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협약 해지를 내세워 지난달 26일 전면파업에 돌입한 철도노조가 3일 전격적으로 파업 철회를 선언, 이르면 4일부터 여객·화물 운송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노조는 여전히 ‘투쟁’을 내세우고 있고 코레일은 파업 주동자 등에 대한 민·형사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 갈등 재연의 소지는 남아 있다.
■무관용 원칙, 파업철회 원인된 듯
철도노조가 이날 파업 철회를 결정한 것은 정부와 사측, 검·경의 ‘무관용 원칙’ 대응의 결과로 분석된다. 여기에다 경제5단체의 ‘파업철회 촉구’ 및 시민의 발을 볼모로 한 ‘이기적 파업’이라는 비난 여론이 가세했다.
코레일은 지난달 26일과 27일 노조 집행부 182명과 ‘철도해고자 원직복직 투쟁위원회’ 간부 5명을 잇따라 고소하고 파업으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방침을 밝혔다.
코레일은 습관적이고 정치파업 성격이 짙은 노조 파업에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공공기관 선진화 워크숍에 참석, “적당히 해서 넘기려고 해선 안 된다”며 “수십만명의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힘들어 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직장을 보장받은 공기업 노조의 파업은 국민이 이해하기 힘들고 이해해서도 안될 것”이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
이어 경찰은 지난 1일 철도노조 사무실 압수수색과 함께 김기태 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 15명에 대한 체포 전담반까지 구성했다. 검찰도 ‘철도 파업은 불법’이라고 규정, 노조를 압박했다.
더구나 물류 차질 및 시민 불편이 이어지면서 ‘귀족노조’ 비판과 ‘배부른 파업’ ‘시민불편 무시한 이기적 파업’이란 여론까지 더해 노조가 ‘더 이상 파업을 이어갈 동력이 없다’는 위기감에 봉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 고개는 숙였으나…산업계 “다행”
노조는 이날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불편을 감수한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인사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노조는 “이번 파업은 사측의 단협해지로 촉발됐고 합법적이고 평화적으로 진행됐다”고 주장, 코레일 측에 성실하고 합리적인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어 “파업 중단에도 불구, 정부와 코레일이 지금과 같은 불법과 몰상식을 되풀이할 경우 조직을 정비해 투쟁으로 맞서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한 코레일 측의 입장은 파업 참가자 징계 절차 착수, 손해배상 청구, 형사처벌 등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산업계는 한숨 돌리게 됐다며 크게 반겼다.
포항에서 화물열차로 받던 유연탄을 화물트럭으로 대체, 물류비 증가 등 어려움을 겪던 충북 단양의 한일시멘트 공장 관계자는 “철도노조 조건부 파업 철회를 환영한다”고, 성신양회 단양공장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제상황이 어려운데 천만다행으로 앞으로 이 같은 일이 되풀이돼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전철을 이용, 경기 안양역에서 서울역까지 출퇴근하는 회사원 박모씨(34)도 “파업 기간 출근할 때면 콩나물시루 같은 객차 안에서 시달린데다 대체인력의 전철 운행으로 불안하기도 했다”며 “다시는 국민을 볼모로 한 파업을 용납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촉구했다.
/hong@fnnews.com 홍석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