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금융쇼크’ 해법 없나] (하) 정부가 나설때

김한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8.10.09 16:53

수정 2014.11.05 11:39



금융시장 ‘패닉’(대공황)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위기에 맞서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지만 정부가 카드를 꺼낼 때마다 금융시장은 더 요동치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련한 둔감’이 97년 외환위기를 불렀다면 이번에는 ‘막연한 공포감’이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처럼 비이성적인 상황에서 정부는 더 이상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스킨십은 공개적으로

“장관은 한국은행 총재를 얼마나 자주 만납니까. 한은 총재와 (지난 5월 28일) 폭탄주를 마신 다음부터 (외환정책의) 흐름을 맞춘 것 아닙니까.” “그건(폭탄주를 마신 것은) 5월이고 (최근에는) 주로 거시경제정책협의회를 통해 한은 총재와 협의하고 있습니다.”

지난 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 민주당 김종률 의원과 기획재정부 강만수 장관이 나눈 대화다. 강 장관의 답변대로 최근 정부는 금융위기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하고 관계부처간 회의를 열고 있다.
그러나 재정위 소속 의원이 이런 질문을 할 정도로 시장에선 재정부와 한은의 공조를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막기 위해 “부처 수장간 만남이나 정부 내 정책조율 과정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거시경제정책협의회 등 회의가 끝나면 공식브리핑을 통해 논의한 결과를 시장에 즉각 알리는 식이다. 밀실에서 의논하는 것보다는 이처럼 공개하는 것이 시장의 신뢰를 쌓는 데 더 도움이 된다는 얘기다.

■타임아웃의 시간

야구 경기에서 투수가 위기에 몰리면 감독은 대개 마운드로 올라가 투수와 의견을 나눈다. 감독은 이 투수로 더 버틸 수 있겠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며 힘을 실어준 채 홀로 내려가지만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면 즉각 투수를 교체한다.

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시장의 불안이 증폭되고 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타임아웃’을 불러 경제팀 전반을 점검해 봐야 한다. 그러나 지금 이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금융정책의 중심을 한 쪽으로 실어주지도 않고 경제팀을 경질하라는 야당의 주장도 듣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한·중·일 재무장관 회담 제안(3일)과 한·중·일 금융 정상회의 제의(6일), 달러 사재기에 대한 경고(8일) 등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습이다. 한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경기를 하는 것은 감독이 아닌 선수”라면서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작전 타임을 불러 선수들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감독인 대통령의 역할”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 경제팀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제 비상시국에 경제팀을 바꾸는 것은 위험부담이 큰 만큼 경제팀 한 곳을 컨트롤타워로 만들어 위기를 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 배상근 연구위원은 “경제부총리제를 되살리거나 청와대 경제수석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인 의사결정 체계 등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제주체들의 합심 절실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정부 혼자서 돌파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적합한 처방을 내놓아야 하지만 기업, 개인 등 시장 참여자 모두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진단한다.

우선 전념해야 할 일은 경상수지의 흑자 전환. 이달에도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면 시장의 심리는 더욱 공황에 가까워지는 탓이다. 정부가 “불요불급한 수입은 자제해 줄 것” “수출대금 매도를 늦추는 것을 시정해 달라”고 기업에 도움을 청한 것도 그런 측면에서다.

전문가들은 이 부분에서 기업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달러를 움켜쥐고 있으면 당장 이익은 보겠지만 결국 손해로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난해 10월까지 기업들이 달러를 쏟아내 원·달러 환율을 900원까지 떨어뜨렸지만 결국 그때의 과도한 하락이 지금의 환율 폭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현대경제연구원 유병규 경제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시장의 흐름대로 단계별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등 최근에는 일관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경제주체 모두 정부를 믿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star@fnnews.com 김한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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