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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금융포럼] 제임스 바스, 은행과 기업의 결합

최승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6

수정 2014.11.07 13:55


금융기관에 대한 권한 규제, 금융기관과 기업의 결합에 대한 규제, 정부 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 여부는 공공정책상 중요한 문제다. 우리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대체로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첫째, ‘금융기관이 증권업, 보험업, 부동산업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제’하는 것과 ‘금융산업의 발전’ ‘증권시장과 금융중개업의 발전’ ‘산업경쟁력’간에는 통계적으로 충분히 입증할 만한 관련성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든 금융기관의 활동을 규제하는 것이 금융·증권시장의 발전이나 산업경쟁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은행의 기업 소유와 지배력, 기업의 금융기관에 대한 소유와 지배력 등의 지표를 토대로 연구한 결과 은행과 기업의 결합을 규제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금융위기와 관련해 은행의 증권업 진출에 대한 규제가 심한 나라일수록 대규모 금융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즉 은행의 증권업·증권중개업·투자신탁업 진출을 정부 감독기관이 규제하는 나라는 금융시스템이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넷째, 금융업과 기업의 결합을 규제한다는 것은 곧 그 나라의 금융제도가 취약하다는 뜻이다. 기업에 대한 은행의 진출규제는 금융의 취약성과 무관하지만, 금융기관의 기업 소유를 제한하는 것은 금융제도의 취약성과 관련이 있다.

은행의 기업 소유를 규제하는 국가는 ‘주요한’ 금융위기, 심지어 ‘조직적인’ 금융위기까지 불러올 가능성이 훨씬 크다. 따라서 금융 취약성을 개선한다는 목적으로 금융과 기업의 결합을 규제하는 것은 근거가 약하다.

다섯째, 금융기관, 기업, 증권시장이 낙후할수록 국가의 금융기관 소유도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이론적으로는 정부의 금융기관 소유가 고급정보의 접근이나 희소 자본을 생산적인 프로젝트에 집중하도록 하는데는 유익할 수 있으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다.

결국 지금까지의 경험적 결과에 비춰볼 때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 정책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구체적으로 은행에 대한 증권업 진출규제, 기업 소유 규제는 금융산업이 불안정하다는 사실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분석에 따르면 투자은행, 보험, 부동산 분야에서 금융업과 기업의 결합을 규제하거나 금융기관의 활동에 제약을 가함으로써 얻는 긍정적인 효과는 없다.

금융기관의 사업영역에 대한 규제는 금융산업의 전체적인 발전, 산업간의 경쟁과 특별한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제대로 작동하는 안정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은행을 어떻게 관리하고 소유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연구하는 것이다.

▲ 은행이란 과연 무엇인가

은행시스템의 안정 없이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최근 세계적으로 경험한 것처럼 금융시스템이 일시적으로 붕괴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기업의 자금조달이 난관에 부닥친다.

1980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130개국이 금융위기에 당면해 경제가 후퇴하는 등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러한 위기는 곧 정부, 세계은행(IBRD), 국제통화기금(IMF)으로 하여금 금융개혁에 착수하도록 만들었다.

금융기관의 취약성을 극복하고 제대로 된 금융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어떻게 금융을 개혁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두 가지 조처가 필요하다.

우선 은행의 소유·규정·감독에 대한 각국의 실태를 파악해야 한다. 각 나라마다 은행이 어떻게 운영·관리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그것이 ‘은행’인지 아니면 ‘은행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실태 자료를 공식채널을 통해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라가 흔치 않다는 점이다. 어쨌든 그것이 실질적인 의미의 은행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면 은행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를 알아야 한다.

둘째, 확보한 자료를 분석해 은행의 다양한 환경과 능률 관계, 좀 더 넓게는 금융기관의 효율성을 판단해야 한다.

은행의 기능을 전통적인 예금·대출업무에 국한하는 사람들은 은행의 증권업, 보험업, 부동산투자업 진출과 기업 지배 과정에서 본질적인 이해의 충돌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은행의 사업 진출에 상당한 재량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에서는 ‘보편적’인 금융체제가 구축돼야 다양하고 안정된 은행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규제가 적으면 은행 가치가 높아지고 은행이 좀더 신중한 결정을 하도록 자극한다.

▲은행이 모두 은행은 아니다
우리가 세계 60개국을 표본으로 뽑아 연구한 결과 은행의 증권업, 보험업, 부동산업에 대한 접근성에 있어 나라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꿔 말하면 어떤 국가에서 은행으로 통한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나라에서도 반드시 은행으로 간주되는 법은 없다.

특히 한국의 금융산업은 국제적인 금융지표 집계대상에서 종종 빠질 만큼 낙후한 실정이다.

밀큰연구소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산업은 미국, 스위스, 캐나다, 호주, 스웨덴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아시아의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보다도 낙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의 금융수준은 멕시코, 브라질, 칠레 등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오른 전자, 건설 등 제조업 분야의 위상을 무색하게 만들정도다.

최근 발생한 각국의 금융위기를 보면 금융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항상 뒤따랐다. 그러나 개혁을 해야 한다는 말만 무성할 뿐, 효율적이고 안정된 금융체제를 갖추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은행을 관리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는 없다.

금융업에 대한 감독 가운데 핵심적인 것은 바로 ‘증권업 진출’에 대한 규제다. 평균적으로 이 부분에 대한 규제가 강할수록 은행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금융위기가 도래할 가능성은 커진다.

은행의 기업 소유에 대한 규제가 강할수록 금융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같이 높아지며, 이런 식의 규제는 금융산업의 발전, 기업과 증권시장의 성장, 산업간의 경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

정부 소유의 은행이 지배하는 은행자산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금융산업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같은 예측은 기업과 증권시장의 발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금융 규제가 어떤 최상의 결과를 낳을 지의 여부는 다분히 감독기관의 성격에 달려있으며, 얼마나 효과적인 감독을 하느냐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리=rock@fnnews 최승철
■제임스 바스 프로필
밀큰연구소가 자랑하는 금융분야 전문가로서 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어번대학에서도 금융을 가르치고 있다. 금융기관과 자본시장에 관한 뛰어난 연구실적을 갖고 있는 바스는 특히 금융감독 분야에 정통하다.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또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교수를 역임했고 미국 의회예산국과 세계은행 초빙 연구위원을 지냈다. 현재 조지타운대 신용조사센터의 자문위원도 겸하고 있다.


그는 미국의 ‘경제인명록(1700∼1995년)’에도 이름이 올라 있다.

▲연방 가계대출은행위 수석분석가

▲조지워싱턴대 교수

▲미국과학재단 국장

▲미 의회예산국 초빙 연구위원

▲세계은행 초빙 연구위원

<주요 저서>

▲국제 금융 위기에서 정부와 시장의 역할(공저)

▲동아시아 금융위기(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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