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세계로 뻗는 글로벌 금융코리아] 동북아 금융허브 ‘나이론콩’서 배워라

김규성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6 16:08

수정 2014.11.07 11:42



“‘나이론콩’(Nylonkong)을 이해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알 수 있다.”

지난 2월 17일. 미국 ‘타임’지 기사 일부분이다. 주목되는 단어는 ‘나이론콩’이란 신조어다.

신조어라서 주목된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동북아 금융허브를 지향하고 있고 이명박 정부가 금융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면서 기간 산업화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명했기 때문이다. 나이론콩은 뉴욕(New York)과 런던(London), 홍콩(Hong Kong)이라는 세 도시명의 조합이라고 한다.


모두 세계 금융의 중심지다. 타임지 분석에 따르면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뛰어난 적응력을 갖고 있고 개방적이며 다양한 인종으로 이뤄져 있고 매력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한국 금융산업이 ‘벤치마크’해야 할 대상인 셈이다. 그렇게 해야만 한국과 한국 금융산업은 각각 금융허브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개방적이어야 ‘허브’가능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1월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과 만나 금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풀 것은 풀고, 없앨 것은 없애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할 것을 약속했다.

금융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금융에 이처럼 관심을 쏟은 이유는 금융발전이 기업의 자금조달을 원활하게 하고 투자확대를 통해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발언에서 유추 가능하듯 한국 금융산업은 개방적이지 못하다. 갖가지 규제로 해외 자본의 유입이 쉽지 않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벤치마크 대상 중 하나인 런던은 개방적인 도시로 꼽힌다. 최근 런던 금융중심지인 ‘더 시티’의 주요 금융회사 경영진이 전 세계 46개 금융도시를 대상으로 평가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 점수에서 런던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43위다.

지난 1월 런던서 만난 스위스 국적의 글로벌투자은행인 UBS의 제레미팔머 유럽본부 최고경영자겸 회장은 “영국 국적의 금융기관과 차별없이 영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 국제금융센터(IFSL)에 따르면 런던은 이같은 개방성을 기반으로 자산운용 규모와 헤지펀드 자산을 제외하고 국가간 은행대출, 외국주식거래, 외환거래, 장외파생상품거래, 국제 채권거래, 해상보험순보험료수입 등에서 미국 뉴욕을 제치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런던이 이처럼 개방적일 수 있는 것은 감독시스템도 ‘원칙에 기반한 규제’라는 개방적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세세한 법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원칙만 제시하고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으로 영업하도록 하는 대신 사후감독체계 강화로 리스크를 관리한다.

런던에 진출한 한국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런던에서 영업을 하지만 FSA와 직접 대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정도다.

반면 한국은 금융감독당국이 현재 감독시스템을 원칙에 기반한 시스템으로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전히 변화하는 금융환경 수용에 소극적인 편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금융권 CEO 만남에서 라응찬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금융이 발달한 영국이나 미국은 법에서 기본 원칙만 정하고 세부는 시행령에 위임돼 있어 변화하는 환경을 수용할 수 있게 해놨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인재가 글로벌 금융 이끈다

지난해 자본시장통합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대형 투자은행(IB) 육성’은 금융권 안팎의 화두. 하지만 대형 IB육성에서 금융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난제 중 하나는 인수합병(M&A)를 통해 덩치를 키울 수는 있지만 금융 전문 인재를 어떻게 키울 것이냐 하는 부분이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최근 내놓은 ‘2007년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금융인력채용수준은 61개국 중 42위에 머물렀다.

한국 경제규모 대비 채용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성과중심 문화가 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팔머 UBS 유럽본부 회장은 “UBS는 철저히 성과중심이어서 인력의 국적을 따지지 않는다”며 “유럽본부에는 60개 국적의 직원이 근무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의 금융기관 중 IB부문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산업은행 관계자는 “보수체계가 경직돼 있어 해외의 고급 인력을 끌어오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황건호 증권업협회장이 “해마다 30억원을 투자해 금융인력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같은 ‘인재난’이 심각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의 금융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변모시키기 위해서는 이밖에 다양한 상품개발과 수익원 다각화, 리스크 관리능력 강화, 해외 네트워크 확충 등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mirror@fnnews.com김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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