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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국제금융포럼]전철환 한은총재 발제문 요약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07.12 04:47

수정 2014.11.07 13:54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경제 각 부문의 구조개혁에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투자 개방 업종을 늘리는 등 경제의 개방 폭을 크게 확대했다.이런 노력에 힘입어 외환 수급사정이 개선되면서 98년 3월부터는 환율과 시장금리가 크게 하락하고 뒤이어 신용경색도 완화되는 등 외환시장과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한국경제는 올 들어서도 양호한 모습을 이어가고 있다.
GDP 성장률은 1·4분기중 12.8%를 기록했으며 2·4분기중에도 9%대의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중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수입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전년동기의 125억달러에 비해 크게 줄어든 약 44억달러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물가는 상반기중 소비자물가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이 1.5%에 그쳤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국내물가가 이처럼 안정된 것은 원화환율이 하락한데다가 수요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도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경제구조 개혁으로 기업간 경쟁이 촉진되는 한편 대형할인점이 늘어나고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유통구조가 크게 개선된 것도 물가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외환시장은 올 들어서도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고 외국인의 직·간접 투자자금이 유입됨으로써 외화공급우위 기조가 이어졌다.올 5월말 현재 한국의 총외채는 1415억달러로 1997년말에 비해 177억달러 줄었으며 이중 단기외채의 비중은 33% 정도였다. 외환보유액은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 올 6월말 현재 901억달러에 달했다.

실물경제가 대체로 양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금융시장은 지난해 7월 대우사태 발생 이후 나타났던 시장참가자들의 불안심리가 아직까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특히 지난 5월에는 투신사 구조조정과 관련한 불확실성,일부 대기업의 자금사정 악화 등으로 금리,주가가 매우 불안정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으로 금융시장이 다시 안정을 회복하고 있으나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의 자금조달 애로가 완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하반기중 국내경기는 상승속도가 다소 둔화되겠지만 GDP 성장률이 7%대에 달해 연간 성장률은 9% 내외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경상수지는 하반기중 흑자규모가 상반기와 비슷한 45억달러 내외에 달해 연간으로는 약 90억달러 내외의 흑자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물가는 경기의 지속적 상승으로 공급여력이 소진된데다 임금·공공요금 인상 등 비용면에서의 상승요인도 적지 않아 하반기중에는 소비자물가의 전년동기대비 상승률이 2.8% 정도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2% 내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되며 근원인플레이션은 1.8% 정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안정성장이 지속되겠지만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대외적으로도 미국 경제의 성장세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둔화되거나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국의 정책당국은 경제의 취약성을 보다 근본적으로 치유하고 경제 안정기반을 확고히 다지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할 것이다.

먼저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마무리할 것이다.최근 회사채 및 CP시장이 위축되는 등 금융시장에 신용불안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기업 및 금융기관 구조조정이 미흡한 데 근본 원인이 있다.

다음으로 경제 안정기반을 확고히 다질 수 있도록 총수요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것이다.경상수지 악화,인플레이션 상승 등 대내외 불균형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나갈 필요가 있다.

구조조정이 마무리되기까지는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것이 국제신인도 확립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다.지난해 이후 물가안정세가 지속되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이 이완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으나 이러한 물가안정이 환율 하락 등 외부요인에 상당부분 기인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춰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은행은 통화정책을 운용함에 있어 올해 물가안정목표(2.5±1%)는 물론 중기물가안정목표(2.5%)를 달성할 수 있도록 인플레이션 압력에 주의를 기울여 나갈 것이다.정부도 재정지출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는 등 재정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해 나갈 것이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경제는 그동안 외환 및 자본자유화를 광범위하게 추진함에 따라 해외에서 발생한 충격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외화자금 이동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국제금융기구 및 외국중앙은행과도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나갈 것이다.

끝으로 남북한이 화해와 협력 시대로 접어듦에 따라 경제협력도 원활하게 확대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노력할 것이다.

구조조정이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발전에 매우 중요하며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당장은 미흡하거나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조언과 질책을 아끼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전철환 한은총재 약력

△61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68년 영국 맨체스터대 대학원 수료

△98년 명예 경제학박사(군산대)

△60년 고시행정과 합격(12회)

△63∼76년 경제기획원·교통부 등 근무

△76∼98년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91∼93년 동 경상대학장

△83∼89년 금융통화운영위원

△87년 대덕경제연구회장

△94∼96년 한국경제발전학회 부회장·회장

△97년 미국 뉴저지 럿거스주립대 초빙교수

△98년 한국은행 총재(현)

◇저서 ‘사회정의와 경제의 논리’ ‘한국경제론’ ‘한국화폐全史’ 등

◇역서 ‘불확실성의 논리’ ‘산업과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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