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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세제개편..아파트·회사지분 증여 늘었다

김성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3 21:00

수정 2014.11.05 12:10


서울 송파구 문정동 올림픽훼미리아파트 142㎡에 사는 안병욱씨(58·가명)는 지난해 9월 광진구 자양동 ‘더샵스타시티’ 아파트에 입주해 일시적 1가구 2주택자가 됐다. 지난달까지 기존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그 후에 팔면 양도차익의 50%를 물어야 할 판이었다. 하지만 아파트값이 급락하자 기존 아파트 매각을 포기했다. 9·1세제개편 방안에 따라 증여세 감면이 시행되는 내년 이후에 직장에 다니는 아들에게 증여하겠다는 계산에서다.2002년 6억원대 후반에 매입한 이 아파트의 현재 호가는 10억원대지만 가격이 계속 떨어지면서 현재 9억원대에도 팔리지 않고 있다. 현 상황에서 증여할 경우 증여세만 2억여원. 그러나 내년 증여세율이 인하될 경우 9000여만원의 세금만 내면 된다.


고가아파트값이 급락,심리적 지지선이 무너지는 등 자산가치가 하락하면서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강남권 등 버블세븐지역 다주택자들이 매도를 철회하고 보유 후 증여 등의 방법으로 세부담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최근 확산되고 있다.정부의 9·1세제개편 방안 등에 따라 2주택 이상 보유자들은 매도보다는 증여가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권과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신도시 등 ‘버블세븐’지역의 아파트가격이 최근 추락하자 다주택자들은 9·1세제대책을 활용해 세금폭탄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9·1 세제개편 방안이 원안대로 국회를 통과할 경우 다주택자들의 증여세는 지금보다 많게는 50% 가까이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자금여유가 있는 다주택자들은 ‘매도’에서 ‘증여’로 선회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E공인 관계자는 “아파트 가격이 계속 빠지면서 고객 중에서 매물을 회수하고 아예 증여하겠다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리아베스트 주용철 세무사는 “세제개편 내용을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증여상담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면서 “현재 증여세 인하혜택이 종부세에 묻혀서 아직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지만 상담을 통해 증여세 완화효과를 알게 되면 대부분 매각에서 증여로 돌아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주가하락기를 ‘세테크’ 기회로 활용하는 상장기업 최대주주 및 경영자들도 늘고 있다. 주가가 하락할때 증여하면 증여세를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증여의 경우 증여 시점의 가격이 세금 부과의 기준인 증여가액이 되지만 상장주식은 가격 변동이 심해서 증여일 전후 2개월씩 총 4개월간의 종가 평균을 증여가액으로 산정한다. 즉 최근처럼 주가가 많이 떨어진때는 세금을 덜 낼 수 있는 것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찬승 능률교육 사장은 지난달 자사 지분 1.96%(18만주)를 부인 정희선씨와 딸 연주씨에게 증여해 지분이 29.18%에서 27.22%로 감소했다. 지난 3월 주당 6000원대에서 거래되던 능률교육 주가는 지난 2일 기준 2750원대까지 떨어지며 반토막난 상태다.

내쇼날푸라스틱은 지난 6월 최대주주인 임익성 회장이 학생인 아들 수환씨에게 1만주를 증여했다. 수환씨의 지분율은 3.6%(13만2160주)로 확대됐다. 지난해말 1만200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2일 현재 1만원이다.


한올제약도 지난 6월 주식 증여로 최대주주가 김병태씨에서 김성욱 대표로 변경됐다. 김 대표는 59만6771주를 넘겨받아 지분율 10.48%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9월 6300원까지 올랐던 한올제약 주가는 2335원으로 절반 이상이 하락했다.

/mchan@fnnews.com 한민정 김성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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