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 경품마케팅 ‘밑빠진 독’

“아무리 경품을 쏟아부어도 청약률은 바닥이에요.”
최근 지방에서 분양에 나섰던 한 업체 관계자는 “모델하우스 오픈 때 엄청난 인파가 몰려 안도했는데 알고보니 전부 쭉정이들이었다. 계약률은 고사하고 청약률조차 미달이 수두룩했다”며 한숨을 내뱉었다.
침체에 빠진 분양시장에서 건설업체들마다 활로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거액 경품행사마저 먹혀들지 않으면서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한 분양업체 관계자는 “시장이 안 좋으니 일단 모델하우스에 사람 끌어모으는 것부터가 큰 일”이라면서 “그러나 더 큰 문제는 행사 비용은 예전보다 훨씬 늘었는데 청약·계약률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실제로 지난 6월 중순께 대구 달서구 월성동에서 모델하우스 문을 연 A건설은 방문객과 청약자를 상대로 5일간 매일 그랜저 1대씩을 내거는 등 대대적인 경품행사를 실시했다. 5일간 추첨 행사에 소요된 그랜저 가격만 2억원이 넘었다. 특히 분양 흥행을 위해 이마트상품권 1만원권 300장을 매일 선착순으로 경품으로 제공했고 무료 아로마테라피, 헤어메이크업 등의 체험 행사도 실시했다. 그러나 최근 계약을 마친 결과는 참담하다. 초기 계약률은 20%대를 밑돌고 있을 정도다.
회사 관계자는 “집객을 위해 투자한 비용만 3억원에 달한다”며 “워낙 시장이 침체해 있다보니 이 정도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지난 6월말 경기 용인시 기흥구 공세지구에서 오픈한 B건설 견본주택엔 청약 상담이 하루 1000여건을 넘을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50인치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에어컨, 드럼세탁기 등 고급 가전제품 50개를 내건 효과였다. 회사 관계자는 “성적이 좋을 것 같다. 감이 좋다”며 흥분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주인을 찾은 가구는 불과 23%에 그쳤다.
부산 기장군 기장읍에서 이달 초 분양한 C건설사도 생필품 경품으로 고객들을 끌어모았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다. 회사 분양 담당자는 “3순위까지 청약을 마친 결과 청약률이 50%를 겨우 넘었다”며 “계약률은 이보다 훨씬 더 낮아질 것 같다”고 전했다.
6개 업체가 6300여가구를 동시에 분양한 부산 정관지구도 사정은 비슷하다. 업체마다 경쟁적으로 세탁기, 냉장고 등 가전제품으로 선물 공세를 폈지만 대부분 업체들은 “기대만큼 청약률이 높지 않을 뿐 아니라 계약률은 훨씬 낮을 것 같다”며 걱정이 태산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모델하우스를 방문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품을 노리는 ‘꾼’에 불과하다”며 “사정을 알지만 그렇다고 모델하우스 오픈 행사를 썰렁하게 넘길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구지역 분양대행사 K사 관계자는 “이전에는 첫날 어느 정도 집객이 되면 초기 계약률이 30∼40% 수준은 웃돌았는데 올 들어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셈”이라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돈은 돈대로 쓰고 효과도 보지 못해 이래저래 상처만 남는 셈”이라고 말했다.
/ jumpcut@fnnews.com 박일한 이지용 정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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