴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주요 중소건설사의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대부분 금리가 2~4%대로 낮다. 태영건설의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연 이자율 2.33%의 1400억원이다. 재무구조는 녹록지 않다. 태영건설은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이 488%, 유동비율은 100%를 밑돈다. 유동비율이 100%를 밑돈다는 것은 1년 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같은 기간 갚아야 할 부채보다 적다는 의미다. 동부건설의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는 750억원으로 이자율은 3.54~4.2%다. 아이에스동서의 내년 상반기 만기 회사채는 1200억원으로 이자율은 4.0~4.6%다. ㈜한양은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가 1150억원으로 이자율은 2.1~3.5%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quot;정부가 개입할 수 있는 것은 PF 관련 대출기준 강화, 또는 시중의 회사채 매입 등의 지원&quot;이라며 &quot;다만 정부 보증지원은 기존 부동산 PF 등이 대상으로, 건설업계 등이 요구하는 적극적&middot;전면적 지원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quot;고 우려했다. 지방 사업장별 대출부실 가능성 진단과 선제적 금융지원 방안이 수립되지 않으면 더 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의 '최근 5년간 건설사 도산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도산한 건설사 수는 총 8곳으로 집계됐다. 미분양이 앞으로 쏟아진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돼 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3만2722가구로 집계됐다. 이들 미분양분은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매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 김정주 건설산업연구원 경제금융실장은 &quot;정책금융기관을 활용, 신용보강을 제공함으로써 금융사들의 금융지원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quot;고 조언했다. [email protected] 김아름 김서연 최용준 김희수 기자 [email protected] 김아름 김서연 최용준 김희수 기자

둔촌주공마저 돈줄 막혀 시공사 부담…부동산PF 위기론 확산하나

둔촌주공마저 돈줄 막혀 시공사 부담…부동산PF 위기론 확산하나

[서울=뉴시스] 강세훈 기자 = 경색된 자금시장 여파로 국내 최대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차환 발행(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채권을 새로 발행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부동산 PF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건설·증권업계 등에 따르면 BNK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은 오는 28일 만기가 돌아오는 둔촌주공 PF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 차환에 실패했다. 증권사들은 기존 사업비 7000억원에 추가로 1250억원을 더해 총 8250억원의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발행을 시도했지만 투자자를 구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레고랜드발 단기자금 경색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급격히 냉각시켜 둔촌주공 사업비 대출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레고랜드 ABCP 지급보증 파행 사태의 여파가 자금시장을 뒤흔들고 있다"며 "PF 유동화 시장이 급속하게 얼어붙었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재건축 조합 등 시행사들의 부동산PF에는 시공 건설사들이 보증을 선다. 보증을 선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은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하고 내년 초 일반분양을 할 때까지 건설사의 자체자금으로 사업비를 직접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설사들이 지급보증 부담을 떠안게 되는 것이다. 상환해야 할 금액은 현대건설 1960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750억원, 대우건설 1645억원, 롯데건설 1645억원 등이다. 시공 사업단들은 현금성 자산이 풍부한 만큼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각 회사가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현대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조965억원이다. 이어 대우건설이 1조1221억원, HDC현대산업개발 6280억원, 롯데건설 5950억원 등이다. 한 시공 건설사 관계자는 "우선은 증권사를 통해 추가 자금조달 방안을 시도해보고 28일까지 안되면 회사 내 곳간에서 빼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현금성 자산의 여유가 있기 때문에 상환하면 되는 것이고, 사업 추진에는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또 둔촌주공의 경우 사업성이 높은 미분양의 걱정이 없는 만큼 사업 추진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른 시공 건설사 관계자는 "일반분양하면 다 받는 돈이기 때문에 내년 초 일반분양 할 때까지만 자체 자금으로 버티면 된다"며 "분양이 안된다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둔촌주공의 경우 워낙 핵심 입지인데다 수요가 많은 만큼 미분양의 걱정은 사실상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건설 경우 곳간에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 규모는 약 6조7000억원이며, 그중 약 3조1000억원이 올해 말까지 만기 도래한다. 이에 따라 롯데건설은 지난 18일 롯데케미칼, 호텔롯데 등을 대상으로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하고, 20일에는 최대 주주인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둔촌주공 차환 실패 사례가 경색된 자금시장 여파의 예고편일 뿐 앞으로 PF시장에서 건설사들의 자금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우량 사업으로 분류되던 둔촌주공마저 돈줄이 막힌 마당에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은 자금난이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특히 부동산 침체기에 미분양이 늘어날 경우 대금지급 불능사태가 발생하며 중소건설사 부도 대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문제는 최근 분양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말 1만7710가구에서 올해 8월 3만2722가구로 85% 늘었다. 수도권 미분양도 같은 기간 1509가구에서 5012가구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무엇보다 악성 재고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증가 추세에 있다. 1순위 청약경쟁률의 경우에도 전국기준 작년 3분기 30.9대1에서 올해 3분기 3.5대 31로 하락했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분양이 증가하고 자금 조달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으로 바뀌면서 건설사 PF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분양사업 실패 시 PF 보증을 선 시공사의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 24일 발간한 '부동산PF 위기인가' 리포트를 통해 "대개 부동산 경기 악화, 미분양 증가, 시행사현금흐름 악화, PF부실로 이어지는 그림이었다면 지금은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한 PF 지급보증 사태라는 점에서 시작점이 다르다"며 "부동산 미분양에 따른 대금 지급 불능 사태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무서운 것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여전히 불안한 캐피털사…부동산PF 24조 처리 놓고 고심

여전히 불안한 캐피털사…부동산PF 24조 처리 놓고 고심

기사내용 요약 PF대출 잔액, 상반기 기준 24조8132억원 PF대출 익스포저 비율 84.4%…가장 높아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캐피털업계는 자동차할부·리스 등 전통 수익원의 경쟁 심화 등으로 최근 몇 년 새 부동산PF대출을 확대, 그 증가세가 가팔랐다. 특히 캐피털업계는 '본 PF'보다 위험도가 높은 '브리지론'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아 PF 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율이 타 업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레고랜드발(發) 자금시장 경색까지 겹치며 부실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캐피털업계의 PF대출 잔액은 2019년 말 10조3491억원에서 올 상반기 24조8132억원으로 급증했다. 한 중견 캐피털사의 경우 2018년 말 3827억원이었던 부동산PF대출 규모가 올 3월 기준 6783억원 수준으로 2배가량 늘었다. 특히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자기자본 대비 PF대출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율은 캐피털업계가 84.4%로 저축은행(79.2%), 보험사(53.6%), 증권사(38.7%), 은행(12.9%) 등 다른 업권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캐피털업계가 타 업권에 비해 브리지론에 대한 투자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PF대출은 '브리지론'과 '본 대출'로 구분된다. 브리지론은 통상 사업 인허가와 본 PF대출 이전에 실행하는 대출이다. 시공 이전 토지매입, 인허가, 시공사 보증에 필요한 자금을 공여한다. 이와 달리 '본 대출'은 시공이 결정된 후 자금을 공여하는 것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 문제가 됐던 부동산PF대출 역시 브리지론이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PF대출 리스크와 관련해 "변제순위를 따지면 '본 PF, 브릿지론 선순위, 브릿지론' 순"이라며 "수수료수익이 크지만 손실 위험도 높아지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캐피털사는 은행이나 저축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대부분의 자금을 여전채 등 채권을 찍어 조달하는데, 금리 급등으로 현재 자금줄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레고랜드발 자금경색 사태와 관련해 부실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부동산PF대출에 대한 전방위적인 점검에 나섰다. 다음주 초 관계기관 회의를 개최하는 등 부동산PF와 관련해 시장 안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은행은 안전할까…자회사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은행은 안전할까…자회사 부동산 PF 부실 우려도

기사내용 요약 4대 금융지주 종목, 자회사 PF 우려 '빨간불' 비은행 비중 높을수록 PF 우려 커질 수 있어 [서울=뉴시스] 류병화 기자 =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화 증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증권가에서 대형 금융지주사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은행 자체 PF가 흔들릴 가능성은 작지만 비은행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는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KB금융은 전 거래일 대비 600원(1.33%) 오른 4만5700원에 거래를 종료했다. 이어 하나금융지주(0.93%), 신한지주(0.56%), 우리금융지주(0.44%) 등이 상승했다. 금융지주는 금융업권 내에서 PF 익스포저(위험노출) 비중이 크지 않은 편이다.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위험한 PF 대출에 나서지 않아 사업성이 떨어지는 상황에 놓이게 되더라도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레고랜드 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채무불이행 사태 이후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부동산 PF와 관련한 질문이 전날 열린 4대 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빠지지 않고 나왔다. 임필규 KB금융지주 부사장(CRO)은 "부동산 PF와 브릿지론을 합하면 그룹 전체적인 익스포저는 약정금액 기준으로는 약 15조원 정도, 잔액 기준으로는 9조5000억원 정도"라며 "이중 문제 사업장으로 보는 부분은 약 1070억원 정도, 약정액 기준으로 0.68% 비중을 차지한다"라고 말했다. 방동권 신한금융 CRO도 "부동산 PF와 브릿지론은 총여신의 2% 정도"라며 "기획 관리로 전수조사를 진행한 결과 고정이하여신은 200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정석영 우리금융 CRO는 "그룹 전체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1조8000억원 규모"라며 "이중 1조원 정도가 우리은행인데 부실이 전혀 없다. 나머지는 우리금융캐피탈과 우리종합금융 등에서 차지하는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되는 금액은 400억원이고 충당금은 200억원을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정승화 하나증권 CRO는 "하나증권의 우발채무는 9월 말 기준 3조9000억원 정도로 6월 말 대비 1조원 정도 감소했다"며 "부동산 금융이 1조9000억, 이중 본 PF가 1조1000억원, 실물 부동산이 2000억원, 브릿지론이 6000억원 정도"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는 PF와 관련해 은행에서 직접적인 부실을 떠안을 가능성은 작지만 비은행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의 실적 변동성이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증권사 등이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최근 2년간 부동산 시장 활황과 함께 PF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냈으나 점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비은행권 비중이 높은 지주는 하나금융이 꼽힌다. 우리금융의 경우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고 있지 않아 비중이 낮은 편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3분기에 이어 4분기 실적 변동성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최근 시장에서 부각된 부동산 PF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형 4대 금융지주 가운데 비은행 자회사의 부동산 PF 익스포저가 가장 많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타사와 달리 증권 등 비은행 부문 비중이 작아 이익 변동성이 크지 않다"며 "실제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 등 자회사 익스포저는 지난 6월 현재 10조9000억원으로 대형 금융지주 중 가장 작은 것으로 평가돼 가장 안정적인 실적을 달성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신한지주에 대해 "카드, 증권, 캐피탈 등 비은행 이익이 감소하고 조달비용 증가, PF 대출 관련 손실 증가 등으로 향후 실적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비은행 실적 방어를 위한 대응이 향후 과제"라고 평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