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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미분양 ‘사업 분할’로 푼다

조창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0.02.17 05:25

수정 2010.02.16 22:40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상가 물량을 안정적으로 털어내기 위한 카드로 물적분할 방식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많아지면 건설사의 부채비율에 압박으로 작용해 다른 사업 추진에도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당장 저가에 털어내야 하는 손실을 감당해야 한다.

건설사 사업부문 가운데 물량부담이 큰 미분양 사업부문을 떼어 내 신설법인으로 만드는 물적분할 방식을 적용할 경우 기업 경영효율 제고뿐 아니라 입주 예정자와 투자자에게도 투자 안정성이 담보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계룡건설산업은 대전 동구 가오동 가오택지개발지구내 토마토쇼핑센터 사업부문을 단순·물적분할 방식으로 분할해 새로운 회사를 설립키로 했다. 신설회사명은 가오쇼핑(가칭)이고 분할기일은 오는 4월 1일이다. 계룡건설산업은 조만간 대대적인 그랜드오픈 행사를 통해 토마토쇼핑센터 임대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기존 토마토쇼핑이란 브랜드가 약해서 이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약했다. 현재 아웃렛 일부가 100% 분양된 건 아니다”면서 “아직 뚜껑은 열리지 않았지만 다시 정비해서 분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토쇼핑센터는 지난 2007년 12월부터 본격적인 분양에 나섰다. 당시 시공사는 계룡건설산업이고 시행사는 더하우스코리아였다. 이 쇼핑센터는 지난 2008년 하반기 준공되기 전까지 공격적인 분양 활동을 펼쳤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였다.

쇼핑센터 규모는 1만4388㎡의 부지에 연면적 7만838㎡이며 지하 1층, 지상 6층으로 지하철 판암역세권과 동구 신청사 이전 등 각종 호재가 예고되면서 동남부 신도시의 핵심상권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준공을 앞두고 진행된 지난 2008년 상반기의 분양 실적은 저조했다.

당시 토마토쇼핑센터 1층 분양가는 3.3㎡당 2700만원을 웃돌면서 인근 지역의 최고 분양가 기록을 넘어섰고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2008년 분양 개시 이후 수개월이 지났음에도 점포 계약 실적이 나빴다. 결국 공매에 부쳐진 토마토쇼핑센터는 계룡건설산업이 지난해 3월 시행사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공매를 통해 사업권을 가져오면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신동아건설도 지난해 물적분할을 통해 중대형 임대 아파트인 경기 용인 흥덕지구 아파트를 신설법인으로 이관하면서 회사의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춰 재무구조를 대폭 개선했다.

이 아파트 역시 지난 2007년 분양이 순항하다 주변의 판교지역에서 낮은 분양가격대의 아파트들이 나오면서 계약해지 사태를 맞았다. 임대 아파트라는 강점과 품질 우수성을 앞세운 신동아건설은 재계약에 나서 지난해 90% 계약률을 달성한 가운데 입주는 절반 수준에 이르고 있다. 문제는 임대아파트라는 특성 탓에 일시에 분양대금 뭉칫돈이 회사로 들어오지 않고 매월 임대료를 받는 구조라는 점. 이 때문에 신동아건설은 장기간 공사비 차입 탓에 부채비율 압박을 받아왔다.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신동아건설은 재무부담 개선으로 경영 효율성을 높이게 됐다. 분양 일정과 품질 확보 면에서 안정적이어서 입주 대기자들과 투자자들에게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건설사들이 물적분할 방식을 미분양 아파트나 상가 분양을 위해 잇따라 도입하는 것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업 현장 한 곳을 대상으로 물적분할을 시도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하고 사업부문 자체를 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 물건을 안정적으로 분양하기 위해 일부 건설사들이 물적분할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부문 자체를 떼어내면서까지 이 방식을 도입하기엔 부담이 커서 전반적으로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jjack3@fnnews.com 조창원기자

■사진설명= 계룡건설산업은 미분양이 많이 남아 있는 대전 동구 가도동의 토마토쇼핑센터 사업부문을 물적분할방식을 통해 새로운 법인으로 설립하고, 오는 4월께 판촉을 위한 대대적인 그랜드 오픈 행사를 펼치기로 했다. 토마토쇼핑센터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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