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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잡기 카드 총동원..정유사 반발땐 ‘용두사미’

유영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6일 발표한 '석유시장 투명성 제고 및 경쟁 촉진방안'은 석유제품 시장의 투명성 제고와 경쟁촉진, 공정성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독과점 상태인 국내 석유제품 시장의 불합리성을 최소화하고 궁극적으로는 기름값 인하를 유도한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이명박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 이후 3개월간 민관이 합동으로 연구한 결과라고 보기에는 대책의 완성도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정유사폴 주유소의 혼합판매 허용, 석유제품 온라인·선물 거래시장 개설, 제6의 독립폴 주유소 신설, 자가폴 주유소 공동구매 등 기름값 잡기에 도움이 되는 모든 방안을 동원했다.

우선 정유사폴 주유소가 다른 정유사 제품을 제한 없이 섞어 판매(혼합판매)할 수 있도록 정유사 폴사인과 판매제품 일치 의무를 완화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쉽게 설명하면 SK에너지폴을 사용하는 주유소에서 GS칼텍스의 기름을 섞어서 팔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정유사-대리점-주유소'의 수직계열화된 유통 구조를 깨고 정유사 간 경쟁을 부채질해 기름값 인하로 연결해보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이는 현 석유제품 유통구조의 근간을 뒤흔드는 내용이어서 정유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특히 정유사들이 주유소들에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갖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혼합판매를 허용한다고 해도 실제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정유사들은 혼합판매 금지고시를 위반하는 주유소에 대해서는 간판을 철거하고 모든 지원을 끊는 등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또 정부는 국내 석유제품 거래시장의 개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말까지 한국거래소에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개설한 이후 이를 토대로 2012년 말까지는 석유제품 선물시장을 개설할 계획이다. 국내 석유제품 거래시장을 통해 시장에서 통용되는 석유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정유사 공급 가격이 국내 수급상황과 무관하게 국제시장 추이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를 깨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2000년, 선물시장은 2008년 각각 추진됐다가 무산된 정책이다. 정부는 "당시엔 시장 참여에 대한 인센티브가 없어 업체의 참여가 활발하지 않아 실패한 것으로 이번에는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정책 등 유인책이 포함돼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했지만 공급자가 제한된 현 상황에서도 결과는 비슷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아울러 정부는 4대 정유사폴과 농협폴 외에 제6의 독립폴을 신설, 소비자 선택의 폭을 늘리는 한편 '자가폴 주유소 협의회'(가칭)를 구성해 석유 공동구매를 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하지만 주유소 설립 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기존 주유소들의 눈치와 압력에 대형 마트 주유소, 농협폴 주유소 등의 신설 등에 대해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버티는 일이 다반사인 현실을 고려하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장기과제로 검토하기로 한 한국석유공사의 유통시장 진출은 공기업이 시장에 직접 개입해 민간과 경쟁하는 것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고 석유공사가 적자를 내면 고스란히 재정 부담으로 돌아오는 문제 등으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애초에 정부가 미시적인 관점에선 적절성을 판단할 수 없는 공급원가 및 가격결정 구조의 비대칭성을 중심으로 접근한 것이 실착"이라며 "독과점 시장인 만큼 원가 자료를 직접 들여다보고 개입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결국 실효성 없는 '백화점식 대책'에 정유사들의 '성의표시'로 마무리됐다"고 평가했다.

/yhryu@fnnews.com유영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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