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세제개편안]서민층 감세확대 초점

김영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1.09.03 06:43

수정 2014.11.07 12:49


정부의 ‘2001년 세제개편안’은 서민·중산층에 대한 감세가 가장 큰 특징이다. 그러나 감세규모는 1조9000억원으로 그동안 야당이 주장하던 5조원의 38%수준에 그쳤다. 정부로서는 서민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감세폭을 더 늘리고 싶었지만 세수기반을 유지해야 한다는 현실적인 제약조건을 무시할 수 없었다.

기업에 대한 세금은 특별부가세 폐지와 구조조정시의 세제우대 등 일부 사항을 제외하고는 본격적인 감세조치가 없었다. 경기회복을 주도할 기업들보다 개인들을 더 배려한 것은 선거를 앞둔 현 정부의 정치적 배려로 해석된다.

정부는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을 전제로 이번 개편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국가재정에서 부담해야 할 공적자금 상환규모 등이 반영돼 있지 않고 또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힐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3대 특징=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봉급생활자와 자영업자에 대한 세금 경감이다. 예년에는 주로 세금공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세부담을 덜어 주었지만 이번에는 세금공제확대와 함께 종합소득세율을 일률적으로 10% 낮췄다.

투기억제용으로 활용해온 부동산 양도소득세 체계를 개편한 것도 특징이다. 양도소득세를 23% 줄이면서 각종 감면혜택을 없앤 것은 ‘고세율·다감면’ 구조를 ‘저세율·소감면’ 구조로 바꾸겠다는 취지다.

기업 합병이나 분할 등 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세제개선책은 때늦은 감이 있다. 법인의 부동산 양도차익에 매겨온 특별부가세(15%)를 폐지한 것 등은 재계가 오래 전부터 주문해 온 사안이다.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적용업종을 22개에서 30개로 늘린 것이나 부품·소재산업에 대한 우대를 강화한 것 등은 기업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법인세는 낮추지 않았다.

◇감세규모=재정경제부는 다양한 세감면 조치를 통해 총 2조5500억원의 감세가 이루어진다고 밝혔다. 대신 세수면에서 복잡한 조세감면제도를 재정비해 180개 감면규정중 3분의1에 해당하는 59개 감면을 과감히 축소폐지, 6500억원을 더 걷기로 했다. 조세저항이 큰데도 폐지폭을 키운 것은 평가할 만하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의 실제 감세규모는 1조9000억원이다.

재경부는 감세를 하더라도 국민 1인당 세금부담률은 세원확대에 따라 지난해 수준인 22%가 유지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과세항목을 법에 일일이 열거하던데서 ‘포괄적 유형주의’로 바꾼 것도 세수에 도움이 된다. 이에 따라 상업어음 할인이자수입, 각종 공제회의 공제급여 이자, 문화펀드 등 신종펀드의 배당소득, 외국에서 받는 연금소득 등도 과세할 수 있게 됐다.

◇문제점=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 문제가 커진다. 세수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부터는 재정에서 부담해야 할 공적자금 상환액도 급증한다. 이 경우 빠듯하게 맞춰 놓은 재정수지는 더 악화돼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이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고소득 자영업자에 대한 과세강화방안도 특별한 게 없다. 그런데도 자영업자에게 깎아준 세금(1인당 평균 37만원)이 ‘유리지갑’인 샐러리맨의 경우(1인당 평균 22만원)보다 훨씬 많다.
자영업자의 과표양성화 추세를 감안했겠지만 조세형평성에 대한 샐러리맨들의 불만은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조세연구원 성명재 박사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골격은 긍정적이지만 고소득 자영업자의 탈세를 막기 위한 과세방안이 너무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고소득자에게 유리한 간접세에 손을 대지 않은 것은 세수기반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 kyk@fnnews.com 김영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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