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위기관리 실패한 도요타,우린 어떤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03 18:07

수정 2010.02.03 18:07

도요타 리콜 스캔들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마치 둑이 무너진 느낌이다. 1월 미국 시장에서 도요타 판매량은 16% 급감했고 그 반사이익은 포드·제너럴모터스(GM)·현대차에 돌아갔다. 시가총액은 벌써 2조엔이 날아갔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도 심각하다. 미 의회는 청문회를 벼르고 있으며 고객들의 줄소송도 대기 중이다. 도요타가 가속페달 결함을 오래 전부터 알고도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마저 불거져 나온다.


이번 스캔들은 품질은 물론 위기관리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운다. 도요타의 예에서 보듯 위기는 기업을 가리지 않는다. 관건은 위기관리 능력인데 불행히도 도요타는 초일류 기업다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경영진이 뒤늦게 공식사과했으나 고객들의 화를 풀지 못했다. 레이 러후드 미 교통장관은 “도요타가 초기 단계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어야 했으나 그렇지 못했다”면서 도요타의 안전불감증과 늑장 대응을 대놓고 비판했다. 한 마디로 도요타는 위기관리의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시장의 신뢰를 잃고 만 것이다.

잘 나가던 기업들이 어설픈 위기 대응으로 곤욕을 치른 예는 부지기수다. 지난 2000년 포드는 익스플로러 모델에 장착한 타이어의 결함 때문에 대규모 리콜을 실시했다. 이때도 은폐 의혹이 일면서 포드의 시장점유율이 급락했다. 당시 최대 수혜자는 다름아닌 도요타였다. 지금은 정반대다. 도요타 판매가 급감한 1월 포드의 판매량은 25% 급증했다. 이와는 달리 신속한 대응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기업도 있다. 영유아식으로 유명한 미국 거버는 2004년 독극물 주입이라는 치명적인 사건이 터졌을 때 적극적인 수사 협조와 공개적이고 솔직한 태도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국내 대기업들은 도요타의 실패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위기 발생 후 몇 시간, 며칠 안에 회사의 운명을 가를 중대한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 초기 대응은 과감해야 하고 장기간에 걸칠 이미지 재건에도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일부 미국 기업들처럼 최고위기책임자(CRO·Chief Risk Officer)를 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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