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 들추면 여인의 누드가…화려한 고전의상 눈길
파주 갤러리 터치아트서 ‘렌티큘러’ 첫 전시
서양화가 배준성.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생소한 이름이다. 하지만 국제미술시장에선 새로운 유망주로 떠오른지 오래다. 2002년부터 아시아를 넘어서 유럽시장에 진출하면서 해외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다.
작품 ‘화가의 옷’(200×150㎝)은 2005년 홍콩 크리스티경매에서 4600만원에 팔렸고 지난 4월 뉴욕경매시장에선 작품 추정가보다 2배나 높은 가격인 3만8400달러에 낙찰됐다. 또 올해부터 새로 선보인 렌티큘러회화는 지난 16∼19일 열린 영국 런던 ‘프리즈 아트페어’에서 40여점이나 팔려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재 그의 ‘화가의 옷’ 비닐회화 237×171㎝크기는 2만5000유로(약 3125만원), 5개의 에디션으로 제작된 렌티큘러 183×120㎝크기는 1만4000유로 (약 1750만원)에 거래된다.
■‘화가의 옷’ 어떤 작품인가
배준성의 ‘화가의 옷’은 누드 사진위에 투명한 비닐을 덮고 그위에 물감으로 옷을 그려넣은 시리즈다. 비닐을 들추면 여인의 누드가 드러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들춰보는 그림’으로 유명하다. 서구의 전통회화기법에 동양의 누드모델을 접목, 동양인이 주는 신비감과 화려한 고전의상으로 해외에서 더욱 눈길을 끄는 이유다.
“제 작업은 그림이란 무엇인가, 그리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관계성은 무엇인가, 그림을 그리는 행위가 보는 사람에게 어떻게 읽힐 것인가 등의 궁금증에서 출발했습니다. 그것들이 해결되지 않고선 어떤 이미지도 그릴 수가 없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 즉 제작자와 그 그림을 보는 관람자의 공통점은 무엇이고 다른점은 무엇인가라는 의문으로 이어졌습니다. 결국 소통의 문제였어요. 제 작업의 가장 중요한 속성은 들추기가 아니라 덮기, 내지 쌓기 입니다. 그러나 처음 제 작업을 전시하고 보니 관람객들이 들추어 그안의 이미지를 확인해보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관람객들이 제가 집중하고 있는 과정을 역추적한다는 사실이 재밌더군요.”
그래서 비닐페인팅을 관람하는 방법들을 둘러싸고 ‘관음증을 유발시킨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렌티큘러’ 첫 전시
“어릴적 책받침은 나에게 매우 소중한 것이었어요. 그중에서도 스마일마크가 가운데서 보란듯이 노란빛깔을 띄며 웃고 또 우는 ‘변신 책받침’은 나의 보물이었죠.”
어릴적 만났던 ‘렌티큘러’는 성인이 되어서 그의 작업속으로 들어왔다.
경기 파주 헤이리 갤러리터치아트 첫 개관전으로 펼치는 배준성의 ‘화가의 옷’전시회에는 ‘렌티큘러 회화’라는 생경한 작품이 선보인다.
렌티큘러회화는 그의 어릴적 보물 ‘변신 책받침’이 확장돼 평면회화를 ‘변신 회화’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이 작품은 입체사진을 만드는 기법으로 평면적인 이미지를 3차원 영상물로 제작, 평면 인쇄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최첨단 입체물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누드와 또 그 알몸 위에 입혀진(그려진) 옷이 달라진다. 들추기를 필요로 하는 비닐회화와 달리 렌티큘러는 몸을 움직이기만 하면 한번에 이중적인 면을 볼 수 있다. 렌티큘러는 183×120㎝ 에디션 5개(작품당 1750만원)이 나왔고 82×60㎝는 7개(에디션·작품당 600만원)으로 제작됐다. 이 독특한 작품은 벌써 10여점이 팔렸다.
마치 17∼18세기 유럽 사교무대를 연상시키는 그림은 작가가 어린시절부터 보아온 다비드와 앵그로 코로, 쿠르베, 베르메르 벨라스케스와 같은 거장들의 인물화나 정물화의 원화를 차용했다.
그의 비닐회화 10점과 렌티큘러 회화 16점은 12월3일까지 전시된다. (031)949-9437
/hyun@fnnews.com 박현주기자
■사진설명=화가의 옷-비닐회화 237×171㎝·2006·2만5000 EURO (한화 3125만원)(위쪽 사진)
배준성은 1967년 광주출생으로 서울대 미술대학·대학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9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2002년부터 바젤아트페어 등에 매년 참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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