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작가 에른스트 테오도르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1816년)은 동화 자체로서도 유명하지만 동명의 발레 작품이 아니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기를 누리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러시아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와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호프만의 원작 동화를 바탕으로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초연한 것은 지난 1892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된 ‘호두까기 인형’은 그후 100여년 동안 가장 사랑받는 발레 작품의 하나로 각광받아왔다. 특히 이 작품은 눈 내리는 성탄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온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크리스마스 레퍼토리로 공연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도 어김없이 ‘호두까기 인형’이 관객을 찾아간다. 아기자기한 느낌의 키로프 버전을 공연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17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웅장한 볼쇼이 버전을 무대에 올리는 국립발레단은 오는 2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서로 다른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인다.
유니버설발레단의 고정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키로프 버전은 과거 황실극장용으로 만들어진 작품이어서 상대적으로 온화한 느낌이 강하고 실제로 어린이 무용수들을 무대에 등장시키기도 해 온가족이 함께 즐기기에 아주 적합하다. 이에 비하면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볼쇼이발레단 예술감독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강력한 힘을 느낄 수 있는 무대라는 평가가 많다.
두 공연은 또 매해 매진사례를 기록하는 ‘명품’ ‘대박’ 공연으로도 유명하다. 유니버설발레단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호두까기 인형’ 공연이 이 발레단의 1년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40%에 이른다. 매출액 규모도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무용 공연으로서는 놀랄만한 수치다. 지난 2000년 총 8회 공연에 5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린데 이어 2001년 11회 공연에 7억2000만원, 2002년 9회 공연에 7억5000만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유니버설발레단측은 2003년과 2004년에도 평균 7억5000만원에 이르는 티켓 판매를 보여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밝혔다.
국립발레단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2000년부터 예술의전당과 공동주최 형식으로 무대에 올리고 있는 ‘호두까기 인형’은 지난 2000년 유료관객 2만6790명에 총매출 6억6000만원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매년 평균 2만7000여명의 유료관객과 7억5000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크리스마스·연말 시즌이 다가오면 ‘호두까기 인형’ 티켓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인터넷 티켓 예매사이트가 북적거리는 것은 이미 일상적인 풍경이 된 지 오래다. 두 공연은 티켓 가격도 2만∼7만원으로 아주 비싼 편은 아니어서 온가족이 함께 문화나들이를 계획해볼 만하다. 통상적으로 8세 이상의 어린이에게만 입장을 허용하는 다른 공연들과 달리 48개월 이상이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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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sm64@fnnews.com 정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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