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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원가 공개 추진 논란] “후분양제 뒷받침 없어 부작용만”

이지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01 15:38

수정 2014.11.05 11:35


정부가 지난달 28일, 내년 4∼6월께 실시되는 공공은 물론 민간아파트까지 포함하는 ‘분양원가 공개’ 검토에 착수함에 따라 당초 논란의 시발점이 된 ‘후분양제 실시 없는 원가공개’가 가능할 지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정부가 원가공개는 조기 추진하면서도 원가공개 정착의 ‘관건’으로 일컬어지는 후분양제 실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입장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대통령의 발언 때문에 충분한 준비와 원칙 없이 졸속으로 ‘원가공개’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후분양제 도입 없이 원가공개부터 하나

많은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후분양제와 원가공개를 ‘동전의 양면’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확한 원가 산출을 통한 원가공개는 최소 60∼80% 이상의 공정이 진행된 이후 실시되는 ‘후분양제’하에서나 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교부는 원가공개는 내년 4∼6월 전격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민간부문의 후분양제 조기 실시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이미 내년부터 대한주택공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급하는 공공주택에 대해 후분양제를 도입하기로 했지만 시행은 순차적, 점진적으로 한다는 방침을 정한 상태다.

구체적으로 내년에는 공정의 40%만 완료해도 후분양제 적용이 가능하도록 했으며 오는 2009년부터 60%, 2011년부터 80%로 분양 가능 공정 비율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특히 서울시가 주장하는 뉴타운 등 민간부문 주택에 대한 후분양제 조기 실시안은 이러한 정부정책의 골자와 맞지 않는다는 게 건교부의 논리다.

이렇게 되면 정부 계획대로 내년 6월께 ‘원가공개’가 민간과 공공부문에 도입되더라도 민간부문은 선분양제 하에서 ‘원가공개’를 실시해야 할 판이다. 다만 공공부문은 내년부터 40% 공정률 후분양제를 도입하도록 돼 있다.

■후분양제 도입 없는 원가공개, 부작용 불보듯

문제는 후분양제 도입 없는 원가공개는 무리수가 많다는 점이다. 선분양제 하에서 모든 원가 항목을 추정치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현재 원가항목 공개는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가산비용 등 7개 항목에 대해서만 이루어진다. 총 40여개를 훌쩍넘는 원가 구성요소 중 단 7개만 공개하는 것은 비용이 공사 진행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등 사전 추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W건설사 토지팀 관계자는 “지금의 선분양 하에서 확실히 정해지는 건 택지비뿐”이라며 “나머지 금융비용이나 건축비, 분양비용 등은 사업이 진행되면서 10∼20%는 얼마든지 변할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분양제 하에서 추청치에 의존해 원가공개부터 덜컥 하고 난 후 공사가 진행되면서 원가가 변동할 경우, 입주민들과 건설사·행정당국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확돼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과 업계의 우려다. 공사중 암반 등이 돌출해 공사비가 증가하거나 분양 지연으로 금융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결국 계약자의 권리보호 문제와도 직결된다. 영세사업자는 자금 압박을 못이겨 사업을 포기하거나 부도가 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재룡 수석연구위원은 “후분양제와 시너지 효과, 제도 실시에 따른 각종 부작용의 검토와 충분한 준비 없는 원가공개는 또다른 논란만 키우게 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newsleader@fnnews.com 이지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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