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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내 책임이라더니 질문은 패스?… 주머니 손 찔러넣은 홍명보 '당당한 사퇴'에 팬들 또 분노 [2026 월드컵]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판단 기준은 한국 축구... 모두 내 책임" 전격 사퇴 발표
1분 30초짜리 입장문 낭독이 기자회견 끝
질문 거부하고 당당한 태도로 일관
주머니에 손 넣고 떠난 사령탑 향해 팬들 또 분노

기자회견 후 퇴장하는 홍명보 감독. KBS 뉴스 캡쳐
기자회견 후 퇴장하는 홍명보 감독. KBS 뉴스 캡쳐

[파이낸셜뉴스] "변명은 필요 없다"며 모든 책임을 안고 물러났지만, 마지막 떠나는 순간까지도 진정한 소통과 진심 어린 성찰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래서 더 씁쓸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라는 역대급 참사의 책임을 지고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결국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사퇴의 변을 밝히는 자리에서조차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을 외면한 채 준비된 원고만 읽고 돌아선데다, 태도 논란이 다시 불거지며 팬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한국시간) 오전, 대표팀 베이스캠프 훈련장인 멕시코 사포판의 치바스 베르데 바예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격 사퇴를 발표했다.

마이크를 잡은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이라는 자리는 제게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하지만 감독을 맡기로 결정한 순간부터는 다른 이유를 생각하지 않았다. 제게 맡겨진 책임을 끝까지 다하는 것, 그것이 제가 해야 할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오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의 치바스 바예 베르데에서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다사다난했던 지난 2년의 임기를 돌아본 그는 "늘 '이 선택이 대한민국 축구를 위한 선택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도, 선수를 선택하고 경기를 치를 때도 그 질문만큼은 놓지 않았다"며 "모든 판단이 늘 옳았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다. 하지만 제 모든 판단의 기준만큼은 언제나 한국 축구였다"고 강변했다.

이어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을 만큼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기대하셨던 결과를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드리지 못했다. 그 책임은 모두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약 1분 30초 정도의 짧은 사퇴의 변을 담은 입장문을 모두 읽어 내려간 홍 감독은, 현장에 모인 취재진의 쏟아지는 물음표를 철저히 외면했다.

그는 단 하나의 별도 질문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특히 이 과정에서 보여준 홍 감독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최악의 성적을 거두고 물러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회견 내내 고개를 숙이며 죄송해하는 기색보다는 일견 당당함마저 느껴지는 꼿꼿한 자세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회견이 끝난 직후에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홀연히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뉴스1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8일(현지시간) 멕시코 과달라하라 인근 사포판 치바스 바예 베르데 훈련장에 마련된 베이스캠프에서 월드컵 결산 기자회견을 마친 후 퇴장하고 있다.뉴스1

성난 축구 팬들의 민심과 32강 광탈의 구체적인 패인을 묻고자 했던 언론을 철저히 뒤로한 '일방통행'식 작별이었다. 이를 지켜본 팬들 사이에서는 "마지막까지 사령탑으로서의 진정성 있는 반성보다는 불통의 권위주의가 엿보여 불편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퇴를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무슨 시상식에 온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는 팬들의 변도 줄을 이었다. 죄송함을 말하는 자리에서의 지나친 당당함이 불편했다는 팬들도 많았다.
월드컵 기간 내내 졸전을 지켜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던 축구 팬들이 마지막 순간 사령탑에게 진정으로 바랐던 것은 단 하나, 패장으로서의 진심 어린 사과와 뼈저린 성찰이었다.

하지만 참담한 결과 앞에서도 지나치게 당당했던 태도, 그리고 끝내 귀를 닫고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돌아서 버린 홍 감독의 '일방통행식 이별'은 상처 입은 팬들의 마음에 더 큰 씁쓸함과 분노만을 남기고 말았다.

끝까지 불통으로 일관한 캡틴의 초라한 퇴장. 황금세대를 낭비했다는 오명 속에,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차갑고 뼈아픈 멕시코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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