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전에 만족은 없고 더 나은 골프를 위한 노력만 있을 뿐이다.”
‘골프 여제’ 로레나 오초아(멕시코)가 지난 2일(한국시간) 싱가포르 타나 메라CC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위민스챔피언스에서 시즌 첫승을 거둔 뒤 남긴 말이다.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ADT챔피언십 우승 이후 3개월 만에 가진 첫 대회였지만 8승을 거두며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던 지난해보다 오히려 샷이 더 강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4라운드 내내 60타대 스코어를 작성하면서 최종 합계 20언더파 268타를 기록한 것이 그 방증이다. 특히 시즌 개막전인 SBS오픈 우승으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옛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무려 11타 차 2위로 밀어냈다는 점에서 ‘오초아의 매직’은 충분히 입증되고도 남는다.
로레나 오초아가 시즌 첫 출전에서 괄목할 만한 스코어로 우승을 차지한 점은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와 닮은 꼴이다. 우즈는 올 시즌 첫 출전이었던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뷰익인비테이셔널서 정상에 오른 뒤 현재 2승을 거두며 승률 100%를 자랑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출전했다 하면 우승은 떼어논 당상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점이라는 것.
그런 점에서 언론은 오초아와 우즈를 비교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오초아는 이에 대해 “그 자체만으로도 영광”이라고 운을 뗀 뒤 “나의 궁극적 목표는 우즈의 기록을 따라 잡는 것”이라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과연 그의 바람은 실현될 수 있을까. 대체적인 반응은 ‘글쎄’다.
우즈와 오초아는 현재 각각 PGA투어와 LPGA투어서 63승과 18승을 달성하고 있는데 6세 연하인 26세의 오초아가 우즈를 따라 잡기 위해선 현재의 우즈와 같은 나이인 32세가 되는 2014년까지 6년간 매년 8승 이상을 거두어야 한다. 물론 같은 기간에 우즈가 승수를 전혀 추가하지 못했을 경우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 프로 입문 후 최초 4년간 성적만 놓고 보더라도 오초아가 우즈의 기록을 따라 잡는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 96년 프로에 데뷔한 우즈는 99년까지 15승을 달성한 반면 2003년이 루키 시즌이었던 오초아는 2006년까지 9승을 거두는데 그쳤다.
분명한 것은 오초아가 더욱 강해졌다는 사실이다. 경쟁의 한 축인 ‘핑크 공주’ 폴라 크리머(미국)는 “오초아의 플레이는 위대했다”며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라고 오초아가 난공불락의 상대라는 점을 시인했다. ‘여제’가 없는 틈을 타 필즈오픈에서 시즌 첫승을 거둔 뒤 싱가포르에서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했던 크리머는 오초아에게 13타나 뒤진 3위(최종 합계 7언더파 281타)로 경기를 마쳤다. 오초아 스스로도 “나의 골프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말로 그것을 인정했다. 그렇다면 오초아가 최근 들어 샷이 강해진 비결은 과연 어디에 있는 걸까.
■강한 자신감
오초아는 리더보드 상단에 자신의 이름이 올라 있을 때를 늘 생각한다고 말한다. 경쟁자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강하게 각인시킬 수 있어서다. 일종의 자기 최면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HSBC위민스챔피언스 우승 직후 “우승도 우승이지만 그보다는 경쟁자들로 하여금 내가 오프시즌 동안 많은 준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한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부단한 노력
오초아는 오전 7시30분 페어웨이에서 시작해 오후 7시30분 체육관에서 하루 일정을 마친다. ‘노력은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한다’는 평소 지론의 실천이다. 그 결과 샷은 더욱 강하고 정확해졌다. 이번 대회서 23개의 버디를 쓸어 담으면서 보기는 단 3개에 그쳤다.
특히 퍼팅과 드라이버의 정확성이 예전에 비해 훨씬 일관성을 갖게 됐다. 4라운드 내내 페어웨이를 벗어난 드라이버샷이 단 한 차례에 불과했고 3퍼트는 한 번도 없었다는 게 그 증거다. 그러면서도 오초아는 “나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golf@fnnews.com정대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