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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해외투자 유치 ‘빨간불’

오승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8 21:08

수정 2014.11.05 11:43



유망 중소기업들의 해외투자 유치 계획이 글로벌 신용경색에 환율폭등까지 겹치면서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8일 중기업계에 따르면 미국발 금융위기로 기업들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최근 환율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해외투자유치에 급제동이 걸렸다. 가뜩이나 글로벌 유동성 부족으로 투자심리가 악화된 상황에서 환차손 우려까지 더해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해외자금을 이미 유치한 중기들도 풋옵션 행사로 상환을 요구할까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강소기업, 해외투자유치 급제동

뛰어난 기술력과 성장성을 토대로 유망기업으로 지목되는 태양광전지 관련업체인 A사는 지난 6월부터 해외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 유럽 쪽 투자자들과 물밑접촉을 해왔다.

하지만 금융위기에도 투자의사를 굽히지 않던 해외 투자자들이 최근 환율이 급격히 오르자 자세를 180도 바꿨다.
투자시기를 좀 늦추겠다는 입장에서 없었던 일로 하자는 것.

달러가뭄으로 기대를 걸었던 해외투자 유치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졌다는 분위기이다.

해당 투자자는 이미 다른 국내기업에 투자해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했지만 투자당시보다 환율이 400원 가까이 오른 반면 최근 주가하락으로 수익률은 제자리를 걷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차손(약 40%)이 수익률보다 더 큰 이러한 상황이 재연될까 우려했다는 후문이다.

플랜트부품 업체인 B사 역시 최근 투자 백지화를 통보받았지만 이미 예상된 일이었다고 전했다.

반면, 상장사인 C사는 해외투자자금 유치계획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포기했다.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형태로 자금을 유치하려 했으나 무리한 만기이자율 상향 요구가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여기에 주가가 연일 하락하는 데다 권리행사시 물량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판단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자금줄이 마르고, 해외투자유치는 무위로 돌아가면서 중소기업들의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풋옵션 행사할까 노심초사

기존에 투자를 유치한 기업들도 환율폭탄에 불안하긴 마찬가지이다. 투자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경우 투자금액 대비 많게는 절반 가까이를 더 얹어서 줘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전환사채 발행을 통해 해외자금을 유치한 바이오 업체 D사는 투자 당시 900원대에 머물던 환율이 8일 1400원에 육박하자 투자자 동향살피기에 급급해졌다. 전환청구기간이 이달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조건은 계약마다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상환요구가 들어오면 환리스크를 감안해 투자유치기업이 달러를 조달해 송금하고 투자자가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매도 후 직접 환전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상환 요구가 들어오면 기업은 시중에서 달러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 회사의 경우 8일 원·달러 환율을 반영하면 투자받은 금액에 50%가량을 더 투입해야 하는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폭등에다 주가급락으로 기존에 유치한 해외자금이 유동성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winwin@fnnews.com 오승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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