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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에너지 자원 현장을 찾아]검은대륙 최대 산유국…한국도 개발권 따내

박희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03.12 14:37

수정 2014.11.06 11:51



【아부자(나이지리아)=차상근기자 서울=김홍재기자】 지난 9일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 대통령궁.노무현 대통령과 오바산조 나이지리아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은 나이지리아 석유부 장관과 중요한 계약을 체결했다.

황 사장이 기네아만 심해유전 생산물분배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국내외 언론들은 한국이 나이지리아 해상 광구 두곳에서 매장량 20억배럴의 유전 개발권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 바다 수심 1000∼2000m 해저에 있는 두 광구는 세계 석유메이저중의 하나인 엑슨모빌이 보유한 16억배럴짜리 유전과 인접해 있어 탐사에 성공할 가능성인 높다는 말이 석유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온 터여서 계약서 체결을 둘러본 노무현대통령이나 한국측 인사들은 적지않게 흥분했다.

앞으로 10년간 탐사할 이들 광구는 한국측이 60%의 지분을 소유,유전개발에 성공할 경우 20%인 2억4000만배럴의 순이익을 보장받게 됐다.배럴당 50달러로 계산할 경우 12조원이이라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순익을 챙길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이때문에 국내외 언론들은 이번 계약체결을 해외자원개발을 위한 아프리카 교두보를 확보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보도했다.


황사장은 “우리 공사와 한국가스공사,한국전력,SK 등이 지난 1월 에너지산업해외진출협의회를 결성,상호 협력해 해외에너지 개발에 나서고 있다”면서 “이번 계약은 인프라투자를 연계하는 한국형 해외자원개발 모델로 상호 윈윈하는 모델”이라고 자평했다.

■자원보고 나이지리아,석유메이저들이 독식.

석유공사와 삼성물산,SK 등 국내기업이 상륙하기 시작한 아프리카 대륙은 거대한 자원의 보고로 숨어 있는 진주다. 우리나라가 분배계약을 체결한 나이지리아의 경우 확인된 매장량만 343억배럴, 하루 생산량이 236만배럴이나 되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이자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중 6위의 생산국이다. 매장량이 5000만 배럴 미만인 소형 유전이 약 250여개나 되는 나라다.

아프리카 전체로는 석유매장량은 2004년 기준으로 1122억배럴로 전세매장량(1조1896억배럴)의 9.4%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량은 하루 926만4000배럴로 세계 생산량(8026만배럴)의 11.5%다.세계 석유 매장량의 근 10%가 묻혀 있지만 아프리카는 그동안 기술과 자본 부족 등으로 제대로 개발되지 않았고,개발이 되더라도 석유메이저들이 거의 독식하다시피했다.

서아프리카의 자원부국인 나이지리아는 정치불안에도 불구하고 쉘, 쉐브론 텍사코, 엑슨모빌 등 주요 석유 메이저사들이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운반선박 약탈,선원억류 등이 우려되고 있지만 ‘검은 진주’가 발하는 매력을 뿌리 칠수 없는 탓에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오바산조 대통령은 경제개발계획을 설명하면서 자원과 보건,의료,수자원 등의 분야에 대한 관심을 각국에 촉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쉘은 ‘봉가’ 심해 유전에 27억달러를 투자해 유전을 개발하고 있으며, 쉐브론 텍사코도 나이지리아 국영석유회사 NNPC와 40억달러를 투입, ‘아그바미’ 심해유전 개발을 추진중이다. 엑스모빌은 2003∼2011년까지 110억달러를 투자해 ‘에르하’ 심해유전, ‘요호’ 등 여러개의 유전을 동시에 개발할 계획을 추진중이다.

쉐브론 텍사코는 또 28년간의 내전 중에도 꾸준한 석유생산을 하고있는 앙골라에 진출,‘14 심해광구’,‘쿠이토’ 등에서 석유를 캐고 있고,엑슨모빌도 앙골라에서 98년 이후 16개의 심해유전을 발견, 두 곳에서 석유생산을 하고 있다.

석유메이저들은 이처럼 90년대이후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적도 기니 등의 심해 유전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나이지리아와 이웃한 상투메 프린시페,차드,모리티나 등도 유전탐사와 개발을 진행중이다. 특히 나이지리아와 상투메 프린시페는 영해 분쟁을 종결하고,공동 석유개발에 나서고 있다.

■아프리카 심해유전에 도전하는 아시아 석유회사들

심해유전 개발은 세계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기술력을 보유한 일부 독립 석유회사와 석유확보를 목표로 하는 아시아 국영 석유회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0년부터 아프리카에 진출,현재 리비아,이집트,베냉 등 7개국에서 10여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석유공사와 SK가 1억9400만달러를투자,리비아의 엘린펀트 유전에서 석유를 생산중이고, 삼성물산과 인천정유는 알제리의 ‘이사우에네’ 광구 지분을 갖고 있다.석유공사는 탐사광구 투자를 벌여 베냉해상 2.3광구에서 지분 80%를 갖고 운영권자로 참여하고 있으며,SK는 에리뜨리아와 코트디브와르,적도기니 광구에 각각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우리 업계는 최근들어 자원개발과 인프라 건설을 연계하고 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아시아 국영 석유회사들은 서아프리카 국가의 사회기반시설 투자를 제시,심해 유전 개발에 진출하고 있다”고 전했다.석유공사와 우리 정부가 이번에 발전사업 조건을 내걸어 성공한 게 대표적인 케이스다.

산업자원부 최우석 서기관은 “한국은 발전사업 진출을 연계하는 조건으로 유전개발권을 따냈다”면서 “나이지리아 정부도 자체 자금조달과 건설 및 운영후 양도하는 우리측의 위험성을 감안해 한국측 유전획비용을 3억2000만달러에서 9000만달러로 낮춰줬다”고 소개했다.

아부자 현지 교민은 “이 정도의 유전은 고유가를 감안하면 3억∼4억달러대”라면서 “바로 이런 이유에서 특혜시비까지 나왔으나 연계사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나이지리아 정부의 입장이 앞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안정적인 새로운 석유공급원 확보와 기술축적 등을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고 의욕을 보였다.
황두열 석유공사 사장도 “서아프리카의 석유개발사업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이번에 교두보가 마련돼 향후 한국기업의 사업 참여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최서기관은 “나이지리아 모델이 성공했기 때문에 아프리카 매장량 1위국가인 리비아나 3위권인 알제리에서도 이 모델을 원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csky@fnnews.com

■사진설명=황두열 석유공사 사장과 다우코루 나이지리아 석유담당 장관이 10일(한국시간) 나이지리아 수도 아부자 대통령궁에서 열린 심해유전 개발계약체결식에서 계약서를 교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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