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US FTA] <끝> 준비와 대책,전문가에 듣는다

경제전문가들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선용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각종 규제 철폐에 초점을 맞춰 국내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공정거래 정책의 방향을 국내 시장의 관점이 아닌 한·미 양국의 시장 관점에서 보고 규제의 대상과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농업 등 한·미 FTA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 대한 피해 보상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들은 상품 분야에서 높은 수준의 개방이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체로 만족했지만 협상 초기의 한·미 FTA의 공식 목표였던 교육·의료 등 서비스 분야 개방과 제도 개선이 협상 대상에서 빠진 것이나 공기업 민영화가 유보된 것은 정부의 개방 의지 부족을 드러내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와 김도훈 산업연구원(KIET) FTA 팀장, 김형주 LG 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15일 파이낸셜뉴스와 ‘한·미 FTA 협상의 의미와 활용’이라는 주제로 가진 지상 대담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은 “우리 경제를 한 단계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한·미 FTA를 적극 활용해 미국시장에서 코리아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등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편집자주>
―한·미 FTA 협상 결과를 전반적으로 어떻게 평가하나.
▲김도훈 산업연구원 한·미 FTA 팀장=상품 분야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의 시장개방이 이뤄졌다는 점은 가장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경우 양국이 수입액 기준으로 94%가 넘는 품목에 대해 3년 안에 관세를 조기 철폐하기로 결정했다. 양국의 민감한 쟁점이었던 자동차와 섬유, 농업 분야 등에서도 당초보다 비교적 높은 수준의 개방을 약속했다. FTA 체결의 근본 목적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시장을 확대한다는 데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이번 협상은 이런 목적에 걸맞은 협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한·미 FTA 협상 초기부터 대부분의 서비스 분야가 협상의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에서의 경쟁 촉진을 통한 경쟁력 제고의 기회를 놓쳐 버렸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위원=그렇다. 협상 초기 정부가 발표한 한·미 FTA의 공식 목표는 대미 경쟁 우위 분야의 시장접근 조기 확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서비스 분야 개방과 제도 개선, 관세 인하에 따른 소비자 후생 증진 등 세가지였다. 이 목표에 비춰본다면 협상 결과 미국의 자동차 시장 개방이 3년 유예된 것이나 무역구제와 관련해 좀 더 많은 양보를 받아내지 못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렇지만 농산물 등을 지키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또한 교육과 의료 등의 서비스 시장 개방이나 일부 공기업의 민영화 유보는 이해 집단의 반발과 정부의 개방 의지 부족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다만 이번 한·미 FTA 협상을 통해 서비스업 종사자들에게 “개방이 대세다”는 시그널(신호)을 주었다는 점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이번 한·미 FTA 협상 결과는 전반적으로 국내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 영향을 최대한 억제하고 한국의 실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적절히 이뤄졌다고 본다. 다만 개성공단 문제와 무역구제 문제 등에서 분명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
―정부는 한·미 FTA 피해대책을 상반기 안에 마련할 예정이다. 피해 대책의 윤곽은 이미 발표가 됐다. 정부는 피해 대책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마련해야 한다고 보는가.
▲김 책임연구위원= 피해 보상은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피해에 대한 보상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우리 경제가 미래지향적이고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농업 부문을 예로 들자면 농촌의 인구구조나 현재의 영세 규모 농경 방식 등을 감안할 때 적절한 보상을 통한 폐업 유도가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본적으로는 농업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고부가의 가치사슬을 만들어야 한다. 일부는 농업을 사양 산업이라고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심지어 국내에서도 일부 농업인들이 도시 근로자나 사업자 못지 않은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무리한 기대는 아니다. 더구나 소득수준 상승으로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선호체계도 가격보다는 품질을 더 중시하는 단계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따라서 가격이 약간 비싸더라도 안심하고 구입할 수 있는 먹을거리를 체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잠재시장은 충분하다.
▲유 상무=피해 대책은 단기적으로는 피해의 충격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둬야겠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으로는 피해 부문의 자생력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마련돼야 한다. 특히 농업의 경우는 이전처럼 시혜적인 지원금 보조에 치중하기보다는 기업농 육성과 특작물 개발 등 농업의 기업화와 고부가가치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에서 대책이 추진돼야 한다.
▲김 팀장=동의한다. 피해 대책은 피해를 본 산업이나 계층이 개방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주는 것보다 이들 피해 산업이나 근로자들이 새로운 산업으로 사업을 전환하고 새로운 직종으로 직업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세워져야 한다. 물론 이미 전직이 어려운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이들의 피해를 보전해줘야 하지만 이 경우에도 피해 근로자들이 시장개방으로 입는 피해 규모를 정확하고 면밀하게 조사해 피해 보전책을 이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한다.
―한·미 FTA 체결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경쟁력 강화 방안이 중요하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정부와 기업 들은 어디에 초점을 둬야 하나.
▲김 팀장=한·미 FTA 협상이 미국 시장의 개방을 확보해 준 만큼 이런 기회를 수출 확대로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미국 각 지역을 순회하며 한국과 한국산업, 한국제품의 실력을 알리는 ‘코리아 마케팅’을 대대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다. 더욱 효율을 높이려면 업종별로 나누어 특정 지역을 목표로 마케팅 행사를 벌어야 한다. 나아가 한·미 FTA를 통해 미국 산업과의 교류 기회가 높아진 점을 적극 활용해 양국 기업들 사이의 투자·기술 협력을 한층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추진돼야 한다. 미국이 가진 원천기술의 강점 그리고 우리나라가 가진 생산기술의 강점이 잘 결합된다면 오랫동안 우리 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대일 기술 의존을 탈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책임연구위원=정부와 기업 모두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와 법률, 교육 등 진입 장벽이 높은 서비스 시장의 종사자는 프리미엄을 누리기 쉬운 데 이런 상황에서는 훌륭한 인재들이 의대나 법대로 몰려들 수밖에 없고 결국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 역할을 하고 있는 제조업 등에서 인재 부족이 초래된다. 때문에 우리 경제에서 인적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할 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인력의 효율적 배분 문제를 매우 중요하게 다뤄야한다. 아울러 불필요한 정부 규제들 역시 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하는 만큼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유 상무= 정부는 각종 규제 철폐에 초점을 맞춰 국내외 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는 기회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 공정거래 정책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국내 시장의 관점이 아닌 적어도 한·미 양국의 시장 관점에서 규제의 대상과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기업은 연구개발(R&D) 투자를 늘리고 미국의 선진 기술과 거대 시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미국 기업과의 전략적 제휴 방안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한·미 FTA가 체결됐지만 반대론자들의 반대도 여전하는 등 비준까지는 아직 갈길이 멀다. 한·미 FTA로 생긴 갈등은 어떻게 조정해야 하나.
▲유 상무= 한시적이라도 ‘한·미 FTA 선진화 기획단’ 같은 기구를 만들어 각계 각층이 참여해 한·미 FTA의 기대 이익을 최대화하고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정치인들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FTA와 경제 세계화는 대세임을 인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 이를 통해 지지자들을 설득하는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 팀장=한·미 FTA 협상을 반대하는 쪽도 국익을 위해 반대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에게 이들의 주장이 부분적으로는 옳은 면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 국익이라는 더 큰 차원에서 문제를 바라보도록 설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특수 분야를 보호하는 것보다는 전체 국익을 위해 특수 분야의 개방을 허용하되 피해를 보완하는 대책을 더욱 철저하게 하는 방향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김 책임연구위원=FTA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세 가지 부류다. 첫째는 농수산업이나 중소기업 종사자들처럼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하는 그룹, 현 정부의 협상력을 믿기 어렵다며 일정을 뒤로 미루거나 다른 나라와 먼저 체결하자고 주장하는 그룹, 마지막으로 세계화를 비롯한 신자유주의 정책 자체를 반대하는 그룹이다. 따라서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에 반대했던 사람들에게는 합리적인 보상과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협상력에 의문을 제기했던 사람들에게는 필요하다면 청문회 등을 통해 협상 절차와 당위성에 대한 정보를 공개 해야한다.
/정리[email protected] 홍창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