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도 달려도 연비는 20㎞/ℓ, 폭스바겐 제타
올 들어 매달 신차를 내놓은 폭스바겐이 5월의 차로 ‘제타’를 출시했다. 1979년 첫 등장한 제타는 그간 ‘트렁크 달린 골프’, ‘파사트의 동생’쯤 여겨졌다. 전 세계 누적 960만대가 팔렸지만 국내에선 불과 2000대 남짓 팔리는데 그쳤다. 폭스바겐 골프가 국내에서 1만대 넘게 팔린 것과 대조된다. 제타는 자사의 베스트셀러 골프와 파사트 틈에 껴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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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스바겐이 지난 2일 출시한 ‘제타’. /사진=이다일기자 |
고향은 독일이지만 출생지는 멕시코다. 미국 시장을 겨냥한 것이다. 제타는 시장공략을 위해 현지 생산이 많이 이뤄졌다. 남아프리카, 멕시코를 비롯해 중국에서도 생산된다. 중국 일부지역에선 택시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만큼 대중적인차고 합리적으로 만들어진 차다. 최근 출시된 6세대 제타도 다를 바 없다. 폭스바겐의 강력한 무기 듀얼클러치변속기(DSG)를 장착해 뛰어난 주행성능과 연비를 동시에 잡았고 5세대 보다 크기도 커졌다. 이젠 골프보다 확실히 크고, 파사트와 다른 매력을 갖췄다. 여기에 폭스바겐 디젤엔진(TDI)을 얹어 경쟁차종과 대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경유 1ℓ로 22.2㎞를 가는 차
10년 전 만해도 경유를 사용하는 디젤 승용차는 볼 수 없었고 디젤엔진은 승합차 혹은 SUV가 주를 이뤘다. 이 차들의 연비는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경우 ℓ당 10㎞ 내외였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ℓ당 20㎞를 훌쩍 넘는 차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도 연비에 있어서는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의 소형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휘발유 1ℓ로 20㎞를 넘게 주행한다. 연비 갱신의 대열에 디젤 승용차도 한 몫을 하고 있다.
가솔린 엔진에 비해 효율이 좋은 디젤엔진을 장착한 것이 연비가 좋은 첫째 이유고 여기에 자동변속기의 토크컨버터를 거치며 떨어지는 동력 전달을 폭스바겐은 DSG라는 변속기로 보충했다.
엔진기술 뿐만 아니라 몇 가지 기술이 더해져 경쟁력있는 연비를 갖췄다. 정차시 엔진을 끄고 켜는 ‘ISG’기능이 보편화됐다. 엔진을 전자식으로 조절하면서 순간적으로 시동을 걸 수 있으니 가능해진 기술이다. 정차시 시동을 끄기만 해도 평균연비를 6% 정도 늘릴 수 있다고 한다. 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스페어타이어도 생략하는 추세다. 보통 크기는 비슷하고 가벼운 ‘템포러리 타이어’를 끼워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BMW의 경우는 펑크나도 주행이 가능한 ‘런플랫 타이어’를 장착하기도 하고 한국지엠의 경우는 타이어 임시 수리 도구를 스페어타이어 대신 적용하고 있다. 모두 연비를 위한 것이다.
□서울서 강원도 양양까지 달려갔더니..
폭스바겐 제타는 2가지 모델로 국내에 들어왔다. 1.6ℓ 디젤엔진에 ISG를 갖춰 공인연비 22.2㎞/ℓ를 기록한 ‘블루모션’ 모델과 2.0ℓ엔진으로 파워를 갖추고도 18㎞/ℓ의 연비를 달성한 모델이다.
이날 시승한 차는 2.0ℓ엔진 모델. ISG가 없지만 디젤엔진의 장점으로 높은 연비가 기대됐다. 아침 일찍 출발한터라 서울을 정체구간 없이 빠져나갔다. 올림픽대로를 지나 경춘고속국도에 올라서니 이미 연비는 19㎞/ℓ를 넘어서고 있다. 계기반에 나타나는 평균연비가 계속 올라간다. 하지만 시내에서 신호대기를 위해 정차하면 어김없이 연비는 떨어졌다. 출발 후 10㎞쯤 달렸을 때 평균연비 18㎞/ℓ를 유지하다 약 3분정도 신호대기 때문에 정차하니 연비는 15㎞/ℓ로 떨어졌다.
고속도로에 올라서도 시속 100㎞∼120㎞를 유지했다. 남성 3명이 타고 있으니 연비가 좋지 않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평균연비는 꾸준히 20㎞/ℓ를 넘어섰다. 공인연비보다 좋은 성적이 꾸준히 나왔다.
□부가기능의 아쉬움은 연비로 달래야
여러 명이 돌아가며 운전을 하니 여느 시승 때와 다르게 모든 좌석에 앉아봤다. 운전석과 조수석은 편안하다. 넓지도 않지만 좁아서 불편한 크기도 아니다. 국산 준중형차 수준의 실내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뒷좌석은 아쉬움이 남는다. 키가 조금 큰 남성의 경우 뒷좌석 지붕에 머리가 닿는다. 해치백 골프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다.
3천만원대 국산차에는 대부분 적용된 후방카메라, 내비게이션과 같은 부가기능은 제타에 없다. 시트도 가죽이 아닌 직물이고 전동식이 아니라 자주 포지션을 바꾼다면 불편할 수 있다.
아쉬운 부분이 남지만 그래도 매력적이다. 시승했던 2.0 모델은 3490만원. 국산차 가운데 연비가 가장 좋은 하이브리드 중형차와 비슷한 가격이다.
하이브리드가 세금 혜택을 받기는 하지만 운전하는 재미를 느끼려면 역시 디젤이 유리하다./car@fnnews.com, twt:@leedail 이다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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