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무역 규모가 오는 5일쯤 5000억달러를 돌파하게 된다. 지난 1964년 5억달러에 불과했던 무역 규모가 40여년 만에 1000배로 불어나고 앞으로 10년 이내에는 1조달러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놀라운 성장세가 아닐 수 없다. 산업자원부의 추계에 따르면 올해 무역 규모는 수출 2860억달러와 수입 2600억달러로 5450억달러에 이르게 된다.
연간 무역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은 세계에서 12번째로 멕시코를 제외한 중남미 38개국의 전체 규모와 맞먹는 수준이고 아프리카 53개국의 무역 규모(4435억달러)를 웃도는 것이다. 지난 1964년 세계 시장 점유율 0.07%로 90위권에 머물던 우리나라가 세계의 통상 대국 대열에 한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이미 무역 규모가 5000억달러를 넘어선 11개국 중 중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5000달러를 넘고 있고 7개 국가는 3만달러 이상을 기록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2만달러에 못미치고 있다. 산자부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기술력과 경쟁력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오늘과 같은 무역 규모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이라며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곧 올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의 자신감은 상당한 근거를 갖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자와 자동차 철강 등 분야에서 전망이 밝다는 것이다. 가발 신발 섬유 등 경공업 제품 위주였던 우리 산업의 주력 분야가 첨단 산업 분야로 바뀌고 우리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도 크게 향상돼 연간 무역 규모 1조달러 시대도 곧 올 수 있을 것이다.
주력 품목의 수출 전망도 밝고 경쟁력도 향상됐다고 하지만 1조달러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전략과 비전이 필요하다.
우선 주력 수출 품목이 몇몇 제조업에 국한돼 있는 수출 상품 구조부터 변화돼야 한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도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뒤지고 있는데다가 중국을 비롯한 후발 국가들의 발걸음도 빨라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고 무역 대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품소재 산업, 차세대 성장 산업 등은 물론 서비스 분야도 키워야 하고 자유무역협정 확대 등 복합적인 무역 전략도 추진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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