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원칙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2.20 05:48

수정 2014.11.07 15:56


정보통신부가 통신서비스 시장을 3개의 유?무선 종합통신사업 그룹으로 묶는 구조개편 방안을 밝혔다.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은 유선전화 부문에서 독보적인 한국통신과 이동통신 선두주자인 SK텔레콤 등 2개 업체만이 이익을 내고 있을 뿐 다른 10개 업체는 초기투자와 경쟁 격화로 인해 수조원대의 누적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이같은 통신서비스시장에 3강 체제를 구축,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2강 복점 체제가 고착되는 것을 막는 한편, 초고속인터넷 서비스 시장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당경쟁과 중복투자를 막겠다는 것이 정부의 발상이다. 정부의 통신시장 재편 방침은 한편으로는 경쟁 촉진적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제한적인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의 3강체제 구축 방침은 동기식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동기식을 희망하는 업체가 사실상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세계적으로 앞서있는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기술이 사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이미 선정된 한통과 SK텔레콤 외에 유력한 대기업 중 하나가 손을 들면 여타 통신서비스업체를 몰아주어 통신서비스 시장에서 제3의 강자로 키워주겠다는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이같은 통신서비스시장 구조조정 방침은 대규모 적자속에서도 퇴출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자원배분이 왜곡되는 국내시장의 시장실패 요인을 극복하기 위한 고육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몇가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정부가 말하는 ‘유?무선 종합통신사업 그룹’이라는 용어의 의미가 불명확하다. 액면대로 해석한다면 SK텔레콤과 비동기식 IMT-2000 사업자로 새로 등장할 제3의 통신강자에 유선통신사업까지 정부가 안겨주겠다는 말로 들린다.


국내 통신서비스 그룹이 몇 개로 통합되는 것이 최적인지를 판단할 권한이 정부에 있는 지도 의문이다.

정부는 인수?합병과 진입?퇴출이 자유롭도록 시장여건을 조성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시장을 관료의 시각으로 판단한 뒤 구조조정의 모양새를 각본에 따라 만들어가지 않을까 우려가 앞선다.


정부는 쾌도난마식의 구조조정보다는 시장논리가 작동하게 하는 제도적 보완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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