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KT 새출발에 거는 기대/정상균기자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6.01 17:08

수정 2009.06.01 17:08



“고객님께서 원하는게 뭡니까.”

듣기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는 말이다. 좋게 보면 더 많은 혜택과 경품을 받을 수 있다는 면에서 소비자들에게 그렇게 나쁠 게 없다. 잘만 하면 당장에 할인도 많이 받고 현금(경품)도 손에 쥘 수 있기 때문. 그런데 이것이 제품판매점에서 듣는 게 아니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A씨는 최근 한 초고속인터넷을 가입했다가 납득이 안 되는 위약금 문제로 골치가 아팠다. 고객센터와 말은 통하지 않고 어디 호소할 길도 없었다. 그래서 A씨는 한 소비자 관련 민원센터에 글을 올렸다.
A씨는 이후 해당 초고속인터넷 회사로부터 “고객님께서 원하는게 뭡니까… 몇개월 무료로 더 줄테니 다음부터 이곳에 글을 올리지 마라”는 전화를 받은 것. 그리고 이 업체는 중도에 해지하면 이렇게 추가된 할인혜택까지 위약금에 다 포함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시 말해 민원을 내지 않는 조건으로 할인을 더 해줄테니 나중에 해지할 땐 이것까지 위약금을 더 내라는 말이다.

초고속인터넷, 이동통신 등 할 것없이 모든 통신시장이 과열이다. 어느 정도 경쟁은 다양한 할인 요금제들을 유도해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혜택에 긍정적인 면도 있다. 그러나 악순환이 문제다. 유무선 가입자 시장이 포화된 상황에서 가입자를 뺏기 위해 업체들은 당연히 소모적인 마케팅비를 더 쓰게된다. 이렇게 돈을 쓰다보니 정작 다양한 신규, 기존 가입자들이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는 요금제 개발이 가로막힌다. 불평 없이 매달 요금을 꼬박꼬박 잘 내는 선의의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구조라는 말이다.

1일 KTF와 통합한 KT가 ‘All New KT’의 기치를 내걸고 공식 출범했다.
SK텔레콤, LG통신그룹 진영은 통합 KT의 공세에 맞서 방어와 역공에 들어갈 태세다. KT의 새 출발이 관행처럼 이어온 소모적인 경쟁의 틀을 벗어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소비량 예측이 어려운 데이터 요금제를 뜯어 고친 획기적인 요금상품이나 다양한 결합상품으로 통신시장의 수준 높은 경쟁이 정착되길 기대해본다.

/skjung@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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