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파이팅 强小기업] 산일전기-‘친환경’ 변압기로 해외 시장 확대

양재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6.10.29 16:01

수정 2014.11.04 20:04



정보기술(IT)기업들이 명멸을 거듭하는 가운데 뚝심있는 굴뚝기업들이 주목받고 있다. 경기 안산 시화공단 내 산일전기(대표 박동석)도 그 중 하나. 산일전기는 전력 변압기 제조기업으로 매출이 꾸준하게 증가, 묵묵히 외형을 확대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83억원, 올해는 사상 처음으로 200억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2년 120억원을 기록한 이래 4년 만에 200억원 고지에 오르는 것이다. 원자재값 상승,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산일전기에게 지난 4년은 “위기는 곧 기회”임을 보여준 기간이었다.

기자가 찾은 지난 26일 회사 앞마당에는 수백대의 변압기가 포장된 채 출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산일전기 전자사업부 서명석 이사는 “일본 미쓰비시전기로 가는 물량”이라며 “볼트 하나만 잘못 조립돼도 클레임을 걸어올 정도로 까다로운 일본에 연간 17억원의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이사는 또 “내수시장에서도 같은 품질을 싼값에 공급해 대기업 제품 일색이던 변압기 시장에 ‘다크호스’로 떠올랐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변압기 시장은 대략 1조원대. 이 중 효성, 현대중공업, LS산전, ABB코리아 등 4개 대기업이 3분의 2가량을 장악하고 수십 군데 중소업체들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산일전기는 군소업체들 중 ‘맏형’격으로 대형 업체들보다 30% 가까이 싼 가격에 변압기를 공급하고 있다. 주요 납품처는 한국전력, 한국철도시설공단, 서울메트로 등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잇단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변압기 재료인 동선, 전기강판 가격이 배 가까이 오르자 회사에 위기가 닥쳤다. 이때 설계, 자재, 생산 등 모든 부서가 원가절감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매주 월요일 전주의 원가 대비 실적을 사장께 보고하는 방식으로 피나는 노력을 했다. 박영두 기술이사는 “출력 용량은 전과 똑같이 유지하면서 변압기 자재를 30%나 줄이는 새 방식을 개발했다”며 “자재구매도 이전 거래처에만 의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싼 곳을 찾아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산일전기 박동석 사장은 “외환 위기 때도 인원 조정이 없었을 정도로 직원을 함부로 자르지 않는다”면서 “지난해 원자개값 위기에도 전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맨 끝에 꾸준히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산일전기가 대기업들 틈바구니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이유는 친환경적 기술력이 탁월했기 때문. 박영두 기술이사는 “시장의 90%인 절연유 변압기는 변압기 교체 주기가 12∼13년으로 길고 기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오염 소지가 다분했다”면서 “박사급 기술인력 6명이 유입 변압기보다 교체 주기가 짧고 폐기도 쉬운 ‘무반쉬 변압기’를 개발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박이사는 또 “유입, 건식, 몰드 등 변압기 3종류를 한 공장에서 전부 제조할 수 있다는 것도 일종의 기술력”이라고 덧붙였다.

산일전기는 내수경기 침체와 제도 변화에 대비, 수출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지난해 35억원에 불과한 수출 물량을 내년엔 100억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벌써 변압기 샘플을 본 미국전력회사로부터 생산 오퍼가 들어왔다. 이밖에 중동발 물량도 10월말에 출하할 예정이다.


박동석 사장은 “내년부터는 단체 수의계약이 폐지됨에 따라 한국전력 납품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수출 물량을 크게 늘리고 있다”면서 “그동안 일본, 동남아 쪽에 치중했던 수출을 미국, 중동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yangjae@fnnews.com 양재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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