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주식 백지신탁’ 보완할 점 많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4.22 13:02

수정 2014.11.07 19:02



국회의원을 포함한 1급 이상 고위 공직자들이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직무와 관련된 보유주식을 매각하거나 수탁기관에 주식의 관리 운용 처분 권한을 위임해야하는 주식백지 신탁제도가 도입된다. 국회 행정자치위원회가 통과시킨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의 취지는 고위 공직자가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하거나 주가에 영향을 미쳐 재산을 늘리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개정안의 취지는 바람직하지만 벌써부터 그 내용이 담고 있는 문제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직무 관련성 판단기준과 신탁계약을 한 수탁기관이 60일 이내에 신탁된 주식을 처분해야 한다는 조항이다. 개정안은 주식백지 신탁제의 주식 처분 기준이 되는 직무 관련성을 ‘주식에 대한 직간접적인 정보의 접근과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대로라면 사실상 1급 이상 공직자의 대부분이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 재산권의 지나친 침해라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많다.


국회의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국회의원은 소속 상임위에 관계없이 주식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뿐만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광범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직무 관련성을 심사할 위원회가 이 논리를 앞세운다면 주식을 소유한 의원들은 대부분 ‘백지신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국회 교육위 소속인 정몽준 의원의 경우 보유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만 한다. 기업의 대주주가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공직자의 주식을 수탁기관이 임의로 처분토록 한 규정도 문제다. 백지신탁 대상에 부동산을 포함시킬지 여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의 ‘투명사회협약 실천협의회’가 신탁 부동산 임의 매각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주식 임의 처분도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위헌 소지가 있을 수 있다.
또 위헌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해도 수탁기관의 임의 매각이 ‘저가 매각’ 시비를 불러올 수도 있다.

직무와 관련된 정보를 이용해 고위 공직자나 국회의원들이 재산 증식에 나서는 행태는 반드시 막아야 하고 개정안의 취지는 백번 옳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우(遇)’를 저질러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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