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의 약국 현관에 "종합병원 처방조제"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뉴스1
대한약사회는 '창고형 약국'이 약사의 전문성과 직능을 위협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처방전을 따라 약을 조제·판매하는 역할이 과연 전문직의 본질에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들의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약물 오남용 우려'와 '복약지도 필요성'만을 내세운 반대 논리는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습니다. 원격 진료와 비대면 진료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의약품 유통만큼은 약사가 독점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약사의 전문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고령화로 인해 복잡한 약물 관리가 필요한 노인과, 약물 오남용 문제가 심각한 청소년 등 사회가 진짜로 필요로 하는 약사의 전문성은 오히려 약국 밖에서 더 요구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창고형약국 전경. 사진=성민서 기자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시장 파괴자에 대한 두려움에서 그칠 문제가 아닙니다. 어쩌면 창고형 약국은 약국이 곧 약사인 기존의 약국 생태계를 흔드는 존재가 아니라, 약사 사회와 국민 모두에게 변화와 성찰의 기회를 던져주는 계기일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정부와 약사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약사의 역할과 전문성을 어떻게 재정립할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