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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성인지 예산제도 첫 시행/진영곤 여성부 차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09.07.19 18:07

수정 2015.06.21 17:47

내년도 나라살림을 꾸려가기 위한 예산편성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에는 예년과 달리 내년도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성인지(性認知) 예산서도 함께 작성해 제출해야 한다. 성인지 예산제도가 처음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성인지 예산이란 공공지출로부터 남녀가 균등한 수혜를 받을 수 있도록 예산사업이 남성과 여성에게 미칠 영향을 미리 분석, 양성평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예산의 편성 및 집행 과정을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대부분의 정부 예산사업은 수혜대상자를 성별로 구분해서 제한하고 있지 않아 얼핏 보기에는 성 중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여성과 남성은 신체적, 사회·경제적인 지위에서 서로 다른 특성과 차이를 가지고 있어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특정 성에게 불리한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

예를 들어 공중화장실의 경우 과거에는 화장실 이용시간이 남성보다 여성이 두 배 이상 길다는 점을 간과하고 남녀 화장실 변기 수를 1대 1로 설치하다 보니 많은 여성이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명절 귀향길 고속도로 휴게소의 여자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이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를 얼마나 짜증나게 했던가. 성인지 관점에서 남녀 화장실의 변기 수를 1대 1.5 이상이 되도록 관련 법령을 개정하고 이를 예산에 반영해 불편을 해소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전문인력 양성 교육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남녀별 교육생 비율이 전체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경우 성 중립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세부 교육과정별로 보면 1인당 교육비가 높은 핵심 리더 과정에는 여성 참여 비율이 낮고 교육비가 낮은 실무과정에는 여성 참여 비율이 높다면 실질적 의미에서 양성평등적인 사업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경우 여성의 참여비율이 낮은 원인을 분석해 여성 교육생 수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성인지 예산제도는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성차별을 예방하고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다.

또한 성인지 예산은 한정된 재원의 효율적인 이용을 가능하게 한다. 노르웨이의 경우 농업발전기금에 대한 지속적인 성별영향 분석을 통해 그동안 남성 농업인에게 주로 배분되는 기금배분의 성별 격차를 축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보다 많은 여성이 농촌에 정착했고 낮은 출산율, 고령화 등 농촌 문제를 해소하는 데도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성인지 예산제도는 남녀의 다른 욕구와 기대에 대응하여 예산을 배분함으로써 정부 정책의 품질을 높여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성인지 예산제도는 1995년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유엔 세계여성대회 행동강령에서 채택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돼 프랑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유럽 선진국뿐만 아니라 인도, 파키스탄, 네팔 등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9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06년 제정된 국가재정법에 근거 조항을 마련하고 2010회계연도부터 성인지 예산제도를 적용함으로써 국제사회의 흐름에 합류하게 됐다.

정부는 2008년도의 성인지 예산 작성 시범사업을 거쳐 성인지 예산 지침 마련, 성인지 예산 대상사업 선정, 성인지 예산서 작성매뉴얼을 개발·보급하고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그리고 현재 각 부처의 성인지 예산서 작성을 지원하고자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인지 예산 컨설팅단을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21세기는 감성(Feeling), 가상(Fiction), 여성(Female)이 주도하는 ‘3F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1세기의 국가발전은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의 역량이 어떻게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드느냐에 좌우된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여성부는 성인지 예산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통해 여성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우리 사회의 양성평등 수준을 높여 국가 발전을 앞당기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