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파격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조치 발표로 미국 주가가 5년여 만에 최대폭의 상승세를 기록하며 국내 증시도 강세를 보였다.
12일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 40포인트가 넘는 급등세를 보이다 장 후반 상승폭을 줄여 전날보다 17.35포인트(1.06%) 오른 1658.83으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국내 증시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점을 감안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 눈치만 보는 국내 증시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1%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한 경우 한국의 코스피지수와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1% 이상 하락시’ 0.49의 상관관계를 나타내 지난 한해 같은 조건으로 조사해 얻은 상관지수 0.38보다 높아졌다.
상관관계는 -1과 1 사이의 수치로 표시되는 지표로 1에 가까울수록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동조화(커플링) 현상이 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1% 이상 상승시’에는 지난해 0.39에서 올해 0.30으로 오히려 낮아져 하락시 동조화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스피지수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한때 미국시장과 동조화가 무너지는 이른바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으며 올해 들어서는 하락의 시발점이 됐던 미국시장에 비해 그에 연동된 한국 등 신흥시장의 하락폭이 더 커지는 이른바 ‘역 디커플링’이라는 유행어까지 등장하기도 했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원은 “커플링현상은 미국의 급락과 그에 따른 글로벌시장의 동반하락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이후 심화된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서는 전세계 시장이 연결된 상황에서 한쪽 축이 흔들리면 그에 동조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FRB 조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증시 전문가들은 FRB의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 증시 악재를 한꺼번에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현대증권 서동윤 뉴욕법인장은 “이번 국채임대방식(TSLF) 조치는 신용경색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완전히 금융불안을 잠재우는 조치로 보기는 힘들다”며 “미국 증시가 상승한다기보다는 추가 하락에서 벗어났다는 안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증권 뉴욕법인 황봉목 상무도 “어느 정도 시간을 벌어주는 효과는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미국 증시는 이번 조치로 시장이 과매도 상황이라는데 투자자들이 어느 정도 수긍하는 모습을 보여 변동성이 큰 장이지만 1만2000 바닥을 찍고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경기침체는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경기침체 및 고용동향 등 지표들도 안 좋으며 바닥을 찾는 과정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달러 약세로 인해 미국의 수출 부문은 좋아지고 있어 2·4분기 정도 지나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증시도 2·4분기를 기점으로 박스권을 돌파해 1800선을 돌파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황 상무는 “현재 한국 증시는 펀더멘털보다는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 외부 변수에 의한 투자심리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며 “1600∼1750 사이 횡보가 한달 넘게 지속되고 있어 1600선에 대한 지지는 안정적으로 보이고 미국 경제가 안정세를 찾는 하반기에는 박스권을 돌파해서 1800에 대한 도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서 법인장은 “미국 투자가들이 한국 증시를 바라보는 성격은 판이하게 다르지만 성장 측면에서 주식 매력이 낮지만 가치·밸류에이션 측면에서는 매력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ch21@fnnews.com 이창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