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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주도권 이미 신흥시장에”

이세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03.07 20:22

수정 2014.11.07 11:26

“미국에서 시작된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후폭풍이 아직 거세다. 쉼없이 달려오던 신흥시장도 외부에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내부에선 급속한 성장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부담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하지만 세계 경제의 헤게모니(패권)는 이미 신흥시장으로 넘어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도 신흥시장의 성장세를 꺾을 수는 없을 것이다. 신흥시장 성장에 대한 굳건한 믿음. 우리가 이 불안한 시장에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다.”

삼성증권이 7일 ‘시장에 남아라(Stay in the Market)’ 두번째 보고서를 통해 신흥시장의 성장으로 글로벌 경제의 산업구도가 재편되고 있다면서 신흥시장 성장이 지속된다는 믿음이 국내증시 상승을 이끌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경제 신흥시장이 ‘접수’

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산업혁명을 통해 급속한 성장을 보이며 세계경제를 장악했던 영국은 20세기 1∼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패권을 미국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미국도 계속되는 쌍둥이 적자와 이로 인한 달러화 약세, 급속히 성장한 신흥시장의 기세에 점차 영향력이 약화되는 모습이다. 경제 패권을 넘보던 일본도 부동산과 주가의 버블이 붕괴되면서 중도 이탈했다.

그 사이 중국을 필두로한 신흥시장이 무섭게 떠올랐다. 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와 넥스트 일레븐으로 불리는 멕시코, 터키 등 신흥국가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높은 외환보유고와 풍부한 노동력을 통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했고 IT와 서비스 산업으로 무장한 인도는 ‘세계의 사무실’이 됐다.

삼성증권은 신흥시장으로 글로벌 헤게모니가 이동하고 있다면서 신흥시장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도 좋다고 강조했다.

이나라 연구원은 “신흥시장의 성장동력이 생산뿐 아니라 소비로 넓어지고 있으며 도시화가 진행되며 인프라 투자도 지속될 것”이라며 “선진국의 경기 침체는 금융시장으로 제한돼 있어 실물 경기에 바탕을 둔 신흥시장의 성장이 깨질 위험은 적다”고 분석했다.

신흥시장이 선진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이연구원은 “2006년 아시아 역내 무역규모는 1조6000억달러로 아시아 전체 무역규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었던 반면 대북미 무역 규모는 상대적으로 증가 속도가 미미해 아시아 아시아 역내 무역 규모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증시에 약일까 독일까

신흥시장의 성장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까. 윈윈할 수 있는 공존관계가 아니라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라이벌로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삼성증권은 경제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영향이 크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중국, 인도를 필두로한 신흥국가 성장으로 글로벌 경제의 파이가 커지면서 국내 경제 역시 저변이 확대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다변화를 통해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또 신흥시장의 성장이 국내산업 구도의 변화와 재편을 주도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고속 성장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인프라 투자로 철강, 조선, 기계, 화학 등이 국내 경제를 지탱하는 새로운 원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덕이다.

자본시장 측면에서는 일장일단이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 등 외국인 투자자의 관심이 한국보다는 중국, 인도 등 신흥국가로 몰리고 있는 것은 부정적이다.
이미 외국인은 올해 들어서만 우리 증시에서 10조원이 넘는 주식을 팔며 신흥시장으로 떠났다.

반면, 신흥시장의 풍부한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은 긍정적이다.
이연구원은 “이미 오일머니는 2005년이후 3조원이 넘는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됐고 차이나달러의 본격적인 유입도 기대되는 상황”이라며 “신흥시장 자금 유입은 국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seilee@fnnews.com 이세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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