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기업의 절박성 다시 한번 검토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4.11.19 12:06

수정 2014.11.07 12:01


재계가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우려로 강력히 반대해온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여당의 사실상 단독처리로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통과됐다. 투자의 주요 걸림돌로 지적됐던 출자총액제한제도의 큰 틀도 현행대로 유지돼 재계의 요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셈이다. 본회의 의결과정을 남겨 놓고 있기는 하지만 현 국회의 의석분포상 통과가 거의 확실해 우량민간기업들이 외국인 투자가들의 적대적 M&A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날 정무위를 통과한 개정안 중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속한 금융계열사의 다른 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한도를 현행 30%에서 2008년 4월부터 15%로 축소하는 것과 출자총액제한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경영권방어를 위해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현행대로 2년간 유지하고 2009년까지 20%로 축소하는 한편, 출자총액제한은 상위 5대그룹만 적용토록 하자는 것이 재계의 요구였지만 일절 반영되지 않았다.

SK에 대한 소버린의 공세가 보여주듯이 외국인 투기자본의 경영권 간섭이 갈수록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금융계열사의 의결권을 축소한다는 것은 그나마 가지고 있던 방어권을 해제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외국인 투자자본은 경영권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고 대부분 투자수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적대적 M&A는 기우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나마 남아 있던 경영권 방어 수단을 없애버리면 적대적 M&A가 기승을 부리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강성노조와 고임금 등으로 한국을 떠나는 기업이 한둘이 아닌 상황에서 우량기업들이 외국인의 적대적 M&A공세에 휘말린다면 보통 일이 아니다.

출자총액제한의 현행유지도 문제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성화돼야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는데 자산이 일정규모 이상이라는 기준만으로 출자를 어렵게 한다면 과연 일자리는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우려된다.
정부와 여당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고 되뇌고 있지만 실제로는 이를 막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한 기업관계자는 ‘불공정 거래법이 제정된 것이나 마찬가지 효과를 갖는다’고 주장했다.
‘빈대 한마리 잡으려고 초가삼간 다 태우는 우(愚)’를 저지르지 않았는지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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