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논단]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지혜/심영섭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지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1.01.12 17:58

수정 2011.01.12 17:58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도 불확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자연도, 사회도, 과학기술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이지 않는다. 세상은 나날이 변하지만 변하는 모습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도무지 예측하기가 힘들다.

변화하는 모습들은 온통 앞만 보고 치닫는 느낌이다. 변화 그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옆으로는 조금도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변화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겨 볼 새가 없다. 그저 변화의 속도에 뒤처질세라 사력을 다해 몸부림치곤 하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3차원(3D), 웹(Web) 2.0, 모바일, 내비게이션, 위치정보시스템(GPS) 등등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풍미한 게 엊그제 같은데 융합과 사이버, 디지털의 힘이 위력을 발휘하고 나서는 이마저도 무색해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세상은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지만 그렇다고 더 행복해진 것이냐 하는 물음엔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렵다.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 초반의 불확실성은 혹시 풍요로움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배태된 것은 아닐까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

올해 미국경제학회(AEA)의 화두는 윤리적인 문제다. 물질적 행복만으로는 인간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자성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스탠퍼드 대학의 피터 클레노와 찰스 존스 교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소득에 비해 삶의 질 지수가 매우 낮은 나라 중 하나로 분류돼 있다. 즉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경우를 100으로 했을 때 47.1인 반면 웰빙지수는 29.7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진정 행복한가. 행복지수는 더 나아지고 있는가. 하는 물음을 계속 던져 볼 필요가 있다. GDP에 비해서 삶의 질이 낮다면 무언가 잘못됐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사실 풍요로움과 편리함만이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풍요로움과 편리함은 오히려 독이 될지도 모른다. 바로 그 점이 걱정이다.

그렇다면 불확실성 시대를 살아가는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필자는 이를 두 가지로 제시해 보고 싶다.

하나는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사람 그 자체, 자연 그 자체에 대한 본질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편리함과 풍요로움을 가져다주는 디지털 혁명은 인간과 자연의 본질과 연계해 볼 때 어떠한 의미가 있고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가를 성찰해 보자. 과연 디지털 기기들은 인간과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고 어떤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가. 비단 과학기술자들뿐만 아니라 기기를 활용하는 사용자들도 같은 고민을 해 보아야 한다. 아날로그 사회를 체험하지 않고 디지털 기기에만 익숙해진 세대들에는 어려운 과제일 수도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과거의 역사보다 떠오르는 이슈들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역사로부터 얻는 교훈을 소홀히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전개되는 사회적, 기술적, 국제적, 자연적 변화들은 미증유의 경험들이다. 그만큼 불확실하고 예측하기가 어렵다. 역사적인 발전 과정이나 트렌드보다는 갓 떠오르는 이슈들에 주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뉴 노멀의 시대에는 새로운 시각으로 변화를 지켜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언제부턴가 '미래를 단순히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해 나간다'는 말이 익숙하게 들렸다. 문제는 미래를 창조해 나가는 과정이 인간의 행복과 얼마나 잘 연계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매우 불확실하다는 게 걱정이다. 21세기의 첫 십년이 지나고 새로운 십년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자칫 풍요로움과 편리함만을 추구하다가 정말 중요한 것을 상실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드는 건 비단 필자만의 기우일까. 불확실성 시대를 사는 지혜를 다 함께 모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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