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온 e메일 한통 ‘최대유전 인수’ 시발점
지난해 9월 삼성물산은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았다. 연락을 한 곳은 미국 스코티아 워터러스사. 미국 테일러 에너지사의 유전 지분 매각 주간사였다.
내용은 놀라웠다. 미국 테일러 에너지사가 보유하고 있는 멕시코만 일대 해상 유전 지분 매각에 관심이 있느냐는 내용이었다.
이것이 곧 한국 사상 최대 규모의 유전 인수를 하게 한 시발점이었다. 총 매장량 6100만배럴에 당장 하루 1만7000배럴 생산이 가능한 신생유전이다.
신사업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던 삼성물산은 석유공사에 가능성을 타진했고 석유공사는 바로 삼성물산과 함께 수익성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수익성 검토를 마친 석유공사는 삼성물산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 사상 최대 규모(가채 매장량 6100만배럴)인 멕시코만 일대 해상 유전 인수에 나섰다.
경쟁상대로는 미국 아파치와 스폰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인도기업과 중국계 업체가 떠올랐다. 하지만 인도와 중국 업체의 경쟁 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지난 2005년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는 미 석유회사 유노칼 인수에 나섰을 때 미 정부가 국가안보를 이유로 매각을 반대한 경험을 고려할 때 이번에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치와 스폰사를 제치고 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인수한 것은 현지에서도 놀라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석유공사와 삼성물산이 자원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아직은 기술력이나 규모 면에서 선진국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다 미국 본토에 있는 유전을 동양 기업에 넘겨준다는 점도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었다. 그러나 석유공사 컨소시엄은 모든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난해 10월 우선 협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대해 지분인수에 참여했던 산업자원부 한 관계자는 "인수가격이나 인수조건 등의 외형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진심을 갖고 감성적으로 접근했던 것이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조건도 중요했지만 테일러 에너지사가 유전 지분매각에 나선 이유를 파악하고 제대로 준비한 것이 효과를 봤다는 것이다.
테일러 에너지는 지난 1979년 현 테일러 사장의 남편이 설립한 회사다. 현재의 테일러 사장은 지난 2003년 남편이 사망한 이후 경영권을 행사해 오고 있다.
테일러 에너지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사업이다. 이 회사는 창립 직후부터 주변 대학생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하는 등 활발하게 사회사업에 나섰고 테일러 사장도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활발하게 사회사업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04년까지 테일러 에너지사가 학자금을 지원한 대학생이 4만3000여명에 달한다.
이에 따라 루이지애나주에서는 테일러 에너지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말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가 이번에 유전 지분을 팔기로 결심한 것은 남편이 세운 '테일러 파운데이션'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파악한 석유공사·삼성물산 컨소시엄은 테일러 사장에게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고 테일러 사장은 그 의지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게 컨소시엄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제 국내 컨소시엄에 매각이 결정된 이후 테일러 사장은 상당히 기분이 좋아했다고 한다. 테일러 사장은 매각 기념식 때 처음 잡은 마이크를 끝까지 놓지 않고 웃으며 모든 행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가격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감성적인 접근도 이번 지분인수에 성공한 이유"라면서 "이번 일로 우리나라의 유전개발과 관련된 브랜드 가치가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kskim@fnnews.com 김기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