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감위장-전경련 회장단 오찬]'창과 방패' 껄끄러운 첫 만남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0.12 05:12

수정 2014.11.07 12:32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과 전경련 회장단의 12일 오찬간담회는 한마디로 ‘일방 통행’이었다.

주최측의 참석자들의 면면도 ‘제 목소리’를 내기에는 역부족이었고 의지도 없었다. 그만큼 걸끄러운 만남이었다.

‘부실기업 퇴출’이라는 무시무시한 작업을 주도하는 금융분야의 수장과 기업을 움켜쥐고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하는 재계 오너들과의 관계를 감안하면 오히려 당연한 귀결일 수도 있다.

◇이위원장-회장단 오찬간담회 표정=이 위원장은 이날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정부의 ‘2단계 금융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재계 대표들에게 “기업부실과 금융부실은 맞물려 있으므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정리가 필요하며 부실기업을 정리,건전한 기업의 정상경영 여건을 확보하고 금융산업의 수익을 제고해 기업자금 지원능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2단계 기업·금융개혁이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번 기업퇴출 작업의 대상에는 60대 그룹의 모기업들은 물론 4대그룹 소속 계열사들도 일부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재계는 편치 않은 심기였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실상 살생부를 쥔 금감위원장과의 오찬을 앞두고 전경련 회장단은 이날 오전 별도로 회의를 가졌다.

전경련은 회장단 회의에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기업구조조정을 조속히 마무리해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기로 했다. 회장단은 다만 “퇴출기업 선정이 지연될수록 금융시장 불안이 가속화돼 피해가 잇따를 우려가 크다”며 “정부가 업종별,산업별 특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방안으로 퇴출대상 기업을 조속히 선정해기업구조조정을 하루빨리 매듭지으라”고 노파심을 간곡하게 전달키로 했다.

전경련은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는 이같은 요구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별도 경로로 자신들의 의견을 정부측에 전달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정작 오찬간담회 석상에서는 회원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칼자루 쥔 수장’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잘못된 지적이나 요구는 전혀 없었다.
게다가 재계 대표들은 이 위원장의 설명이 끝난 뒤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재계의 향후 행보=전경련 회장단은 지난 8월21일 정재계간담회 합의사항과 관련하여 경제사회관련 규제개혁안,법정 준조세 개선방안,기업구조개혁 추진상황,부품 소재산업 육성방안 등 4대 과제에 관해 그동안 경제 5단체가 정리하여 정부에 제출한 내용을 검토하고 정부정책에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힘써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오는 26∼27일 한일 양국의 경제구조개혁,IT혁명에의 대응,부품소재산업협력 등을 의논할 한일재계회의와 11월5∼8일 한국 대만 경제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대만 경제협력위원회,12월12∼13일 개최되는 제2회 국제자문단회의 등 하반기 대외경제협력사업을 적극 펼쳐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 aji@fnnews.com 안종일 전형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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