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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금융포럼]스트라스하임 밀큰연구소 사장 발표 요약

곽인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7

수정 2014.11.07 13:54


지난 수십년에 걸친 개발 모델과 국제 금융구조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 이러한 모델을 떠받쳐 주던 금융기관과 국제 금융기구도 마찬가지로 시대에 뒤떨어졌다.

신흥국가가 선진국 시장에 수출을 노리고 완제품을 만드는 것만으론 더이상 장기 성장이 보장되지 않는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기 위해선 각국 내부에서 민간 장기 자본을 활용한 시장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대다수 신흥,개발도상국들은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모델을 더이상 채택하지 않는다. 지난 97∼98년의 경제위기를 통해 경제 개발에서 금융이 차지하는 역할이 뚜렷히 드러났다.
정치권력의 집중과 산업통제,금융자본의 문제 등을 떼어놓고 금융구조 개혁을 논할 수 없다.

경제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나라들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개혁이 없는 한 이들 국가의 경제는 똑같은 형태의 문제에 직면할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은행권에 집중된 자본 의존도는 국가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바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좋은 예다.

월 스트리트 저널지은 최근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위기 때 국제사회로부터 구제금융 처방을 받고 마치 경제위기에서 벗어났다는 착각 속에 금융 개혁과 기업 구조조정의 고삐를 늦췄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재벌들은 기업확장을 위해 은행 빚을 늘려 갔으며 경제위기 속에서 끊임없이 지적돼 온 변화의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다.지나치게 엄격한 한국의 금융규제도 경제위기에 한몫했다.

은행에 대한 자본 의존도가 높은 나라일수록 더 깊은 경기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은행권에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면 기업은 다른 탈출구를 찾을 길이 없다.‘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표현은 21세기 금융산업에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잘못된 금융정책은 거액의 은행자본이 부실대출로 전락하는 결과를 낳는다.

기업 입장에서도 금융 의존도를 분산함으로써 ‘자본시장 접근 지수’(CAI)가 개선될 때 비로소 효율적인 경영과 투자효과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자본시장의 역할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경제정책의 목표는 거시경제적 성장과 안정을 통해 국부(國富)를 최대화하는 것이다. 자본시장은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는 데 두가지 혜택을 준다.

첫째,민간 자본시장은 저축과 투자를 생산 부문으로 전환하고 국제 투자를 유치함으로써 경제발전과 국부 창출을 용이하게 한다.

둘째,자본시장은 집단적인 위기 관리를 가능하게 한다. 성숙한 자본시장은 위기에 대처하고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메커니즘과 전략을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다변화한 금융시스템은 더욱 효율적으로 자본을 배분한다.

이러한 위기관리를 통해 장기적인 자본투자가 가능해지고 자본축적이 이뤄지며 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민간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거시경제적 장애물

장기투자를 가로막는 가장 큰 걸림돌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다. 해외,또는 국내의 금융위기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증폭하고 세계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왜 이러한 일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가.

지난해 밀큰연구소는 그 해결책으로 네가지 방안를 제시했다. 즉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을 본딴 새로운 초국가적 금융기관의 창립,금융 감독 관행의 변화,정책변화와 동시에 시장에 기반을 둔 개혁 등이 그것이다.

초국가적 금융기관은 최후의 대출기관으로 기능하며 국제적인 감독 기구 역할을 맡는다.

각국의 감독관행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금융기관에 대한 통제강화와 환율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책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 측은 투명성에 중점을 둔다.특히 경쟁적인 금융시장이 스스로를 통제하는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다.

◇국제무역과 환율

무역 개방도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입이 차지하는 비중으로 계산할 수 있다. 예컨대 지난 98년 싱가포르의 총 무역액은 국내총생산의 254%에 달했다.이는 싱가포르가 국제 경제에 깊숙이 편입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반면 미국은 이 비율이 19%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통화·금융 정책은 국내 요소를 더 고려해서 결정된다. 그러나 싱가포르·홍콩·벨기에 등은 국제무역과 자본의 흐름 안에서 정책을 결정한다.

환율 정책에는 세가지 측면이 있다. 신뢰,융통성,안정이 그것이다.

남미의 경우 상대적으로 정부의 힘이 강하고 국제무역에 깊이 의존하는 나라는 신뢰에 중점을 둔 고정환율제를 선호하는 측면이 있다. 또 고인플레이션에 금융위기를 겪은 나라들 역시 최후의 수단으로 고정환율제에 매달린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이 좋은 예다. 그러나 고정환율제가 인플레이션 등으로 신뢰를 잃으면 국제수지에 문제가 나타난다.

반면 제조업의 수출부문 비중이 높은 국가는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해 융통성을 강조한다. 결집력이 약한 정부도 정치적 이익을 겨냥,환율을 조정하기 쉽도록 변동환율제를 선호한다. 이 경우 환율이 정치적 변화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약점이 있다. 이렇게 되면 평가절상과 절하가 수시로 되풀이된다.

자본시장의 관점에서 보면 당연히 장기 전망이 가능한 환율 안정을 선호한다.

◇제도개혁

자본시장이 발달하려면 제도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각국의 법률 환경과 계약관행,금융 규칙,회계,효율적인 기업 통제 등이 이에 해당한다.

금융위기는 과도한 단기부채와 잘못된 환율 정책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따라서 제도개혁은 금융관행과 감독규정에 주안점을 두고 추진되어 왔다. 이를테면 통화·금융정책의 투명성,통계의 공개,회계관리 규정,지불·결제 시스템의 개선 등이 그 대상이다.

◇자본 접근 지수(CAI)

지난 98년 밀큰연구소가 개발한 자본 접근 지수는 기업인이 자본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한 것이다.
이 지수는 창업을 하거나 신규 분야에 진출하거나 기업을 구조조정할 때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본 접근이 쉬운 나라는 시장 경쟁력이 높아지고 장기적으로 뛰어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자본 지수는 장기 주식시장 성과를 예측하는 데도 좋은 도구이다.

/정리=eclipse@fnnews.com 전태훤
■도널드 스트라스하임 밀큰연구소 사장 프로필
지난 85년부터 세계 최대의 증권회사겸 투자은행인 메릴린치에서 수석이코노미스트로 재직하다가 97년 밀큰연구소로 옮긴 스트라스하임은 미국 금융계에 널리 알려진 경제전문가다.미국 기관투자가 ‘올스타 팀’에 10차례나 뽑히기도 했다.

스트라스하임 사장은 메릴린치에서 근무하기 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런스 클라인의 요청에 따라 워튼 경영대학원 부설 워튼계량경제연구소 소장직을 역임했으며 이때 당시로서는 최초로 개인 컴퓨터용 대규모 계량경제 모델을 수립해 이름을 떨쳤다.
▲1971년 퍼듀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캘리포니아주 건설회사 플로어 코포레이션 이코노미스트

▲워튼계량경제연구소 소장

▲메릴린치 수석이코노미스트

▲현재 밀큰연구소 사장

▲미네소타주 미네아폴리스의 자금운용회사인 인베스터스 디버시파이드의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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