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감원의 개혁 과제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0.11.19 05:22

수정 2014.11.07 12:03


2차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에 따른 시장의 불확실성과 심리적 위축으로 국내 투자와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우리경제의 장기침체의 서곡이 아닌가 우려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태도조사지수가 2·4분기 102에서 3·4분기에는 70으로 크게 하락해 심각한 소비위축을 보여주고 있다.통계청이 16일 발표한 현재의 가계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평가조사지수도 7월의 98에서 10월에는 77.5로 하락했다.소비심리가 얼마나 위축되고 있는지를 확인해 주고 있는 것이다.민간의 투자심리 또한 크게 위축됐다.설비투자의 증가율이 전분기 34.2%에서 3·4분기에는 18.9%로 크게 낮아졌다.

그러나 내년도의 소비와 설비투자 증가율은 올해에 비해 더욱 낮아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현재 소비와 투자심리가 위축돼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내년도 전망은 더욱 어두우니 장기불황 가능성에 대해 염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경제가 과연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최근 민간 연구소들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경기침체의 추세와 그 구조로 보아 우리 경제가 장기적인 불황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그 근거로 최근들어 급격히 감소하는 소비추세와 3·4분기 마이너스의 내구재 소비성장률을 지적했다.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재와 같은 경기침체가 경제주체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져온 소비급락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경기가 회복하는데는 장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경제가 현재 적정 궤도로 복귀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장기불황의 염려를 기우로 치부하고 있다.만일 그 동안 부실한 기업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꾸준히 추진한 결과 지금과 같은 실물경기의 침체가 나타났다면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그리고 경제가 곧 정상적인 궤도로 진입할 것이라는 정부의 설명을 믿어도 좋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미뤄왔던 기업퇴출과 금융부문의 구조조정을 다시 시작하는 상태에 지나지 않다.경제주체들은 우리 경제의 앞날이 어떻게 전개될지 불안하기만 하다.실제 따지고 보면 금융구조조정이나 기업구조조정이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그러니 소비와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경제가 장기적인 불황의 위험으로 빠져들어 갈지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우리가 대처하는 결과에 따라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의 늪으로 빠져들어 갈 수도 있고 또는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정상적인 성장궤도로 진입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한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도 민간도 모두 우리 경제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기업과 금융의 구조조정을 충실히 해나가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는 점이다.일부에서는 여전히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징조를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그러나 정부의 부양정책은 일시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모르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오히려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킴으로써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새로운 성장기반을 마련하는데 저해가 될 것이다.

우리가 구조조정에 따르는 고통을 참지 못하고 또다시 경쟁력없는 기업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면 더 큰 고통이 뒤따르게 될 것이다.마땅히 시장에서 퇴출돼야 할 부실기업을 정리하지 않고 추가적인 자금조달을 통해 회생시키려 든다면 부실의 규모만 오히려 증가할 것이다.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회생은 또다시 물거품으로 변하게 되고 장기침체에 빠질 게 뻔하다.

더욱이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구조조정의 과정에서 예상되는 많은 실업자와 실물경제의 악화를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우리 경제가 어느 정도 그리고 얼마나 빨리 회생할 수 있는지는 구조조정에 따르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고 또한 구조조정에 저항하는 세력들을 어떻게 잘 설득하여 함께 구조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이끄는 정부의 리더십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정치권도 구조조정에 발목을 잡는 꼴이 되어서는 안된다.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정치권이 비생산적인 논쟁과 파행을 일삼는다면 우리 경제가 새로운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는 모건스탠리 수석경제전문가 로치의 경고를 의미있게 받아들여야 한다.또한 가라앉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시급한 재정개혁의 과제는 미룬 채 재정지출만 확대하다가 소비,투자심리는 회복시키지 못하고 재정적자의 폭만 크게 늘려놓은 이웃 일본의 경험을 거울 삼아 경기부양책에 대해서는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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