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더욱 어려워진 살림살이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3.06.25 09:43

수정 2014.11.07 16:30


“IMF위기 때보다 장사가 더 안된다”, “최근 몇년간 지금처럼 살기 힘든 적은 별로 없었다”는 시중 상인이나 시민들의 푸념이 막연한 체감이 아닌 사실로 입증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5월 말과 6월 초에 실시한 ‘소비자 동향 조사지수(CSI)’를 최근 분석한 결과 나온 것이다. ‘현재 경기판단 지수’(기준 100)를 보면 45로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3·4분기(27) 이후 가장 낮았다. 현재의 생활형편도 87로 2000년 4·4분기(66) 이후 가장 나쁘다. 그만큼 시중 경기도 침체돼 있고 국민의 살림살이도 어려워졌다는 증거다.

이처럼 살기가 어려워지자 직장인들은 점심값을 5000원에서 4000원으로 낮춰 잡는 등 가족의 외식비(89)와 여행비(94), 문화비(94)를 줄이는데 애쓰고 있다.
생활의 모든 비용을 줄이는 대신 불가피한 자녀 교육비(111)나 의료비(113)만 지출이 늘어난 상태다.

문제는 이처럼 경기 침체현상이 계속되고 있고 시민 살림살이가 힘겨운 데도 정부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최근 ‘한국경제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 올들어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여 한국 경제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것으로 예진한 사실을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될 줄 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80년의 2차 오일쇼크, 98년 외환위기 직후 등 과거 세차례밖에 경험하지 못한 상황이라는 사실에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최근 국회 재경위에서 현재의 경제상황을 위기라고 보지 않는다고 보고한 것은 너무 안이한 시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보고가 비록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의도에서인지는 몰라도 작금의 불법 노동운동에 대해 정부가 안이한 대응을 견지하고 있는 데서도 이는 잘 나타나고 있다.


국민의 살림이 좀 나아지려면 정부가 경기침체에 대해 항상 위기 의식을 갖고 대처할 때만이 가능하다. 특히 지금처럼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고 해외 기업인들도 정부의 문제해결 능력을 의심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특히 그렇다.
의심을 털어내는 것도 역시 정부의 몫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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