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묻지마 정책’ 발표후 흐지부지
지난 3월 8일. 지식경제부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에너지 다(多)소비자들의 전력사용 제한정책의 하나로 골프장 야간조명 금지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캐디 등 골프 관련 인력의 일자리 감소, 주변 상권 침체, 정부 세수 감소 등의 부작용이 속출했다. 골프장업체들은 법원에 소송을 냈고, 지난 24일 법원이 골프장업체들의 손을 들어주면서 정부도 '골프장 야간조명 금지' 조치를 잠정 중단했다.
지난 3월 22일.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50% 감면을 핵심으로 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은 오히려 꽁꽁 얼어붙었다. 취득세 감면 적용 시점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함께 발표되지 않은 것. 이에 계약 중단 사태가 이어졌고 계약금을 치른 매수자들은 잔금 기일은 연기해 달라고 집주인에 매달려야 했다. 취득세가 지방세인 관계로 세수를 줄어들 것을 우려한 지방자치단체들도 법 개정에 반대하고 나섰다. 정부가 취득세율 감면을 발표시점부터 소급적용하기로 하고, 지자체의 세수 감소분을 정부가 전액 보전해 주기로 하면서 두 달여간의 혼란이 막을 내렸다.
이처럼 정부가 설익은 정책을 발표, 국민들을 괴롭게 만드는 사례가 한 달이 멀다 하고 벌어지고 있다. 정부 내 손발이 맞지 않아 혼란을 자초하는 일도 적지 않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사후약방문'처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보다 긴밀히 논의·검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는 실정이다.
■설익은 정책에 고통받는 국민
이명박 대통령까지 참석한, 지난 17, 18일 국정토론회에서 나온 내수활성화 정책 중 상당수가 논란을 불러왔다.
'겨울방학 단축 및 봄·가을 방학 신설'을 비롯해 '대체 휴일제'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등은 아이디어 수준에서 나왔다고 해명하기에는 그 파장이 너무 컸다. 국민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은 물론 정부 부처 간 의견도 통일되지 않아 각기 다른 해명을 들어야 했다. 실제 방학 분산제는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육시스템의 골간을 흔드는 학제개편이 뒤따라야 하는 문제라며 난색을 표했으며 대체 휴일제는 역시 지식경제부 등에서 산업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를 하고 재계도 이 같은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이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역시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국가의 사례를 들어 기획재정부·중소기업청 등이 제도 도입에 찬성했지만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통해 유통시장 개방을 약속한 상황에서 국제규범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반대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지경부가 '대학 정보기술(IT) 교육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초·중등학교의 IT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2008년에 폐지됐던 초·중등 컴퓨터교육 의무화를 부활시키는 한편, IT과목을 수능 과학탐구 영역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과부는 사전 협의 없이 수능과목 추가, 초·중등 컴퓨터교육 의무화를 발표해 수험생·학부모·대학 등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경부를 비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부처 간 소통 부재로 설익은 정책이 난무하는 데도 정작 부처는 영역 다툼에 골몰하고 있다.
오는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대비한 시범 사업에 환경부와 지경부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7월부터 시작되는 시범 사업에서 환경부는 "녹색성장기본법상 탄소배출 규제 권한이 있다"고, 지경부는 "기업들의 에너지와 온실가스 관리를 과거부터 해왔다"고 각기 주장하고 있다.
■재정부 장관 부총리 격상 주장
이처럼 아직 익지도 않은 정책이 쏟아지는 것은 정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아직도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정부 내에서의 토론과 공청회 등을 거쳐 정책으로 시행돼야 하지만 거꾸로 '정책 우선적 공개→여론 수렴→정책 수정 또는 폐기' 과정을 거치면서 정부 정책에 따른 시장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혼선을 불러오는 이유를 정책 기획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정부 조직이 사실상 없다는 데서 찾기도 한다.
정부 관계자는 26일 "과거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 등이 분리돼 있을 때는 중장기 정책을 입안하고 기획하는 기능을 하면서 부처 간 이견이 덜했다"며 "현재는 이 같은 기능을 기획재정부가 일부 맡고 청와대, 대통령 산하 여러 위원회가 분담하면서 혼선이 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부 장관을 부총리로 격상시켜 정책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현재 재정부 장관은 경제정책조정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등을 주재하면서 정책조정자 역할을 하고 재정부 내에 정책조정국을 따로 두고는 있다. 하지만 직급으로 따지면 '장관 중 한 명'일 뿐이어서 소위 '영이 안서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재정부 장관의 부총리 격상에 대해서는 이견도 있다. 재정부 고위관계자는 "경제 부총리제는 정부의 입김이 세고 통제력이 강한 국가에서 있는 직제"라며 "15개로 줄인 정부 부처를 다시 늘리는 것은 시장의 자율성을 해칠 수 있고 경제규모 등을 감안할 때 거꾸로 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mirror@fnnews.com김규성 전용기 이창환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