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사 줄줄이 도산 위기..건설 주체별 반응은 제각각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와 금융권의 ‘돈줄 죄기’ 등으로 중소기업에 이어 시공능력순위 30∼40위권인 LIG건설,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도산위기로 치닫고 있다.
건설업계의 어려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사태는 상당히 심각하다. 금융권(저축은행)의 무차별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금 회수 및 만기연장 취소 등으로 건설산업이 뿌리가 흔들리고 있어 사태 수습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건설사와 관련 단체들은 자신의 처한 입장에 따라 각양각색의 반응을 보이고 있고 손익계산에도 분주하다.
‘더 이상 물러설 곳도 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에 강력한 대책마련을 요구하는가 하면, 일부 건설사는 ‘몇 개 건설사가 더 무너져야 초강력 대책이 나올 것’이라며 은근히 금융권의 건설사 옥죄기를 부추기고 있다. 건설공제조합 등 보증기관들은 수천억원대의 보증이행 손실을 줄이기 위해 대책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낙선운동 하고 싶다’
“건설산업 종사자가 약 167만명으로, 3인 가족 기준으로 5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건설업에 기대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건설산업이 붕괴되면 우리나라 인구 중 10%가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죠.”
건설 관련 단체의 한 임원은 ‘건설산업이 붕괴되면 많은 관련 국민들이 타격을 입게 되고, 이들 대부분이 서민이기 때문에 민심도 나빠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정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이해타산에 따라, 정부는 ‘더 이상 대책이 없다’는 식으로,각각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정말 건설인들이 뭉쳐서 내년 총선 때 정치인들의 낙선운동이라도 벌이고 싶은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일부 단체에는 정부를 상대로 궐기대회를 하자는 회원사들의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서류(건의문)만 가지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해봐야 ‘쇠 귀에 경 읽기’이기 때문에 집단행동을 통해 의견을 전달하자는 얘기다.
건설 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방 중소건설업체를 중심으로 대정부 궐기대회를 하자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들의 요구를 무작정 들어 줄 수 없어 일단 정부와 정치권, 금융권의 보안대책을 지켜보자고 설득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중견사 몇 개 더 쓰러져야”
버틸 여력이 충분한 일부 대형건설사 등을 중심으로 더 강력한 구조조정이 진행돼 건설업체가 더 줄어야 한다는 속셈도 제기되고 있다. LIG건설과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만 가지고는 아직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에는 미흡하다는 얘기다. 중량감 있는 중견건설사 서너 개가 더 넘어져야 정부가 서둘러 각종 규제를 풀고, 살아남은 건설사는 그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최근 사태에 대한 체감은 건설사마다 다르다”면서 “솔직히 대형건설사 입장에서는 건설사 수가 더 줄어들어 남는 건설사들이 공사 물량을 더 나눠가졌으면 하는 바람일 것”이라고 말했다.
■속 타는 보증기관 ‘손해 줄여라’
건설관련 보증기관은 이번 금융권의 PF자금 회수 및 만기연장 중단 등의 사태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견건설사의 잇따른 워크아웃 및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등으로 보증대급금(건설공사 보증을 섰다가 건설사 부도 등으로 대신 물어주는 것)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건설공제조합의 경우 올해 들어 보증대급금이 350억원이었으나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산업에 각 1000억원이 걸려 있어 현재까지 2300억원이 훌쩍 넘어섰다. 물론 이 금액 모두 손실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2000년 이후 건설공제조합이 금액상으로만 입은 손실 중에서는 가장 큰 액수다.
건설공제조합 관계자는 “손실 폭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하지만 건설업체 PF 비중이 워낙 크고, 5∼6월 집중적으로 몰려 있어 건설사들의 도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전문건설공제조합 역시 LIG건설과 삼부토건, 동양건설산업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신청 등의 사태로 인해 하도급업체 부도가 잇따르면서 보증대급금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shin@fnnews.com신홍범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