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몇월 며칠이었지?”하면 “그때가 언제였지?”와 같은 뜻으로, 또 “몇 년 몇 월 며칠이나 되었지?”하면 “얼마나 오래 되었지?”라고 묻는 의미로 흔히 쓰인다. 이럴 때 ‘몇년, 몇월…’ 하다가 ‘몇일’이라고 하지 않고 그냥 ‘며칠’이라고 한다. 왜 그럴까.
‘몇’은 수사로 ‘얼마만큼의 수, 얼마인지 모르는 수효’를 나타낸다. 또 관형사로 체언 앞에서 쓰이어 ‘확실하지 않는 수효’를 뜻하는 말이다. 위의 예문에서 나오는 ‘몇년 몇월…’은 관형사의 용례다.
이것을 이해하자면 연음(連音)법칙과 절음(絶音)법칙을 알아야 한다. 연음법칙은 앞음절의 받침에 모음으로 시작되는 형식형태소가 이어지면, 앞의 받침이 뒤음절의 첫소리로 발음되는 음운법칙이다. 절음법칙은 합성어나 단어 사이에서 앞의 받침이 연음되지 아니하고 끊어져서 대표음으로 발음되는 현상을 가리킨다. 이와같이 글로 풀면 어렵고 더 알쏭달쏭해지는 것도 용례를 들어 설명하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다.
①‘꽃이, 꽃은, 꽃을, 꽃에서…’를 읽으면 ‘꼬치, 꼬츤, 꼬츨, 꼬체서…’라고 하지만 ②‘꽃잎, 꽃이야기, 꽃앞에…’는 ‘고칩, 꼬치야기, 꼬차페…’라고 읽지 않고 ‘꼰잎(←��잎), ��이야기, ��아페…’라고 한다. 이때 ‘��’ 하고 가볍게 끊었다가 다시 잇는다.
①처럼 앞의 받침소리가 이어져 소리나는 현상을 연음법칙이라 하고 ②처럼 일단 소리가 끊어졌다가 다음 소리를 내는 경우를 절음법칙이라고 일컫는다.
위의 보기 ①에서 ‘이, 은, 을, 에서…’ 등은 토씨(助詞)로서 문장 안에서 각 단어들의 관계를 나타내주고 있을 뿐 독립된 뜻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런 것들을 형식형태소, 즉 허사(虛辭)라고 한다. 조사, 접두사, 접미사, 접사 등이 이에 해당한다. 보기 ②에서 ‘잎, 이야기, 앞…’은 실사(實辭), 즉 실질형태소다. 구체적인 대상이나 동작, 또는 상태를 나타내는 가장 작은 단위의 말이다. 보기 ②의 ‘꽃+잎’처럼 ‘실사+실사’의 경우에는 소리가 이어지지 않고 일단 끊어져서 뒤에 이어지는 실사의 뜻을 살려주고 있다.
이제 결론을 내자. ‘몇월’은 ‘실사+실사’의 경우이므로 ‘�t’ 하고 일단 소리가 끊어졌다가 ‘월’의 뜻을 살려준다. ‘며?>’이 아니라 ‘�t월→며?3’이 된다. 만약 ‘몇일’도 이렇게 쓰는 것이 맞는 것이라면 ‘실사+실사’의 경우이므로 ‘�e+일(또는 면+닐)’이라고 발음해야 하지만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다. 즉 이 단어는 ‘몇일’이 아니라 순수한 우리말 ‘며칠’이라는 증거다.
/ leciel98@fnnews.com 김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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