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외 채권시장 공존방안 마련 시급
정부가 국고채의 ‘장내거래 의무화’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채권의 장내거래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아 장내·외 채권시장의 특성을 살리면서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해 7월 기획재정부가 ‘국고채 전문딜러(국채PD·Primary Dealer)’에게 부여했던 지표채 ‘장내거래 의무화’ 제도를 폐지함에 따라 거래소내 장내 채권시장의 독점적 위상이 최근 들어 약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채권시장의 규모는 1000조원 규모로 하루 평균 15조∼20조원이 거래되고 있다. 이 중 90% 이상이 장외에서 이뤄지고 있는 형편이다.
기획재정부가 국채PD 장내거래의무 제도를 폐지한 이유는 국채PD들이 장내시장보다는 장외시장에서 거래를 한 후 집행만 장내에서 하는 관행이 성행해 거래비용만 불필요하게 증가시킨다는 판단 때문.
무엇보다 국고채 발행 및 유통시장의 활성화와 국채PD 간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장내거래의무화 제도를 폐지하는 등 채권시장의 전반적인 활성화를 도모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국채PD는 은행(8개), 증권사(12개사) 등 20개 기관이 참여해 시장 조성의 역할을 맡고 있다. 국채PD는 국고채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는 대신, 국고채 호가제시 등 시장조성 의무를 수행하는 기관을 말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이 다양하게 참여해 채권가격의 효율적 결정과 거래정보 집중을 위해 국채PD들에게 국고채를 포함한 지표채 장내거래 의무를 지난 2002년 부여했지만 갈수록 시장이 활성화되기는커녕 오히려 가격을 미리 정하고 거래만 장내에서 하는 소위 ‘통정매매’만 이뤄지고 있는 등 제도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어 이를 현실성에 맞게 개선하자는 차원에서 제도를 손질했다”고 장내거래의무제 폐지 배경을 설명했다.
물론 국채PD들에게 장내거래 의무를 부여해 거래정보가 장내에 집중돼 유통시장 투명화를 어느 정도 이루는 등 성과도 적지 않았다는 평가다.
하지만 장외거래 시장도 장내 시장만큼 거래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시가 되는 데다 거래내역 보고도 이뤄지는 등 장내와 별 차이가 없고 시장참가자별 특성에 맞는 거래방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내거래 의무화제도에 대한 실효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국내 채권시장의 거래액 중 90% 이상이 장외에서 이뤄지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장내시장으로 거래집중을 유도할 메리트가 떨어진다는 분석. 따라서 장외시장 활성화를 통한 채권시장의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국채PD로 활동 중인 모 증권사 관계자는 “장내거래의 문제는 채권거래단위가 100억원으로 규정돼 채권을 100억원 이하로 사고 싶은 기관들의 경우 자기 입맛에 맞게 살 수 없고 울며 겨자 먹기로 100억원을 매수하는 등 거래가 상당히 위축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반면 장외시장에서는 채권거래단위를 세분화해 채권가격을 자기가 원하는 가격과 수량에 살 수 있어 장외시장으로 기관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장내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채권 전문가들은 채권은 주식과 달리 거래단위가 크고 경쟁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특성을 감안해 시장참가자들이 원하는 채권 특성에 따라 거래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거래방식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한 관계자는 “장외시장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면 국채위주의 시장에서 구조화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회사채 등 채권시장 전반에 걸쳐 거래가 활성화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중개하는 브로커들의 입장에서도 중개에 집중할 수 있는 데다 유동성 프리미엄이 낮아지는 등 기업 자금조달이 쉬워지고 이에 따라 기업금융시장도 덩달아 발전하는 등 경제가 선순환구조로 이뤄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장내·장외시장의 특성을 살리고 공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현 증권거래법상 유사시설 금지 조항에 해당하는 채권장외시장에 대해서는 채권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이를 예외적으로 간주해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ktitk@fnnews.com 김태경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