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국회 입법 전망대] ‘정신질환’ 악용 없애려면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2 17:07

수정 2014.11.07 11:57



친아버지를 알코올 중독자로 신고해 정신병원에 40여일 동안 강제 입원시킨 뒤 전세금을 빼돌리고 신용카드를 마음대로 사용한 매정한 딸,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이혼소송 중인 멀쩡한 남편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한 혐의로 체포된 아내. 이런 사건은 영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실제로 발생하고 있는 사건들이다.

2007년 9월 말 현재 위탁운영 중인 서울시립정신병원 4곳의 입원환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환자 본인이 원하여 입원한 경우는 고작 1.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9%는 강제 입원으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이 60.1%, 시·도지사에 의한 입원은 27.2%, 기타 11.4%였다. 이렇듯 우리나라의 경우 자의 입원보다 강제 입원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고 그중에서도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비율이 가장 높아 강제 입원의 악용에 대한 논란이 있어 왔다.

이러한 부정한 목적의 강제 입원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강제 입원 시 보호의무자 1인의 동의에서 2인의 동의(보호의무자가 1인인 경우에는 예외로 함)를 받도록 그 요건을 강화시켰다. 다소 아쉬운 면이 있다면 입원이 필요하다는 정신과 전문의의 진단도 현행 1인에서 2인 이상으로 하였으면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정신과 전문의가 부족한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에 있어 보호의무자의 권한은 국가가 가족에게 강제 입원에 관한 주도적 권한을 주고 대신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양 의무를 부과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는 가족 부담을 사회 부담화할 경우 발생하는 국가의 재정적 부담을 피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반면, 서구 선진국은 가족의 주도적인 강제 입원 권한을 회수하면서 정신질환자의 부양 의무와 치료비를 사회가 전적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처럼 강제 입원의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강제 입원시 정신과 전문의 2인 이상의 진단을 받도록 한다든가, 강제 입원의 결정을 의료적 판단을 참고해 사법체계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제도의 도입 등에 대해서도 계속적으로 검토해야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부담하는 시스템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국회법제실 임병화 법제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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