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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건설산업]중소업체 일감 줄어 울상

신홍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5.06.07 13:07

수정 2014.11.07 17:49



민간기업투자유치(BTL)사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과 동떨어진 사업계획이다. 건설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하게 공사를 묶어 추진, 지역 중소건설업체는 물론 대형업체까지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일감 부족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고 있는 지역 중소업체들은 정부가 소규모 지방재정사업까지 BTL로 전환하는 바람에 고사위기에 처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학교공사 BTL사업으로는 무리=초·중·고 학교는 공사규모가 수억에서 수십억원에 불과해 전통적으로 지역 중소업체의 일감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번들링, 즉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500억원까지 공사를 묶어서 추진하다 보니 지역 중소업체의 참여가 원천적으로 봉쇄돼버렸다.

대한건설협회 경기도회 이태섭 사무처장은 “원래 초·중·고 학교개·보수 공사는 지자체가 지역 중소건설사를 대상으로 발주하는 지방재정사업이었고 지역 업체도 대부분 재정사업 물량에 의존해 사업을 운영해 왔다”면서 “이런 실정을 모르고 소규모 학교공사를 BTL로 추진하는 것은 지역 업체의 존립기반을 흔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교공사와 관련해서는 대형건설업체도 불만이다.

대형사의 한 관계자는 “학교공사를 여러개 묶어 대형공사로 만들었다 해도 개별 학교와의 거리가 너무 먼 곳도 있어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전북 김제와 익산, 전주에 있는 학교를 묶어 BTL로 추진할 경우 거리가 너무 멀어 소규모 개별 현장마다 장비와 인력을 별도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된다”면서 “이런 현장이 ‘고비용 저효율’의 대표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수익성 불투명도 걸림돌=대형건설업체들이 BTL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수익성이 확실하게 보장되지 않는 점이다. 대부분 사업규모가 큰 경전선이나 전라선 복선철도사업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롯데건설 이난극 부장은 “금액이 어느 정도 받쳐주는 철도사업과 하수관거 정비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을 뿐 시공 리스크가 큰 소규모 공사는 고려치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돈줄 역할을 하는 금융권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민자사업의 경우 투자자금 회수기간이 길어 선뜻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고율의 투자수익이 보장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형사·지역 중소사 건강한 협력관계 절실=BTL사업이 추진되면 대형건설업체가 주도하고 지역 중소업체가 참여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개별 BTL사업마다 지역 업체 참여 의무비율이 다르지만 대략 30∼40%까지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사업평가 때 감점을 당하는 등 사실상 수주가 불가능해진다.

대형건설업체는 따라서 지역 중소업체 참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계획이다. 다만 모두 받아주는 것이 아니고 지역에서 일정 이상의 기술수준을 가진 우량업체가 그 대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미 각 지역별로 대표 우량업체 리스트를 작성해 검토에 들어갔다”면서 “이들 업체와 협력관계를 통해 양질의 공사를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건설업체도 대형업체와의 건강한 협력관계를 환영하고 있다. 다만 대형업체와 중소업체 관계가 하도급으로 변질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어차피 중소건설업체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형업체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이런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 불법적인 하도급 관계를 시도한다면 책임시공은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shin@fnnews.com 신홍범 정영철 김재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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