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의 색깔에 맞춰 시장친화적인 인물이 금융위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에 각각 내정됨에 따라 기업 및 금융 규제에 대한 획기적인 노선 변경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규제 시스템을 몇몇을 제외하고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금융 선진화를 유도하고 인수합병(M&A)을 통해 은행·증권 등 금융사들을 대형화시키는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 규제개혁은 출총제 폐지, 지주사 요건 완화 등 ‘비즈니즈 프렌들리’를 향한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면서도 기업 투자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를 제외한 소비자보호, 하도급 등 상생 등에 대한 감시는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시장 선진화 박차
5일 ‘이명박 정부’의 초대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된 전광우 내정자의 첫 발언은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서비스 제공’이었다.
전 내정자는 “금융규제 완화에 가장 역점을 두겠다”면서 “금융정책과 금융감독의 패러다임을 선진화하고 시장친화적으로 금융 글로벌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금산분리 규제의 점진적 완화, 공기업 민영화, 금융소외자 신용회복 등 이슈에도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며 “앞으로는 낮은 자세로 금융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 신 정부가 금융위원장으로 전광우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다소 의외였지만 금융 선진화를 위해 적합한 인물을 선택했다는 평이 많다.
전 내정자는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어 금융시장 국제화가 화두인 현재 추세와 어울린다. 특히 경제발전을 위해서는 금융부문에서 해줘야 할 역할이 많다는 신념을 갖고 있어 금융시장 선진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경제가 우리 몸이라면 금융은 심장에 해당된다”며 경제에서 금융의 역할을 강조해 왔다.
또 금융기관의 대형화도 강한 추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는 영국의 경우 글로벌 기업 중 29%가 금융회사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미미하다며 대형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해 왔다.
은행 고위 관계자는 “섣부른 판단은 이르지만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시장친화적인 금융정책들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세계은행 금융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 국제금융 센터장 등을 거쳐 국제금융환경에 밝은 데다 국내 시장환경도 꿰뚫고 있어 새로 출범하는 금감위를 잘 이끌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규제보다는 경쟁 촉진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새로운 수장으로 지명된 백용호 내정자는 자유시장주의자에 가까운데다 친기업 정부를 표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기업정책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어 공정위의 기존 방침과 사뭇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동안 공정위가 재계로부터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주범으로 비난을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백 내정자의 취임으로 공정위는 이미 폐지키로 결정된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들의 대폭 완화를 통해 기업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정책방향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상호출자·채무보증 제한 기업집단’ 제도에 대해서도 메스를 들이댈지가 관건이다. 자산 2조원 이상 그룹에 대해 계열사 간 상호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채무보증도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로 그동안 전경련, 대한상의 등 재계 단체들은 이 제도 폐지를 핵심적인 대정부 요구 사항으로 내걸어 왔다.
또 백 신임 위원장이 공정거래 정책 방향에 대해 “공정위가 해온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가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질서를 확립하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기업들이 공정한 경쟁질서를 지키면서 마음껏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져 공정위 방침의 변화를 예고했다.
백 위원장은 그동안 여의도연구소 부소장과 서울시정개발원장, 바른정책연구원장 등을 통해 10여년 전부터 이명박 대통령과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에 ‘MB노믹스’의 기조에 충실한 정책을 전개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 집단에 대한 경제 집중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서 어떻게 조화를 꾀할지도 관건이다.
한편 신임 공정위원장 체제하에서도 중소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불공정 하도급거래 감시나 소비자 정책 부문 등은 더욱 강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임 대통령이 대기업의 불공정 하도급거래나 입점 업체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의 횡포 등을 방지해 중소기업도 함께 상생할 수 있도록 언급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출총제라는 큰 부분을 내려놓는 대신 중소기업 위주의 공정 경쟁 정책과 함께 소비자 보호에 주력하는 모습으로 공정위의 기조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출자총액제한제도는 우리 업무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으며 대·중소기업간 거래나 소비자 부문에서 할 일이 많기 때문에 그런 분야의 업무를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mchan@fnnews.com한민정 김문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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