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민들이 부자와 대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보수정당에 투표하는 걸까? 진보주의자들이 중산층을 설득하는 데 실패하고 선거에서 패배하고 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학자들조차 미처 대답한지 못한 이런 질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정체성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주장으로 정치계에 파란을 일으킨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 그가 밝히는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기원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에서 그는 미국 정치의 핵심에 도덕성과 가정에 대한 가치가 있음을 실제 사례를 통해 명쾌하게 설명하며 끊임없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단순한 당파성이 아니라 도덕성과 이상적 가정생활에 기반하고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레이코프는 보수와 진보 양 진영의 정책에는 가족이라는 개념이 자리잡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국가를 우리의 가정에 비유하며, ‘국가가 무엇인지’를 생각할 때 일반적으로 ‘국가는 곧 가정’이라는 개념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가정을 비유로 든다 해도 보수와 진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가정에는 차이가 있다.
이처럼 서로 다른 도덕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보수주의자들은 규율과 강인함, 진보주의자들은 필요와 도움을 강조할 수밖에 없고, 진보주의자들이 사회적 원인에 대해 수없이 언급하는 데 비해 보수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것이 레이코프의 분석이다.
또 보수주의자들이 사회 안전망에 대해 자율과 책임을 무시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고, 진보주의자들이 부유층에 대한 세금감면이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겐 아무 도움을 주지 못하기 때문에 비도덕적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은 미국 사회의 여러 이슈를 도덕적 기반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어떻게 바라볼 수 있는지 그리고 전혀 연관성 없는 이슈들에 대한 태도가 이런 도덕성 기반하에서 어떻게 엮을 수 있는지 분명하고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다.
/moon@fnnews.com문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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